北 핵 발언 "개성공단에 터졌다?"

2005-02-23     파이낸셜투데이
'한미 공조' '남북 경협' 정부 "장고 속에 악수 두나?"

재계, 북한 핵보유 선언 파장에 촉각
"경기회복 찬물…관광시장 악재" 우려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6자 회담 무기한 불참 선언으로 남북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사업이 어떠한 형태로든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의 핵보유 선언은 북미간 직접 협상을 노린 벼랑끝 전술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는 있지만 남북 경협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개성공단에서 처음 생산된 남한 제품인 리빙아트의 냄비셋트가 국내에서 큰 인기 속에 판매된 바 있다.

이렇듯 개성공단은 남북 경협의 중요한 시험대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통일로 가는 길에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해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단 북한을 6자 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 다자간 외교노력은 강화하면서도 쌀과 비료 지원 등 인도적 대북 지원과 개성공단으로 대표되는 경제협력은 계속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한미 공조'와 '남북 경협'간에 충돌을 가져올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반기문 외교부장관은 지난 16일 내외신에 대한 주례 브리핑에서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규모 대북 경제지원을 할 생각이 없고 인도적 차원에서 경제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미국 정부에 밝혔다"며 "개성공단도 2만8천여평의 작은 규모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미국측에 설명했다"고 밝힌 것은 정부의 난감한 입장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100만평에 달하는 개성공단 본사업에 대한 언급이 없는 반 장관의 브리핑은 북핵 문제가 개성공단사업 진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대북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을 하면서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재계는 이번 사태로 이제 막 살아나려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하며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재계는 미국이 강경하게 대응한다면 회복기미를 보이는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수밖에 없지만 북한이 핵보유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 새로운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현대아산을 비롯한 대북사업 기업들은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측의 진의와 미국의 반응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개발사업 등 대북사업을 가장 활발히 진행 중인 현대아산은 북한의 핵보유 및 6자회담 불참 선언이 당장은 대북사업에 큰 파장을 미치지 않겠지만 북미관계가 급격히 악화될 경우 사업여건이 나빠지면서 사업진행 속도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대북사업은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남북관계나 한반도 긴장상황과는 별도로 꾸준히 진행돼 온 게 사실이다. 이런 인식이 남북 모두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에 이번 핵보유 선언으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낙관론의 근거다.

그러나 한반도 정국이 경색되고 북미 관계가 급속히 악화될 경우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의 사업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을 뿐 별다른 대응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현대아산의 고민이 있다.개성공단 사업자인 한국토지공사도 개성공단 사업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애써 긴장을 감추고 있지만 사태가 악화될 경우 경협사업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사태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토지공사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선언 이후에도 통신협의를 위해 직원들이 북한에 들어가는 등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어 이번 선언이 아직까지는 사업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다소의 긴장감은 유지되겠지만 조만간 있을 1단계 본단지 분양을 비롯한 개성공단 사업은 별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개성공단 사업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사태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도 정상적으로 공장을 가동하면서 북측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2002년 서해 교전 당시에도 금강산 관광이 이뤄진 사실을 들어 북한이 정경분리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이번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이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2월24일 열기로 했던 의류업체 신원의 개성공단 준공식은 4월로 연기된 것을 놓고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북한의 핵보유 및 6자회담 불참 선언으로 대북 관계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신원측은 그러나 행사 연기는 북핵 문제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단지 북한측 초청장 발급이 지연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준공식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기 때문에 200여명이라는 많은 인원이 방북해야 하는데 행사를 보다 충실히 준비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하고 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준공식 연기 결정이 북핵 문제 때문이 아니라 하더라도 향후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남북 경제협력사업의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이 개성공단으로의 전략물자 반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사업 진행을 더디게 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 반출 문제 처리에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었다.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 이전에 개성공단으로의 전략물자 반출에 거부 반응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미간에는 많은 이견이 있었고 실제로 이것이 걸림돌이 돼 입주기업에 대한 사업승인이 지연되기도 했다. 따라서 정부는 돌파구 마련에 부심해 왔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전략물자 수출에 대한 국제감시는 더욱 강화되고 있어 정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작년 1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6차 국제수출 통제회의'에서는 전략물자의 국제적 수출통제와 관련해 '수출통제 기업 인증제도' 도입과 '다자간 수출통제기구(MECO)' 창설 등의 주장이 제기됐다.당시 회의에서는 전략물자의 수출금지와 재수출 감시 장치를 강화하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이행하고 대량살상 무기의 개발, 지원, 은폐 의사가 있는 국가는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었다.특히 유엔 안보리는 정부조직, 연구소, 기업, 민간인 등이 대량살상 무기 개발에 관여할 경우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처벌을 법제화할 것을 요구했으며, 한국은 이에 호응해 대외무역법 개정 의지를 유엔 안보리에 전달했다고 산자부가 밝힌 바 있다.

물론 이번 사태가 아직까지는 개성공단 사업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는 않고 있다.
공단 입주 기업들이 최근 팀을 꾸려 통일부와 함께 북한을 방문해 지난해 말 통신분야 협력 등 기본 합의에 대한 후속 논의를 진행하고 돌아오는 등 개성공단 시범사업도 당장 영향을 받는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본 사업엔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개성공단 본 사업은 수출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 왔다. 이를 토대로 원산지, 전략 물자 관련법도 개정해 추진하려 했던 것이 정부의 계획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일정에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통일부와 국가안전보장이사회의 지침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3월에 개성공단 100만평에 대해 본격적인 분양을 실시한다는 정부의 일정은 이번 사태로 계획대로 추진될지 여부가 아직은 불투명한 상태다.

대북 비료 지원도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으로부터 남북 경협에 대해 적극적 협력을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사업을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