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청소년들의 일그러진 용돈벌이 방식…‘조건사기’를 아시나요
“신음소리 들렸다 출동하자”…원조교제 성매매男 협박해 금품 갈취한 10대 13명 덜미
2010-02-06 류세나 기자
‘조건녀+협박조+망조’…치밀한 범행 시도
청소년 탈선방지 사전․사후 정책 ‘백지상태’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인터넷을 통한 ‘청소년 사이버 범죄’가 활개치고 있는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생면부지의 청소년들이 채팅, 카페 등을 매개로 만나 범행을 모의하고, 범행대상을 물색하는가 하면 온라인상에서 만난 사람과 은밀하게 性을 거래하기도 한다. 특히 인터넷은 청소년 중에서도 ‘가출청소년’들의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데 이들은 ‘채팅’ 등을 통해 또 다른 가출청소년을 만나 무리지어 생활하고, 또 역시 같은 ‘채팅’을 통해 용돈벌이도 하고 있었다. 돈을 얻기 위해 원조교제는 물론이고 원조교제를 한 성인에게 이를 빌미로 한 금품갈취와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범행수법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조건만남(성매매를 조건으로 하는 만남) 사기’의 준말, ‘조건사기’로 불리며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 추세다.
사이버시대, 가출해도 숙식 걱정 없다?
이 사건에서 성매수남과 성매매를 한 일명 ‘조건녀’ 역할을 했던 D양(17․불구속)은 지난 겨울방학 당시 부모와의 마찰로 가출을 감행했다.(현재는 집으로 돌아간 상태) 하지만 당시 D양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지낼지 걱정을 하기는커녕 가벼운 발걸음으로 PC방을 찾았다. 왜냐하면 가출청소년들이 인터넷 모임을 통해 만난 후 함께 모여 집단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들과 합류하지 못하더라도 집에서 챙겨 나온 약간의 돈으로 당분간은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인터넷에서 D양이 머물 곳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또 ‘여자’라는 사실은 남자에 비해 비교적 유리했다. 원조교제 등을 통한 ‘용돈벌이’가 용이하기 때문.D양이 머물게 된 곳은 A군 등이 생활하고 있던 수원의 한 오피스텔. 당시 그곳에는 십대 중반부터 20대 초반의 가출인 7~8명이 기거하고 있었다. 이들 중에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아닌 청소년 쉼터에서 만나 함께 살게 된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성매수男, “원조교제 안했다”
범죄사실 숨기기에만 급급
청소년 원조교제 방치 언제까지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가출 후 성매매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인 원인은 ‘생활비가 필요해서’다. 유흥에 앞서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하지만 청소년의 가출과 그로 인한 성매매 고리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거의 백지상태인 상황이다. 청소년 성매매의 90% 이상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이뤄지는데도 정부의 관리·감독은 부실하기만하다. 하루에도 수 백 개씩 생겼다 사라지는 인터넷 사이트를 모두 모니터링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일까. 관련부처가 인터넷 매체환경 모니터링을 위해 배치하고 있는 직원 수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가족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아동청소년매체환경과 직원 중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는 직원은 단 3명뿐이다. 가출청소년들의 사후관리 역시 미흡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청소년쉼터가 지목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부지원과 후원금이 줄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쉼터의 개수도 많지 않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에 따르면 청소년쉼터는 전국적으로 100여개 미만이다. 협의회가 파악한 93개소 중 77개소만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는 민간 법인이 운영하고 있다.지난 5일 현재 모 포털사이트 가출 관련 카페 중 하나인 ‘가출한 십대들의 모임’의 회원수는 11,04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이와 같은 커뮤니티를 통해 함께 살 동성 또는 이성을 구하고, 함께 ‘용돈벌이’ 범행에 가담할 또래를 찾고 있다. 이 사이트는 해당 포털사이트에 ‘가출’이라는 단어만 입력하면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