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GS칼텍스, 직원들 동원해 땅 매입…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조사 중

금호석화 땅에 대규모 개발 추진…직원 명의로 부지매입 의혹

2012-09-07     성현 기자


여수시 “GS직원 차명 보유 의심되는 땅 있다”
도 넘은 땅 욕심… 대규모 정유공장 신축 ‘제동’

[매일일보 성현 기자] 여수시가 GS칼텍스의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매일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에 따라 GS칼텍스가 추진 중인 공장 증설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수시청 민원지적과 관계자는 지난 6일 <매일일보>에 “지난달 10일 경 GS칼텍스가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GS칼텍스가 지난 2년간 여수산단 인근에서 취득한 40여 필지를 전수조사 해 차명 보유로 의심되는 필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이에 여수시는 ‘해당 필지의 전 소유주가 직원이 맞는지 확인해달라’는 내용으로 지난달 23일 GS칼텍스 여수공장 인사문화팀에 공문을 보냈다.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 관계자도 “GS칼텍스가 직원 명의로 땅을 매입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부동산실명제법은 부동산 실소유주와 토지 명의자가 동일해야 된다는 취지의 법이다. 투기·탈세·탈법 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지난 1995년 7월부터 시행돼 오고 있다.

위반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 또는 거래금액의 30%가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계발계획 선점, ‘GS칼텍스’ 땅뺏기 꼼수

GS칼텍스가 차명 부동산 의혹을 받게 된 배경은 지난 6월 30일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대규모 개발 계획안 때문이다. 이 계획안은 여수시 적량동 적량지구 일대 20만㎡ 정도의 부지에 공장을 신축하겠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특히 이 가운데 지난해 9월 GS칼텍스가 공개입찰에 참여했으나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이 최종 낙찰 받은 시유지인 적량지구가 일부 포함돼 있다. 적량지구 개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패자’ GS칼텍스가 ‘승자’의 땅에 공장 신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GS칼텍스가 현행법 위반 의혹까지 받을 정도로 토지 매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 역시 토지소유자인 금호석화보다 먼저 개발권을 따내 추후에 있을 양 측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실제 GS칼텍스는 적량지구에 대한 토지소유권이 없음에도 금호석화와 적량지구 개발계획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금호석화가 적량지구 땅 주인이긴 하지만 개발 신청은 GS칼텍스보다 한 발 늦어 ‘울며 겨자먹기’로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게 금호 측 설명이다.국토해양부 관계자는 “GS칼텍스가 먼저 개발 행위에 대한 허가를 신청했고 금호석화가 나중에 신청했는데 두 회사의 신청 지역이 중복되기도 하고 인접해 있어 협상을 통해 조정할 것으로 권고했다”고 밝혔다.그러나 협상은 답보상태에 빠져있다.GS칼텍스 관계자는 <매일일보>에 “현재 추진 중인 여수산단 내 대규모 개발 계획에 금호석화 소유 토지가 포함돼 있어 양사가 협의 중”이라며 “현재 협상 마무리 단계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금호석화 관계자는 “협의가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이견이 있다”며 “합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GS칼텍스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적량지구 ‘땅 전쟁’ GS칼텍스 VS 금호석화 재점화

사실 GS칼텍스는 이전에도 적량지구를 두고 금호석화와 ‘땅 전쟁’을 치른 적 있다. 지난해 9월 여수시는 시 소유로 갖고 있던 적량지구 땅 25만여㎡를 공개 입찰에 붙여 민간에 매각한다고 선포했다.적량지구는 수많은 공장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던 여수산단과 그 인근 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은 공장용지였다. 이내 GS칼텍스와 금호석화를 비롯한 여러 업체가 눈독을 들였다.특히 GS칼텍스는 국내 정유시장 점유율이 최근 5년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었고, 여수산단 내 우순도-장구미 공유수면 103만㎡를 매립해 세우려던 정유공장 및 에너지시설 신축 계획이 조건 미달로 무산된 상태였다.매립 실패 이후 “매립을 당분간 하지 않겠다” 선언하기도 했다. 그 사이 수입업체들의 점유율은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금싸라기’ 땅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적량지구다. 규모도 매력적이지만 적량지구는 공유수면 매립에 비해 경제성과 접근성이 탁월했다.하지만 워낙에 입지 조건이 좋다보니 금호석화도 적량지구를 차지할 날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었고 결국 두 회사는 공개입찰에서 ‘땅 전쟁’ 1차전을 개전했다.하지만 GS칼텍스의 사활을 건 ‘땅 전투’에도 불구하고 적량지구는 예상 낙찰가의 2배 가까운 금액인 450억원을 써낸 금호석화의 품으로 돌아갔다. GS칼텍스는 불과 몇십억원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적량지구 땅을 간발의 차로 놓친 GS칼텍스는 입찰 발표 바로 다음날 금호석화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에 올해부터 벤젠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벤젠은 금호피앤비화학의 주생산품목인 페놀·BP 등 플라스틱류의 주요 원료다. 금호피앤비화학은 매년 벤젠 28만톤 가량을 사들여 제품을 생산하는데 이중 GS칼텍스로부터 공급받는 양은 1/3을 넘는 10만톤에 달했다. 금호피앤비화학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통보였다.당시 GS칼텍스는 공급가격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두 회사의 거래는 6년 동안 이어져온 것이었고 시점 또한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GS칼텍스의 금호에 대한 ‘감정적 보복’이란 평가가 중론을 이뤘다.이렇게 악화일로로 치닫던 적량지구 사태는 지난 1월 GS칼텍스가 금호피앤비화학에 벤젠 5만톤을 공급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하면서 다소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GS칼텍스가 국토부에 적량지구가 포함된 대규모 개발 계획을 신청하면서 금호석화와의 3차전이 시작된 상황이다.이와 관련, 금호석화 관계자는 “GS칼텍스가 협상을 염두에 두고 먼저 개발 신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