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외국계 자산운용사 일감 몰아줘...관련업계 '불만'

2013-09-12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이 정작 위탁운용사 선정은 외국계 운용사에만 자금을 몰아준다는 지적이 관련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여기에 운용보수마저 낮게 설정돼 업계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강만수 KDB금융그룹 회장은 산은자산운용의 고객초청세미나에 참석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기금의 많은 부분이 외국계 운용기관에 위탁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고 말했다.이 날 국내 자산운용사 대표들도 금융감독원 부원장과의 회동 자리에서 연기금의 자산운용 실태에 대한 아쉬움을 전달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등이 해외투자에서 외국계 운용사 위주로 자금을 위탁한다는 것이다.연기금 중 가장 규모가 큰 국민연금의 경우 해외시장에 투자할 시 전부 외국계 운용사에 자금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국민연금은 국내시장의 경우 30조2578억원의 자금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를 30개 운용사에 위탁하고 있다. 이들 30개의 운용사 중 외국계 운용사는 10군데이다. 하지만 해외 주식시장의 경우 22조4666억원의 자금을 전부 33개 외국계 운용사가 맡아 전담하고 있다.이에 대해 관련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외국계 운용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에 비해 해외 시장에서 국내 운용사들에게 기회가 돌아오고 있지 않다"며 "수익률도 외국계 운용사가 확연하게 두드러진 것도 아닌데 결국은 외국계 운용사가 된다"고 말했다.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글로벌 주식에 투자하는 해외펀드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11.38%)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마이다스운용(4.23%), 교보악사운용(1.85%)순으로 집계됐다.동남아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가운데서는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운용이 각각 연초이후 18.39%, 17.59%로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이들 운용사는 모두 해외현지법인을 통해 직접 해외주식에 투자하고 있다.자산운용사들은 업황이 침체돼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실적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연기금들의 위탁수수료가 너무 박하다고 지적했다.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4월~6월) 자산운용사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1% 감소한 1044억원을 기록했다. 펀드수탁고 감소에 따른 운용보수 수익하락이 주된 원인이었다. 지난해 6월 82개 자산운용사들의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299조1000억원에서 올해 6월에는 293조6000억원으로 5조5000억원 소폭 감소했지만 주식형펀드 분야에서는 15조5000억원이란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이처럼 시장 환경이 불안정해 주식형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이 다시 유입되지 않는 환경에서
자산운용사들은 연기금 자금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기본보수는 20bp(0.2%)로 일반 공모펀드 70bp(0.7%) 수준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6개월 마다 위탁운용사 선정시 희망 수수료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운용사로 선정되기 위해 자발적으로 수수료를 낮춰 이것이 자산운용사의 실적악화로 되돌아오는 구조다.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부 연기금의 경우 기본 수수료가 일반 공모펀드에 비해 낮고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며 “최근 시장 상황이 안 좋아 수익률이 나지 않고 있어 인센티브를 기대할 수 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또 다른 운용사 대표도 금감원 부원장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연기금의 위탁운용 수수료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업계가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