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실패한 투자 책임은 누구에게?

지금 금융권은...‘불완전판매’ 투자자 피해 소송으로 '야단법석'

2013-09-21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모든 금융상품의 투자자와 판매자(중개자 포함)의 관계는 ‘동상이몽’이라 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원하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세상에 안전하면서 수익률 높은 상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설득?)하면서 투자를 유치해야 할 뿐 아니라 위험성이 높은 상품일수록 중개수수료도 두둑하기 때문이다.이러한 양자간 입장 차이에서 불거지는 문제가 ‘불완전판매’ 논란이다. 투자상품이 수익을 냈을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판매자의 설명’이 투자결정과정에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따져 손해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최근 법원 판결이 나온 ‘불완전판매’소송들의 쟁점사항들을 짚어보면 거의 동일해보이는 상황에 대해서도 재판부의 판단이 정반대로 엇갈린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어 관련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불완전판매’, 판매처 책임 어디까지...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증권과 현대증권·대우증권 등 비슷한 사항으로 증권사들에 대해 투자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판결이 정반대로 내려진 것으로 나타났다.투자자들은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이들 증권사의 ‘불완전판매’로 손해를 입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이 증권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위와 같은 소송의 중요 사항은 금융회사들이 금융상품을 판매할 당시 발행처의 중대 사항에 대해 고객에게 알리지 않는 책임을 금융회사에 물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법원은 투자자들의 주장에 대해 SK증권에게는 ‘책임 없음’을 현대와 대우증권에게는 ‘귀책 사유’가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은 대한해운 소액주주 김모씨 등 16명이 대한해운 공동관리인과 현대증권, 대우증권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재판부는 “유상증자의 대표주관사인 현대증권과 공동주관사인 대우증권은 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서 대한해운에 관한 일부 사실을 누락했다”며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이 입은 손해에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같은 날 비슷한 사항으로 투자자로부터 피소된 SK증권은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했다고 공시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이 “SK증권이 정기용선계약서 위조사실을 알지 못한 데 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해 원고인 삼성생명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SK증권은 밝혔다.지난 5월 삼성생명은 SK증권·SK 해운·산은자산운용을 상대로 343억6867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2008년 산은자산운용이 조성한 ‘산은하이앤로직스사모특별자산 1호’사모펀드에 가입했다. 하지만 이후 ‘하이앤로직스’가 제시한 용선계약서가 위조로 드러났고 손해를 본 삼성생명은 펀드를 조성하고 판매한 3개사에 소송을 제기해 패소한 것이다.

같은 사안이라도 상황 따라 판결 내용 상충...투자자 주의

하지만 올해 2월 삼성생명은 똑같은 사항에 대해 SK증권에게 승소한 바 있다. 동일 사안에 대해 법원이 상이한 판결을 내놓은 것이다.지난 2008년 삼성생명은 SK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이 함께 조성한 ‘산은퍼스트쉽핑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에 투자했다. 하지만 선박업체 퍼스트쉽핑 대표 역시 용선계약서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 펀드가 해산되면서 삼성생명이 SK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지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삼성생명에게 SK증권은 손해배상금 138억여원을 산은자산운용과 연대해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 역시 선박업체 대표가 ‘용선계약서’를 위조한 사실은 같지만 법원의 판결이 달리 나온 것이다.일반적으로 선박투자펀드는 선박을 담보로 선박 제조사에 대출을 해주고 용선사(선박 사용사)로부터의 임대수입과 함께 선박을 매각해 추가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그런데 펀드의 주된 구성요소가 ‘위조’로 밝혀져 이에 대한 관리 책임을 금융회사에 물을 수 있느냐는 것이 이번 소송들의 주요 쟁점이지만 같은 사항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판단을 달리해 일반인 입장에서는 소송 결과에 대해 가늠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SK증권 관계자는 “연초 소송과 이번 소송 사이에 큰 차이점은 없다”며 “재판이 진행 중인 상태고 아직 1심이라 더 지켜봐야 하지만 재판관의 시각 차이로 결과가 달리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이어 이 관계자는 비슷한 사안에 대해 달리 법 적용이 되는 부분에 대해 “소송이란 게 설명하기가 힘들다”며 일반인적인 관점에서 법리 해석이 다른 점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했다.최근 금융권 ‘불완전판매’관련 소송에 대해 한 변호사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소송들에서 판매처인 금융회사들의 정보력을 감안할 때 발행처의 중대 사항을 전혀 몰랐다고 하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한편 투자자보호 관련 소송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며 대부분의 소송이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것으로 상품설명과 권유단계에서 주로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난해 투자자보호 소송은 50건으로 선관주의의무, 충실의무와 관련된 소송이 13건이었다. 투자권유와 관련된 소송은 총 37건인데 적합성(적정성)원칙 13건, 설명의무 14건, 부당권유금지 10건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