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정서 발효…대기업 비상 걸렸다

2005-02-24     파이낸셜투데이
한국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9위…'녹색전쟁' 시대 개막
환경규제 기업 여건 악화…기후협약 대책 절실
2022년까지 490만㏊ 조림..온실가스 730만t 흡수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교토의정서가 지난 2월16일 발효됨에 따라 정부와 산업계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둘러싼 환경 규제가 국제 무역시장의 새로운 장벽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연구소들도 교토의정서 발효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하고 국가차원의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교토의정서 발효 이후의 기업경영`이란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환경규제 강화, 공기시장 급성장, 무역장벽 강화 등의 경영환경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소는 또 기후협약 발효로 이산화탄소 배출권 시장이 급성장, 기업들의 비용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부터 기업간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경우 배출권 가격은 현재 이산화탄소 1t당 7~8유로 전후지만,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1t당 40유로(5만5천원)의 벌금이 부과되는 만큼 배출권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아 공기시장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연구소는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특히 2차 이행기간 중 국내 기업들의 이산화탄소 배출권 구매 비용은 최소 2천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소는 이에 따라 교토의정서 추가 협상에 대비해 국내외 전문가 및 기업 실무자를 활용, 국가 포지션과 협상전략을 수립하고 국내 배출권 시장을 시급히 조성하는 등 정부와 기업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계은행의 탄소기금과 같은 민관 공동펀드 조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환경경제 시대의 도래와 대응전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철강과 석유화학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분야의 비중이 큰 산업구조를 가진 한국은 2001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1.8% 가량을 내뿜어 세계 9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연간 에너지 소비량의 97.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교토의정서 대로 온실가스 배출량(1990년 기준)을 10% 줄일 경우 2020년에는 최대 28조6천323억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03년 국내총생산(GDP)의 4.4% 수준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향후 경제에 심각한 수준의 부담을 안길 것으로 예측됐다.

따라서 국내 배출권 시장의 조기 확립, 온실가스 삭감 기금 마련 등 국가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오는 2007년까지 21조5천억원을 투자하는 종합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한국은 지난 2002년 11월 교토의정서를 비준했으나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체결 당시 OECD에 가입되지 않은 탓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가운데 멕시코와 함께 개발도상국으로 인정받아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무를 면제받았다.

이렇게 2008년부터 규제를 받는 의무감축 대상국에는 포함되지 않았기에 당장 일률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부담은 덜게 됐다.
그러나 2차 기간인 2013 2017년에 의무감축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국은 경제규모 확대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세계 9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아직 8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어 여유가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이미 발등의 불이 됐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철강 화학 전력산업 등은 생산과 수출에 심대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와 같이 별다른 대책 없이 무방비상태로 감축의무를 감당해야 한다면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벌써부터 선진국들은 환경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어 생산 원가 증가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2009년까지 유럽연합(EU)으로 수출하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행 km당 186g에서 140g으로 감축하기로 EU 집행위원회와 이미 협약을 맺었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환경규제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환경변화에 따라 '기후변화협약 대응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하고 친환경 차량 개발 및 보급 확대, 생산현장의 에너지 효율 향상, 교토의정서 대응기반 구축 등을 수행토록 했다.특히 올해부터 2008년까지 3단계 대책을 실시키로 했는데 구체적으로는 올해 1단계 사업으로 국내외 기후변화협약 대응전략을 분석한 뒤 2단계로 2006년에는 학계와 정부,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대응체계를 수립키로 했다.

또 2007년 적용되는 3단계 대책에서는 친환경차량 개발 및 보급 확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09년 미국에 친환경 차량인 수소연료전지차 30대를 시범 투입할 계획이다.

국내 반도체업계도 온실가스 감축기술 개발을 통해 지구온난화 영향이 적은 대체가스를 도입하거나 공정 최적화 등을 추진함으로써 2008년 이후에는 1997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국내 사업장에서 이미 납과 수은 등 6대 환경 유해물질이 없는 제품 생산 및 원부자재 수급체계 구축을 끝냈으며 올해 3월까지는 이를 해외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친환경 제품을 조기에 출시할 방침이다.

특히 반도체 청정기술 개발과 대체가스 적용, 공정 최적화를 통해 불화탄소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 2002년 이전에 건설된 생산라인에서는 종전보다 70% 이상 불화탄소 사용량을 줄였으며, 2002년 이후 만들어진 라인에서는 90% 이상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또 환경오염물질을 쓰지 않는 협력사에 대해서는 '에코파트너' 인증을 부여해 거래 우선권을 주고 있다.

LG그룹은 LG전자 등 전자 계열사들이 중장기 에너지 사용 감축 계획을 수립하도록 함으로써 온실가스 저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환경오염물질이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되는 정유와 화학업계도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SK㈜는 최근 5년간 법정 기준치보다 강화된 자체 환경관리기준을 설정하는 등 오염물질 발생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원천관리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에너지효율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포스코 역시 2008년까지 2003년과 비교해 에너지 사용량을 8% 줄이기로 했다.
정부도 기후변화협약이 국제적 대세인 만큼 이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친환경산업 육성에 주도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협약 이행 기반 구축,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사업, 기후변화적응 기반 구축 등 3대 분야에서 90개 과제를 선정해 총 21조4천807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3개 부문별 특성화 대학원을 지정하고 3년 동안 15억원을 지원해 전문인력을 양성한 뒤 기후변화협약 관련 국제기구에 이들을 진출시키기로 했다.

또 2008년부터 시행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배출권 모의거래를 시행하는 것은 물론 업종별 온실가스 배출 통계를 작성해 활용할 방침이다.
산림청 역시 `탄소 흡수원 확충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경제림 육성단지를 중심으로 2012년까지 240만㏊, 2017년까지 365㏊, 2022년까지 490만㏊에 숲가꾸기 사업을 펼쳐 국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730만t을 흡수하는 등의 대비책을 마련했다.

탄소 배출권이 인정되는 해외조림도 확대키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2017년까지 국제 공동협력사업 등을 통해 15만㏊를 조림하고 북한의 산림 황폐지 163만㏊에 대한 복구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숲 가꾸기 등이 이뤄지면 2020년께는 국내 온실가스 총배출량 2억4천500만t 가운데 3.0%인 730만t을 탄소 흡수량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