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지법 위반’ 일진그룹 오너일가, 토지는 처분했으나…

2012-08-30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아오던 일진그룹 오너일가가 최근 문제의 토지를 전량 처분한 사실이 <매일일보> 취재결과 확인됐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는 지난 7월 초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충북 음성군 소재의 농지를 모두 매각했다. 이로써 그간 허 회장 일가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농지법 위반 의혹은 일단락되는 듯하지만, 매매 과정에서 드러난 몇 가지 석연찮은 정황들이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 계열사 일진다이아몬드에 개인 소유 농지 매각
매매 과정에서 허 대표 소유 또 다른 땅 존재 밝혀져…시세차익 의혹도

논란의 중심에 선 땅은 충청북도 음성군 대소면 오류리 일대에 위치한 농지 총 5필지이다. 부동산등기부등본 상 해당 필지들의 지목은 전, 답으로 표기돼 있으며, 총 면적은 1만645㎡(약3225평)에 달한다.이 토지는 원래 허 회장의 딸이자 허 대표의 누나인 승은씨가 지난 2003년 4월말 매입해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2008년 농지법 위반으로 지자체의 행정처분 시점이 도래하자 허 대표에게 재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지법 위반 논란

현행 농지법 제6조 제1항에 따르면 농지는 자기(소유자)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하도록 돼있다.그런데 승은씨는 토지를 취득한 이후 농업경영과 관련된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음성군은 매입 이듬해인 2004년 해당 토지를 의무처분대상 농지로 지정했다.의무처분대상 농지로 지정될 경우 1년의 유예기간 동안 해당 토지에서 농업활동 시작하거나 땅을 처분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관할 지자체장은 농지에 대한 강제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3년간 이 명령을 유예할 수도 있다.승은씨는 의문처분기간동안 농업 활동이나 토지 처분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 기간 동안 처분명령이 내려지지 않았던 점을 비춰보면 3년간 음성군이 이를 유예한 것으로 보인다.이후 승은씨는 유예기간이 끝나는 시점인 2008년 2월 해당 토지를 허 대표에게 1억4440만원에 팔았는데, 일각에선 이들 남매가 농지법 위반에 따른 행정조치를 피하기 위해 가족 간 돌려막기식 농지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돌려막기 거래?

문제는 허 대표 역시 승은씨로부터 농지를 넘겨받은 이후 농지법을 위반해 음성군으로부터 행정조치를 받았다는 점이다.음성군 농정과 관계자는 “지난해 의무처분대상 농지로 지정했으나 이행이 되지 않아, 올해 초 재차 처분명령을 내려 6월~12월 사이 해당 토지를 처분토록 조치했다”고 밝혔다.결국 허 대표는 지난 7월2일 자신이 보유한 농지 5필지 1만645㎡(약3225평) 중 4필지 9022㎡(약2733평)를 매각했다. 그런데 이 매매 과정에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매매 대상이 다름 아닌 일진그룹의 계열사인 일진다이아몬드인 것.일진다이아몬드는 허 대표 소유의 농지가 있는 음성군 대소면 대소산업단지 일대에 공장시설을 두고 있는데, 군에 따르면 일진다이아는 공장 확장을 목적으로 해당 농지를 매입했다.이곳은 개발 자체가 엄격히 제한되는 농업진흥구역이나 보호구역이 아닌 일반 농지이기 때문에, 지자체장으로부터 농지 외 목적 용도에 대한 허가를 받으면 일반 법인도 땅을 매입 후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음성군 관계자의 설명이다.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일진다이아는 이번 거래에서 허 대표의 농지 4필지 외에 또 다른 4필지 6791㎡(약2075평)의 땅을 함께 매입했는데, 이 4필지 역시 허 대표 소유의 땅이었다는 점이다.

여전한 의문점

<매일일보>이 해당 필지들의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모두 확인한 결과 지목이 ‘공장용지’로 표기된 이 땅들은 지난 1996년 허 대표가 소유권을 넘겨받아 보유해온 땅이다.당시 소유권이 이전된 원인은 ‘명의신탁해지’로 명시돼 있는데 수탁자가 누구였으며 왜 명의신탁을 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진그룹 측도 “잘 모르겠다”고 선을 긋고 있다.일진다이아는 이 같은 허 대표의 농지와 공장부지 등 총 8필지를 20억9132만원에 매입했는데,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농지는 평당 10~15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산업용지는 50~60만원에 거래된다고 한다.과거의 매매가가 확인되지 않는 공장용지는 차치하더라도, 농지만 놓고 봤을 경우 허 대표는 적어도 억대의 시세차익을 본 셈이다.아울러 부동산등기부등본상에는 해당 부지에는 일진다이아몬드의 공장 건물이 들어서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렇다면 그간 허 대표는 일진다이아로부터 토지 사용에 대한 임차료를 받아온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이에 대해 일진그룹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사업장 확대를 염두에 두고 오너 개인 명의로 구입해 놓은 유휴부지”라며 “아울러 인근의 농지를 사놓은 이유 역시 향후 사업장 확장을 고려한 것인데, 회사에서 직접 땅을 매입할 경우 인근 땅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오너 개인 명의로 땅을 매입해 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그러나 굳이 오너일가가 농지법 위반혐의로 구설에 오르내리고 지자체로부터 수차례 행정명령을 받는 고초를 겪으면서까지 무리한 방법을 택할 필요가 있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한편, <매일일보> 취재결과 허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나머지 농지 1개 필지는 지난 8월 29일부로 소유권이전이 신청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