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생긴 판잣집 아이들… “달라진 게 뭐야?”
貧아동 주거지원사업 공공·민간 통틀어 3개뿐
예산마저 부족해 지원 후에도 지하쪽방 신세
“밀린 월세 내놔라” 걱정 없지만 채광∙통풍∙배수시설 낙후 여전
전문가 “소년소녀가장뿐 아니라 빈곤아동 위한 정부정책 절실”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공공∙민간 단체의 주택∙주거비 지원으로 긴급 위기상황에서 벗어난 ‘주거빈곤’ 아동들이 심리적 안정은 되찾았지만 정작 물리적 주거환경은 이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홍인옥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한국도시연구소․오사카시림대학도시연구프라자 주최로 열린 ‘빈곤과 커뮤니티’ 국제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히고 빈곤 아동들의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위한 현실적 보완 및 근본적 개선책의 필요성 피력했다.
“최악의 상황에 닥쳤을 때 좁지만 비빌 곳(집)이 생겼다는 게 밑바닥에 있던 사람에게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되죠. 딴 사람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한부모 가정 母)
“이 정도로 만족해요. 더 바라고 그런 건 없어요.” (한부모 가정 父)
전세금 및 주거공간 제공, 임대료 대납 등 주거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은 수혜자들의 증언이다. 하지만 지원대상자들의 진술은 ‘응급상황에서 벗어난 것에서 온 만족감일 뿐 대다수 수혜자들의 주거환경의 질은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주장은 한 할머니의 진술에서도 드러난다. 이 할머니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 손자와 둘이 살고 있다가 주공의 전세지원을 받아 새집으로 이사하게 됐다. 그는 이전에 살던 집을 ‘거지같은 방’이라고 표현했다.“산 밑에 있는 집에 살았는데 산 위에서부터 흐르던 물이 우리 방으로 다 흘러 들어왔어. 여름에는 곰팡이 냄새나고, 비라도 오면 방바닥은 물바다 되고 아주 말도 마. 누가 큰 침대를 하나 갖다 줘서 손자하고 그 위에 올라가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했지. 또 비가 새서 벽지가 누렇게 변하고 벗겨져서 복지관에서 도배를 해줬는데 물이 들어오니까 새로 해도 아무 소용없지 모. 완전 거지같은 방에서 살았었어.”
전문가들은 이 같은 까닭에 주거지원을 받은 가정들이 새로 이사한 ‘좁은 집’ ‘채광∙환기 안 되는 집’이 건강∙심리적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주거지원만족도와 질적만족도 달라”
홍인옥 연구원 등 한국도시연구소는 지난 10월부터 두 달간 대한주택공사(이하 주공, 전세주택지원 사업 2가구)와 아름다운 재단(주거비 사업 4가구, 희망둥지사업 7가구)에서 주거지원을 받은 13가구를 표본조사했다. 조사 결과 조사대상자 모두는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이와 관련 홍 연구원은 “조사대상자들은이 오랜 빈곤, 이혼으로 인한 갑작스런 경제적 부담감 등 갖가지 이유로 일정한 거처가 없던 상황에서 주거지원을 받아 이에 대한 전체적인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고 설명했다.복지정책서 소외된 ‘보호자 있는’ 빈곤아동
하지만 이 같은 ‘주거빈곤’에 따른 영향은 성인보다 아동에게 크게 미친다. 이미 여러 연구보고서를 통해 주거여건은 아이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특히 아동에게 ‘집’은 심리∙정서적 기능뿐 아니라 사회성, 자율성을 처음으로 익히게 되는 장소이기 때문에 일정수준의 주거공간과 주거시설이 갖춰지지 않을 경우 ‘미래의 꿈나무’들은 성장∙발달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 아이가 ‘아동실’을 갖고 있을 경우, 아이는 자신의 흥미와 취미를 개발할 기회를 얻게 된다. 또 개인생활의 보장으로 타인의 생활도 존중할 줄 알게 되고 침해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게 기존에 발표된 연구보고서들의 주요 골자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 방’ ‘내 물건’을 소유하게 됨에 따라 소유감과 소속감, 책임감 등을 배우게 된다는 점.홍 연구원은 이어 “민간에서는 주거비 지원사업과 사회복지가 연계된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부는 주거정책의 대상자를 ‘아동이 있는 빈곤가구’로 확대시키는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