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차 UN총회, 최대 이슈는 한중일 역사·영토분쟁
일본 측 총회 기조연설 수위 따라 공방전 가능성
2013-09-21 김경탁 기자
韓 “일본 말하는 거 봐서…”
일단 외교부의 입장은 김성환 장관에 앞서 기조연설을 진행하는 일본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발언 수위에 따라 김 장관의 기조연설 내용과 수위를 조정한다는 계획이다.우리 정부는 UN총회 기조연설에서 순수한 양자사안을 제기하지 않는 관례에 따라 일본을 직접 거론하며 위안부 문제를 꺼내기보다 2차 세계대전 등 과거사에 대한 미미한 반성에서 비롯된 문제들을 공론화하고 해당국의 반성을 촉구하는 식의 방안을 선택할 것이란 관측이다.일본이 독도를 자기 영토라고 선언한 시점이 한반도 병탄 야욕의 출발점인 러일전쟁 시기였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위안부 문제와 최근의 한중일 영토분쟁 문제가 일본의 ‘반성하지 않는 역사’라는 맥락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예상된다.노다 총리는 독도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를 겨냥해 일본이 국제법과 해양법을 준수하면서 법을 지키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영토·영해 문제를 ‘국제법’에 따라 해결하자고 주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한중일 영토홍보전 전망
노다 총리는 특히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자는 일본의 제안에 한국이 응해야 한다는 입장도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으로 보여 영토 문제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즉, 노다 총리의 연설 수위가 강할 경우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격하게 이어지면서 유엔 총회장이 한중일 3국의 영토 홍보전으로 들썩일 수 있다는 말이다.중국의 경우, 일본 정부의 11일 센카쿠 열도 국유화 조치 등 영토 도발을 비판하면서 강하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국유화 조치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은 “일본의 댜오위다오 구입 결정은 어릿광대짓”이라고 쏘아붙이는 등 강경일변도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중국 정부는 앞서 13일 센카쿠 열도 주변 해역을 ‘영해’라고 처음으로 발표하고 영해도와 영해기선 좌표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했으며, 16일에는 동중국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중간선을 주장하는 일본의 주장을 반박, 중국의 동해 대륙붕을 영해선으로부터 200해리를 넘는 지점까지 연장을 요구하는 ‘대륙붕 연장 방안’을 유엔 대륙붕 한계위원회에 냈다.독도보다 위안부 문제에 초점
중국의 공세적 대응과 달리 우리 정부는 독도 문제가 아예 논란거리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제로 일본의 ‘국제 공론화’ 전략을 방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독도를 실효지배 하는데다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한국의 고유영토로 영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정부는 일본의 대응 등을 살펴보고 입장을 정리해 28일로 예정된 김성환 장관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정부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며, 독도 문제보다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를 논쟁의 중심으로 이끈다는 계획이다.우리 정부는 총회 기간 동안 유엔 무대에서 위안부 문제를 적극 공론화해 일본을 압박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와 같이 6개의 유엔 위원회 중 인권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앞서 일본 위안부 문제는 유엔 인권이사회 여성폭력특별보고관 보고서와 인권소위원회 특별보고관 보고서, 고문방지위원회 등 유엔에서 수차례 논의되면서 일본 정부의 책임에 대해 회원국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이와 관련해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위안부 관련 사안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기하는 것이 적절한지 또 일본 측이 어떻게 나오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