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 외국 제약사 ‘도매상’ 노릇하기 바쁘다

판매 대행 전체매출 60% 육박… 자체생산품 비율 갈수록 낮아져

2012-09-11     성현 기자

[매일일보 성현 기자] 관절염치료제 ‘케펜텍’으로 유명한 제일약품이 전체매출액 중 자체 생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제약회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23개 상장제약사 중 판매대행 비중 '1위'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올 상반기 직접 생산한 ‘제품’으로 매출 914억원을 올렸다. 이는 전체 매출 대비 41.43%다.반면 외국 제약회사나 국내 타 제약회사로부터 판권만 얻어 판매한 ‘상품’의 매출액은 1279억원이다. 비율로는 58.57%에 이른다. 이는 국내 23개 상장제약사 중 최고 수준으로 그 뒤를 유한양행(52.1%.2011년기준), 녹십자(44.2%.2011년기준) 등이 잇고 있다.  매출 비중으로만 따지면 제약회사라기보다는 약품 도매상에 가까운 수치다.이같은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제일약품의 최근 5년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대비 ‘판매 대행 상품’ 비중은 매년 50%를 넘고 있는데, 최근 들어 높아지는 추세다.실제로 지난 2009년에는 52.16%, 2010년에는 53.61%, 2011년에는 55.0%, 올 상반기에는 58.57%로 갈수록 판매대행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이 높아지고 있다.특히 일괄 약가인하로 다국적 제약사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 토종 기업인 제일약품이 외국계 제약사의 판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1959년 창업한 제일약품은 지난 50여년간 케펜텍, 제일파프 등 익숙한 약품들을 생산해 국민기업이라는 이미지로 친숙한 브랜드지만 최근 한국화이자제약, 다이이찌제약 등 다국적기업 제품들의 판매 대행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 가뜩이나 위기에 처한 국내 제약업계들로부터 눈총을 사고 있다.그 사이 대표 제품인 케펜텍의 매출 비중은 1998년 8.77%에서 2005년 6.97%, 올 상반기 2.53%로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회사 측 “R&D 투자 늘리고 있다” 해명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율도 낮다. 제일약품의 올 상반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율은 3.85%다. 국내 상위 제약사의 R&D 비율이 10%라는 점과 비교해보면 업계 서열 5위 기업답지 않은 숫자다.역시 최근 5년간 사업보고서를 살펴봐도 제일약품의 R&D 비율은 채 4%를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이 때문에 제일약품은 정부의 혁신형 제약사 선정에서도 10대 제약사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정부가 R&D 능력이 탁월한 유망 제약회사를 집중 육성하고자 실시한 ‘혁신형 제약회사 선정 작업’은 대형 제약사의 경우 실질적인 혜택은 크지 않지만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공을 들여왔다.이에 대해 제일약품 관계자는 “대형 외국계 제약사인 화이자 상품이 많아서 비롯된 비율로 현재 R&D 투자 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아직 외부에 알릴 단계는 아니지만 개발 완료 직전인 제품도 다수 있고 이를 통한 수익 구조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