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놀이의 중요성과 어른들의 역할
[매일일보] 인간을 표현하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줄 안다는 점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부르기도 하고, 다양한 물건을 만들 줄 안다는 점을 내세워 ‘호모 파베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특징에 앞서, 인간은 놀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 즉 ‘호모 루덴스’라는 표현을 강조하고 싶다.
한때는 ‘놀이’가 비생산적이고, 아이들의 건전한 성장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심지어 지금도 놀이라고 하면 미취학 아동에게만 적용되는 활동이며,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에게는 학습을 방해하는 요소로 간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옳지 않다. 우리는 어릴 때 친구들과 숨바꼭질이며 술래잡기, 소꿉놀이 같은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일정한 규칙(Rule)과 역할(Role)을 체득했다. 또한 더 재미있는 놀이 거리를 찾기 위해서 생각을 하곤 했다. 따라서 놀이를 주도하는 아이는 그만큼 생각을 더 할 줄 아는 아이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의 사회학자 로저 카유아(Roger Caillois, 1913~1978)는 놀이란 인간이 높은 수준의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근원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잘 놀 수 있게 하기 위해 우리 어른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우선, 놀이를 학습하듯이 가르치려 하지 말자. 가령 한 아이가 색칠 놀이를 한다고 치자. 이 때 어떤 부모들은 샘플과 비슷하게 색칠하도록 아이를 유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올바른 놀이 지도라고 볼 수 없다. 놀이는 채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을 명심하자. 오히려 아이의 결과물을 공유하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색칠을 했는지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음식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바람 직 하듯, 놀이도 골고루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테마파크나 키즈카페에서 종일 뛰어노는 것도 좋은 놀이 경험이다. 하지만 어떤 날은 부모와 함께 동네의 작은 공방에서 가죽공예를 체험해 본다든지, 케이크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렇게 다양한 놀이를 시도해 본다면 자녀와 색다른 추억도 쌓을 수 있고, 나아가 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는 행운도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
놀이는 멀리 있지 않으며 거창한 것도 아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놀이의 소재로 쓰일 수 있다. 그래서 놀이는 매일매일 행해질 수 있는 활동이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의 교육학자 마리아 몬테소리는 “Play is the Work of the Child” 라고 말한 바 있다. 모든 어른들이 놀이는 아이들의 삶의 일부이며, 나아가 아이들의 의무라고 생각해 보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