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물 판 김삿갓도 울고 갈 ‘롯데마트’ 상술
인도에 불법매대 설치해놓고 임대료 받아 챙겨
[매일일보 성현 기자] 최근 롯데닷컴과 롯데백화점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꼼수 영업’을 해 연이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가운데 롯데그룹의 유통 체인점인 롯데마트 일부 매장이 마트 앞 인도변을 무단으로 점거, 천막을 치고 안하무인(眼下無人)식의 노상 불법영업을 자행하고 있는 사실이 <매일일보> 취재결과 확인됐다.
롯데마트 측은 지역상인들과의 상생이라는 명목으로 이같은 노상 판매행위를 진행했다지만, 실제로는 매출의 20% 가량을 천막 매장 임대료 명목으로 챙겨온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여기다 롯데마트 강원도 춘천점은 입점 당시 지역상공인들과 약속한 지역 생산품 판매 협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춘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등을 통해 드러났다.
‘상생 발전’이란 사회적 흐름에도 불구, 지역사회와의 협력에 뒷걸음질 치고 있는 유통공룡 롯데마트의 행태를 <매일일보>이 뒤쫓아봤다.
인도에 천막치고 지역상인 끌어들여 매출의 2할 임대료로 챙겨
취재 시작되자 관할 구청 뒤늦게 단속 나서 “과태료 부과 방침”
롯데마트 측 “위법성 인정… 좋은 취지로 시작한 것” 해명
강원도에선 현지 농수산물 외면… 지자체 실태조사도 거부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423-2번지에 있는 롯데마트 월드컵점은 지난 8일부터 2주간의 일정으로 ‘태풍피해로 인한 긴급정리’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마트 입구 앞 인도에서 무려 16개 의 몽골텐트를 친 채 특별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름만 놓고 보면 태평 볼라벤과 덴빈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농민들의 고통을 덜고 자활을 돕자는 ‘좋은’ 취지의 행사다.
그러나 진열된 상품들을 살펴보면 태풍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가방, 의류, 지갑 벨트 등만 눈에 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롯데마트가 결국 태풍 피해 농가에 도움을 주고자 선의로 주머니를 여는 일반 소비자를 노리고 ‘꼼수 영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입점수수료 또한 높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역상인들과의 상생차원에서 기획한 행사”라고 주장했지만 롯데마트가 행사 참가업체에 자리를 내주고 받은 임대료 명목의 수익은 판매액의 18~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이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 이 천막은 매장이 아닌 건물 밖 인도에 있어 불법 시설물에 해당한다.
지난달에도 롯데마트 월드컵점과 같이 붙어있는 롯데아울렛이 이같은 불법인도영업을 자행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불법영업을 재개해 현행법과 지역주민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11일 <매일일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월드컵점 관할지자체인 광주 서구청은 현장조사를 진행, 시정 명령 절차에 들어갔다.
광주 서구청 관계자는 “매장 밖 인도에 있는 건축물(천막)은 명백히 건축법에 위반되는 불법 건조물”이라며 “현장조사를 통해 행정처분을 내리는 등 시정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서구청은 현장조사 결과 위법 사실이 확인되는대로 시정명령(철거 명령)을 내릴 방침이며, 롯데마트가 이를 따르지 않으면 2차 시정 명령이 뒤따르고 이마저도 수용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관계자는 “건물 밖에서 하는 영업행위가 위법 사항이라는 점을 감안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고 위법성을 인정한다”며 “행정관청에서 처분을 내리는대로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지역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한마디로 김삿갓이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것이나 진배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공용시설인 인도를 불법 점거해 매대를 설치해 놓고 지역 중소상인들을 끌어들여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임대료로 받아온 롯데마트의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지역상인·농산물 외면… 실태조사에 ‘모르쇠’ 일관
한편 롯데마트는 입점 조건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공산품이나 농수축산물을 일정수준 이상 납품받아 판매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행태는 타 지역에 비해 농수축산물 생산 비중이 높은 강원도에서 확인돼 ‘상생 발전’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2년도 강원도 춘천시 행정사무감사’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롯데마트 측은 춘천상업경영인협의회와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우선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이 협약서에는 춘천시의 특산물인 닭갈비를 비롯, ‘수아르’와 ‘소양강’이란 브랜드로 생산되는 복숭아 및 토마토, 오이 등의 상품을 해당 코너 동일상품과 확연하게 구분지어 진열·판매하도록 명시돼 있다.
쌀의 경우는 강원도산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취급하도록 협의했다. 모두 지역농민 소득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롯데마트 춘천점은 전국적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춘천닭갈비만 협약서대로 이행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지원이 절실한 춘천산 복숭아는 타 지역 제품과 같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 쌀은 주력으로 내놓지 않고 있었다.
협의서 불이행은 특정 품목에 한정된 것도 아니었다. 롯데마트 춘천점과 춘천 석사점이 지난 2010년부터 지난 5월까지 납품받은 전체 농수축산물 중 춘천지역 상품은 각각 7.3%와 4.4%에 불과했다.
홈플러스 삼척점(27%)를 비롯해 이마트 강릉점(16%), 이마트 속초점(10%)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이를 제외한 다른 지역사회 공헌도도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마트 속초점의 전체 입점업체 대비 지역업체 비율은 30%, 홈플러스 삼척점은 43%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롯데마트 원주점의 경우 입점한 지역업체가 단 2곳에 불과했다.
또 다른 척도인 판매수익 외지유출도 심각했다. 도내 13곳의 대형마트 가운데 이마트 태백점이 100%를 지역은행에 예치했고 홈플러스 삼척점이 매출액의 10%를 예치했을 뿐 나머지 대형마트들의 예치비율은 제로였다.
심지어 롯데마트는 강원도 관계자가 현황을 알아보기 위한 활동을 할 때도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농수산물유통팀 관계자는 <매일일보>에 “도내 농수산물 등의 납품 실태를 파악하려 해도 마트 측에서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며 거부해 조사 자체가 어렵다”며 “조례를 통해 국세청에 신고된 납세 자료를 집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