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색사업 진출 열전 ‘눈길’

먹거리·청첩장·주차장 관리업 등...“대기업이 이런 사업을?”

2013-09-13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국내 대기업들의 이색사업 진출이 눈길을 끌고 있다. 주력사업에서 벗어난 일종의 ‘부업’ 개념인데, 흔하게는 먹거리 사업에서부터 청첩장, 주차장 사업에 이르기까지 그 면면도 다양하다. 이 같은 행보는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는 시기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 기업들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지나치게 무분별한 사업 확장은 자칫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하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력사업 벗어난 분야 사업 진출…그 종류도 다양해
신성장 동력 확보 이점 있으나 무분별한 진출 우려도

유업계 대표기업인 매일유업이 샤브샤브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오는 10월 초 롯데백화점 소공본점 뒤편 건물 지하 1층에 샤브샤브를 주메뉴로 내세운 중식 레스토랑을 오픈할 예정이다.매일유업 측은 현재 곳곳에 운영중인 레스토랑 중 한 곳의 컨셉을  바꾸는 것에 불과하다며 샤브샤브 시장 진출이라는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매일유업이 지난 2006년부터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려던 행보를 보였던 점에 비춰 시장진출 이전 검증 단계를 거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색사업 진출 왜?

사실 대기업들이 주력사업과 무관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웅진그룹은 교육·출판 계열사인 웅진씽크빅을 통해 ‘케아라니’와 ‘티로즈’라는 청첩장 제작 쇼핑몰을 운영하며 활발히 사업을 진행 중이다.이 사업은 당초 그룹의 IT시스템 계열사인 플래티늄미디어가 해오다 2007년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에 합병되면서 지주사에 넘어간 바 있는데, 다시 지난해 3월 웅진홀딩스가 지주사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웅진씽크빅에 사업권을 넘긴 것이다. 청첩장 시장 규모는 연간 약 4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아직까진 중소기업들이 상당수의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까닭에 웅진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GS그룹의 경우엔 GS칼텍스와 일본기업 파크24가 절반씩 자금을 출자해 만든 GS파크24를 통해 주차장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GS파크24는 현재까지 전국 곳곳에 80여개 주차장을 두고 있으며, 각 지역에 따라 수용가능 주차면수는 2대에서 800여대 이상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주력해오던 사업에서 벗어난 분야에까지 손을 대는 이유는 다양한 활로를 개척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특히 이들 기업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요즘에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신수종 사업을 찾는 상황이다. 일례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0년 미래 금 가격이 계속적으로 인상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 금광개발업체 순신개발(현 대우조선SMC)을 인수, 본격적으로 금광사업에 진출했다.현재 대우조선SMC는 전남 해남에서 국내 최대 금광을 보유 중이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금은 매년 300kg 이상으로 국내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대우조선을 함박웃음 짓게 만들고 있다.

시대흐름이 변수

하지만 이같은 이색사업진출이 무조건적으로 좋은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전망이 우수한 분야로 관심이 집중되는 시대적 흐름에 편승해 제대로 된 분석이나 사전준비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대우조선의 경우만 해도 금광산업으로는 긍정적인 성과를 냈지만, 반면 상조사업 분야에서는 쓴맛을 톡톡히 봤다.대우조선은 지난 2009년 자회사 대우조선해양건설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상조를 설립한 뒤 본격적으로 상조사업에 뛰어들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듦에 따라 상조사업의 전망이 밝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그러나 당시 업계에서는 대우조선이 수익성을 충분히 따지지 않은 채 성급하게 사업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졌고, 실제 시장의 우려대로 대우조선은 고전을 면치 못하다 결국 올해 3월 전격적인 사업철수를 선언했다.‘동반성장’과 ‘상생’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근래 들어서는 기업들의 타 영역 사업진출이 중소기업과 영세 상인들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논란에 휩싸여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대표적인 예가 바로 ‘베이커리 사업’이다. 삼성, 롯데 등 재벌기업들이 잇따라 베이커리 사업에 진출하면서 영세 상인들이 밥그릇을 잃게 된다는 이른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자 정부차원에서 제동을 걸었고, 결국 이들 기업은 해당 분야 사업에서 줄줄이 철수했다.정부는 비단 베이커리 사업 외에도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중소기업에 적합한 사업 업종을 지정하면서 해당 분야로 대기업 유입을 규제하고 있다.다만 아직까지는 자산규모가 5조원 이상인 대기업들에 대한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일각에서는 자본력이나 사업 운용 능력이 사실상 대기업과 다름없는 중견기업들에 대해서도 규제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이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김한기 국장은 “이미 중소기업, 혹은 영세상인들이 구축해 놓은 영역에 대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뛰어드는 것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라면서 “물론 기업들이 주력분야에서 벗어난 사업에까지 진출하는 것은 이윤을 추구하려는 기업 입장에서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지만, 시대적 분위기가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는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 무분별한 진출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