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 나가는 ‘신격호 부동산’
새 정부 규제완화 ‘롯데가 뜨는’ 이유는
[매일일보=이광용 기자]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부동산 사랑’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신 회장이 보유한 땅들이 잇따라 대박을 터뜨리면서 ‘새 정부 들어 너무 잘 나간다’는 비아냥이 롯데에 쏠리고 있다.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 방침을 계기로 특혜 시비마저 일고 있다. 여기에는 롯데의 그간 부동산 투자에 대해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담겨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이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롯데호텔을 애용한 것에서부터 각종 부동산 개발 허용과 용도개발이 잇따르자 정권 차원의 ‘롯데프렌들리’로 비쳐지고 있다.
롯데가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로 난항을 겪었던 인천 계양구 골프장 건설 사업이 지난해 4월 국토해양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것도 특혜 시비를 불렀다.
롯데는 이어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롯데칠성 부지가 상업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돼 독보적인 수혜기업으로 꼽혔다.
롯데에 얽힌 ‘땅 이야기’를 풀어본다.
신 회장 땅 계열사 잇따른 매입 “부적절” 구설수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 MB-롯데 밀월 의혹 여전
롯데칠성 부지·인천 골프장 순항 곱지 않은 시선
땅에 대한 애착이 형제간 불화를 불러오기도 했지만 신 회장에게 땅은 사업의 기반이자 종잣돈에 다름 아니다.
신 회장의 부동산 재테크의 절정은 최근 우여곡절 끝에 허용으로 가닥을 잡은 ‘제2롯데월드’ 신축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로부터 계열사 부지개발 허가를 따낸데 이어 112층 555m 규모의 롯데월드를 또 지을 수 있게 되자 롯데그룹은 기세가 등등해 졌다.
롯데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인 인천지역 골프장 건설 사업도 활로를 모색해가고 있어 또 한번의 부동산 신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롯데는 최근 승승장구를 거듭하면서 재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롯데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러나 샴페인을 나눠 마실 입장은 아닌 듯 보인다.
신 회장의 부동산 안목이 최근에 빛을 보게 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재계에서는 정부와 롯데의 밀월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롯데에 집중되는 듯한 인상과 각종 규제완화로 롯데가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14년 숙원 ‘제2롯데월드 저주’ 해소
친구게이트·정경유착 등 특혜 의혹
신 회장의 여망에도 불구하고 서울공항 비행안전 등을 놓고 국방부와 공군, 지역주민들의 반대 여론 때문에 제2롯데월드의 탄생은 번번이 좌절을 겪어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지난해 4월 허용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정부는 서울공항 활주로 방향을 3도 변경하는 대안을 마련했고, 행정협의조정위는 공군과 롯데가 활주로 조정 비용 등 후속 조치를 협의해 보고하면 최종 허용할 방침이다.
제2롯데월드 건설로 롯데는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사 중엔 연인원 250만명, 완공 후에도 2만3000명의 상시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가 한국의 랜드마크로 해외에 알려질 경우 외국 관광객이 연간 15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롯데 측은 예상한다.
그러나 이같은 롯데의 행보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야당에서는 제2롯데월드 신축 허용을 대통령 친구를 매개로 한 신정경유착이자 재벌 특혜 그리고 친구 게이트라고 공격하고 있다.
정경유착 의혹은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을 겨냥한 것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동창이란 점이 의심을 사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부터 롯데호텔을 애용하고 스포츠센터를 자주 이용하면서 롯데에 특별한 애착을 갖게 됐다는 주장도 있다.
‘땅 규제’ 술술 풀린 이유는
제2롯데월드 뿐만이 아니다. 롯데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동산을 짓눌렀던 규제를 풀어내고 수혜를 입어 부러움과 특혜 시비를 동시에 샀다.
롯데는 부동산 자산만 10조원에 이를 정도의 ‘부동산 재벌’로 평가받는다. 서울 서초동의 롯데칠성 물류센터 비지와 독산동 롯데알미늄 부지 등 고가의 땅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 7만㎡의 땅은 지난해 11월 서울시의 용도변경 완화정책에 따라 상업지역으로 바뀌게 됐다. 당시 부지 용도규제 완화를 강력히 주장했던 기업들 가운데 롯데그룹은 독보적인 수혜기업으로 꼽혔다.
상업지역 용도변경에 따라 롯데는 그동안 표류했던 물류센터 부지에 ‘복합타운’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탄력 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서울시의 용도변경이 롯데를 염두에 둔 특혜성이라는 지적을 부른 가운데 그를 앞둔 롯데의 행보가 의문에 휩싸였다. 서울시 발표를 앞두고 10월 초 롯데칠성 물류기지와 동일한 블록에 있는 땅 3개 필지를 개인으로부터 사들였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롯데의 땅들이 규제를 뚫은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인천 계양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롯데의 수도권 지역 골프장 건설 사업도 추진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신 회장은 이미 자신이 보유한 이 일대 땅을 계열사에 매각해 504억여원을 벌어들였다. 롯데호텔을 비롯한 9개 계열사가 신 회장의 땅을 사기 위해 5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계열사에 부동산을 팔아 양도 차익을 지나치게 얻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골프장 건립 계획이 국토부의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고 있다. 시민단체가 100일이 넘도록 릴레이 단식으로 맞서고 있지만 제2롯데월드의 경우처럼 ‘허가’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신 회장은 과거에도 충북 충추시 목행동 일대의 땅을 2002년께 100억원에 계열사에 팔았고, 신 회장의 딸인 신영자 부사장도 지난 2000년 경남 진해시 진례면 토지를 롯데상사에 6억여원에 처분한 바 있다.
수십년에 걸친 롯데의 부동산 투자 노하우가 최근 더욱 빛을 발하자 재계에서는 “신격호 회장의 부동산에 대한 혜안(慧眼)은 독보적”이라면서도 “롯데의 숙원사업이 잇따라 규제에서 벗어나자 일각에서는 변칙이나 특혜, 유착 등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광용 기자 <skynpine@sisa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