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외환은행 딜레마’

하나금융-외환은행 7개월째 끝없는 마찰...이번엔 IT통합 놓고 대립각

2013-09-21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 황동진 기자]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정태)가 ‘외환은행 딜레마’에 빠졌다. 오랜 설득과 협상 끝에 품에 안은 외환은행이지만, 강성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융합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IT부문 통합 추진’ 등을 두고 노조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후 5년간의 독립경영을 보장하는데 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IT부문 통합 등을 시도, 약속을 어겼다고 반발하며 파열음을 내고 있다. 하나금융으로서는 난감할 노릇이다. 정공법을 택하자니 노조반발이 불 보듯 뻔하고, 가만히 내버려 두자니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선 인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품은 지 7개월째 마찰...‘글로벌 은행50진입’ 적신호
외환 노조, “이번 하나금융 IT통합은 ‘5년 독립경영 보장 약속’ 깨버린 행위”

김정태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 후 ‘글로벌 은행 50진입'을 천명했다. 자산규모 107조원의 외환은행을 안은 하나금융은 순식간에 총자산이 290조원을 넘으며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KB금융지주를 밀어내고 서열 3위에 올라섰다.그러나 하나금융에 편입된 지 7개월이 지난 지금 ‘글로벌 은행 50도약’은 커녕, 이대로 가다간 도리어 토해내거나, 둘 다 무너지는 최악의 경우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에겐 버거운 외환

최근 하나금융은 검찰이 외환은행 지분 인수 당시 하나금융 경영진의 배임 혐의를 포착, 담당 직원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의 수사 진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 그리고 정치권의 압박 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검찰 수사와 함께 외환은행 노조와의 끊임없는 마찰은 하나금융을 곤궁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특히 외환 노조와의 마찰은 인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최근 노조는 하나금융이 IT(정보통신)부문 통합작업을 진행하자 강경 투쟁을 펼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실제 IT통합에 반발한 노조 4000명은 외환은행 을지로 본점에 모여 독립경영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익명을 요청한 노조 측 한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이미 통합을 전제로 일방적인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합의사항을 위반했다”며 “IT통합작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엔 집회 규모를 늘리고 투쟁수위를 높여나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노조에 따르면 최근 김 회장이 외환은행 IT부서장들을 소집하고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으며, 이미 외부 4개 업체에 IT 통합과 관련 컨설팅 제안요청서를 발송하는 등 IT통합 작업을 가시화하는 것은 당초 약속한 ‘5년 독립경영 보장’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또한 ▲외환은행 공채 폐지 및 채용방식 ▲점포증설 제한 ▲고객정보 요구 ▲IT신규투자 및 PF대출 사전승인 문제 등 당초 마찰을 빚었던 사안에 대해서도 약속과 달리 하나금융이 간섭을 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노조 관계자는 “1지주 2은행 체제에서 IT통합은 법으로 금지가 되어 있음에도 하나금융은 법을 바꿔서라도 통합을 관철시키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알고 있다”면서 “이사회를 몰래 열어 통과시킨 것만 봐도 하나금융은 서로 간 지켜야할 신뢰를 저버린 셈”이라고 힐난했다.올해 2월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의 최소 5년간 독립법인으로 존속하며 행명도 그대로 유지키로 하는 합의서를 작성했다.아울러 인사 및 노사관계에 대해서도 간섭하지 않으며, 인사 및 노사담당 임원은 외환은행 출신으로 선임하기로 했다. 또 인위적인 인원감축은 하지 않으며, 현재 영업점 점포 수 이상의 점포망을 운영하기로 합의했다.이외에도 외환은행 직원들의 급여와 복지 수준도 현 상태로 유지하기로 했다.

하나금융,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끙끙’

하나금융은 난감하다. 하나금융 측은 이번 노조의 주장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하며, 노조의 성난 감정을 자극시킬까 ‘전전긍긍’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IT통합은 통합 차원이 아니라 외환은행 IT시스템의 소프트웨어적 업그레이드에 불과하다”며 “이는 앞서 7월에 가진 워크샵에서 서로 합의를 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이어 “이사회를 몰래 열었다거나 하는 그런 일은 전혀 없으며, IT통합추진은 전산 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다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업계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한다. 리처드 힐 SC은행장이 노조의 극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경 태도를 관철시켜며 사태를 수습했듯이 하나금융 역시 정공법을 택하든지 아니면 외환 노조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는 분명한 노선을 취해야만이 외환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일각에서는 외환은행 노조와 갈등이 반복되면서 하나금융 마저 조직 내 불협화음을 내는 것을 우려하며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김 회장의 경영행보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