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탄...흔들리는 신동빈‘경영체제 위기인갗

의혹 1…오너일가들 ‘계열사 주식 헐값인수 논란??’

2005-03-21     나정영 기자

의혹 2…공정위 부당내부거래 조사 발표 왜 아직 안 하나?

명품관 ‘애비뉴엘’ 노점상 반발로 유통업 비상
안팎으로 시달리는 롯데…‘신동빈호’ 체제 ‘흔들’

‘신동빈호’가 고민에 빠졌다. 소공동 롯데 명품관 프로젝트가 성난 노점상들의 강력한 반발로 표류하고 있다. 여기에 72세 노인 사망 사건과 롯데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급기야는 신격호 회장까지 귀국, 사태를 수습하는 등 신 부회장 체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야심(?)차게 준비해온 명품관 개점일을 앞두고 노점상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고 이런 와중에 마무리 공사를 하지 못해 오픈일을 지난 18일에서 오는 25일로 연기한 상태이다. 또 정식 개점을 앞두고 하루 전 주요 고객 1천 명 가량을 초청해 먼저 쇼핑 기회를 주는 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나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태다. 그동안 롯데측은 노점상 강제철거에 나섰다가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물의를 빚었다. 또다시 명품관 개점 날짜를 맞추기 위해 강제 철거를 강행할 경우 최악의 사태는 불을 보듯 뻔하다. 롯데가 국내 최초로 고급 명품백화점을 세워 유통업계의 한 획을 긋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틀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롯데는 신세계백화점의 본점 재개발로 위협을 받고 있었다.
신세계는 오는 8월 신관과 구관을 합쳐 1만7000여평 부지에 지하 7층 지상 19층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롯데 본점도 예정대로 25일 명품관이 개설되면 본점과 영플라자를 포함해 2만5000평 규모의 쇼핑타운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유통업계는 대형화와 고급화로 탈바꿈하면서 업체들간에 보이지 않은 경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유통업계는 롯데, 신세계, GS의 3강 구도로 판이 짜이고 앞으로 3∼5년 뒤엔 판도가 어떻게 뒤바뀔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에서인가 롯데의 변화는 지난해 10월부터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 체제로 돌아섰고 좀처럼 인력을 감원하지 않던 그룹의 인사관행을 깨고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지난해 말 호텔롯데가 창사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광고기획사인 대홍기획도 15명을 사실상 해고로 여겨지는 대기발령에 조치했다.
또 희망퇴직이 아닌 대기발령이란 강수를 뒀다는 점에서 당시 롯데그룹은 물론 광고업계에도 충격을 주었다.

호텔롯데의 경우도 지난해말 직급에 비해 연령대가 높은 10년 이상 근무 직원들을 정리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 총 93명을 줄였다. 이는 호텔롯데 창사이래 첫 인력 구조조정이었다.
또 한 때 롯데그룹 “실세중의 실세”로 불렸던 신동인 호텔롯데 사장이 신동빈 부회장의 급부상으로 그룹 핵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것도 변화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진행되면서 5촌 조카인 신동인 사장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 사장은 지난 2월 17일 개인적인 사유라며 롯데제과 대표이사와 이사 자리를 내놓았다.
또 롯데제과도 거래소 공시를 통해 대표이사가 한수길, 신동빈 2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신 사장은 이로써 그룹 주력기업 중 호텔롯데 롯데쇼핑의 대표이사 명함만 갖게 됐다.
그러나 장경작 호텔 사장, 이인원 쇼핑 사장이 전권을 행사하고 있어 실권에서는 사실상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이 주변에 얘기다.

롯데의 ‘불공정 밀어주기?’

이처럼 롯데그룹이 핵심인사 정리(?)와 인력구조조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다.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 계열사들의 부당내부거래 혐의를 집중 조사하는 가운데 롯데의 우량 계열사들이 부실 비상장사인 롯데캐피탈을 편법 지원했다는 논란이 있었고 신동빈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롯데정보통신 등 우량 계열사의 주식을 헐값에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던 것이다.

또 신동주·신동빈 부회장 등 롯데그룹 오너 일가들은 롯데쇼핑, 롯데정보통신 등의 주식을 헐값에 사들여 비상장 계열사를 경영권 승계에도 이용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롯데캐피탈 부실 해결을 위해 대규모 증자를 단행, 이 가운데 롯데쇼핑이 100억원을 참여했다. 롯데쇼핑은 이에 앞서 지난 2002년 말에도 300억원을 증자해 주는 방식으로 롯데캐피탈을 지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롯데캐피탈의 회사 가치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증자에 참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증권시장에서는 지난해 말 롯데캐피탈의 주당 순자산가치를 3000원 안팎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2년 연속 적자 기업인 만큼 일반 상장사의 액면가 5000원보다 높게 평가한 것은 편법 지원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롯데칠성 등 상장사의 배당은 담배값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도가 지나치다는 평이다.롯데칠성과 롯데제과는 지난해 주당 2000원, 롯데삼강은 75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롯데칠성의 지난 2월 17일 주당 주가는 95만 6000원, 롯데제과 75만 9000원, 롯데삼강은 11만 4000원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파악한 혐의를 중심으로 롯데의 부당내부거래를 조사해 3월중 발표한다”고 말했으나 아직 확실한 내용은 없다.
이에 대해 모 증권사의 한 관계자도“경영진이 비상장사의 주식 가치 평가는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롯데정보통신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신동주 부사장 등 2세들이 주당 5000원에 주식을 인수, 지분 20%를 취득한 것은 당시 이 회사의 주당 순자산가치가 12만원이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인수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았다는 해석이다.지금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롯데그룹 2세 경영자들이 싼 값에 주식을 매수, 그룹내 지분 늘리기에 나섰던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