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비행청소년 그들도 ‘처음엔’ 피해자였다
<性학대가 불러온 ‘비행 쳇바퀴’> ‘성범죄 피해자’ 낙인 피하려 가출했다가 ‘나쁜 언니’ 잘못만나 10代 포주로 탈바꿈
2010-01-09 류세나 기자
범행가담으로 피해 기억으로부터 ‘도피’…결국 ‘소년범’
상대적으로 낮은 자아 존중감 탓에 쉽게 범죄에 빠져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10대 여자 청소년들의 ‘막가파식’ 범죄는 도를 넘은 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남자 청소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범죄비율이 낮은 여자 청소년들의 범죄는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이들의 비행요인 등에 대한 연구도 적었다. 이 같은 영향 탓일까. 소년범죄에서 여자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97년 전체 소년범에서 여자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8.4%에 불과했으나 2001년에는 18.4%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여자 청소년들의 범죄율은 남자 청소년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여학생의 경우, 범죄 피해경험이 범죄로 진입하게 되는 통로로 작용하게 된다는 데서 사정은 달라진다. 대다수의 범죄는 남자보다 여자가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전문가들은 범죄유형 중 특히 ‘성적학대’ 경험이 여자청소년들을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하게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자청소년들의 성적학대 경험이 범죄진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매일일보>이 취재했다.
성추행 피해경험, 범죄가담으로 이어지기도
본드흡입∙원조교제 등 비행비율학대경험 없는 집단보다 높아
또 같은 ‘여자 비행청소년’이라 할지라도 성적학대를 경험한 여자 청소년과 이를 경험하지 않은 여자청소년 사이에는 비행의 정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프집 출입, 커닝, 무단결석, 가출, 불량서클 가입 등 5가지 일반 비행 중 성적학대 경험이 있는 여자청소년들이 보다 어린나이에 잦은 빈도로 이 같은 비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음주, 흡연, 본드나 가스 흡입, 환각약품 복용 등 4가지 약물 비행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이는 성관계∙원조교제 등 성비행 여부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드러났다.이는 이들 집단의 일부가 성인이 된 후에도 심각한 범죄경력자가 돼 반사회적 삶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와 관련 최 연구위원은 “‘성적학대’를 경험한 여자 비행청소년은 이를 경험하지 않은 여자 비행청소년에 비해 낮은 자아존중감을 갖고 있다. 때문에 자살충동을 느끼거나 자살을 기도할 가능성도 높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면서 “주목할 점은 이들이 비행행동을 저지른 비행청소년이기에 앞서 이전에 범죄피해(성적학대)를 당한 범죄의 피해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성범죄 피해를 경험한 여자청소년들이 도피수단으로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얘기로 귀결된다. ‘성적 피해자 낙인→가출→비행집단 합류→범죄가담→비행청소년 전락’이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성적학대경험과 비행의 상관관계다.체계적∙구체적 치유프로그램 마련 시급
이 같은 일련의 ‘범죄자 양성’을 막기 위해 전문가들은 성범죄 피해를 경험한 여자 청소년들에 대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경험으로 인해 생긴 낮은 자아존중감을 회복하고 정신적∙육체적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이와 관련 성결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신연희 전임강사는 “성적학대는 여자청소년의 생애과정의 연속선상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다. 따라서 치유프로그램의 방향은 발생 원인과 직면한 현실, 그리고 성적학대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장기적 효과까지 고려돼야한다”며 “성적학대 과정을 세부단계로 구분한 후 단계별 개입수준과 개입목표를 논의해야 효과적인 치유프로그램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