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의 백수탈출] 4차혁명 시대 일자리 보호는 답이 아니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67달러에 불과한 최빈국이었다. 경제 기반이 부족한 상태에서 소득 증가는 더디기만 했다. 1977년 1047달러를 달성해 1000달러를 넘기까지 24년이나 걸렸다. 1인당 GNI 1만달러를 넘은 것은 17년이 더 지난 1994년(1만168달러)이다.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이다. 이어 200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의 공적개발원조(ODA) 수혜국 지위를 벗어나 원조하는 국가 대열에 합류했고, 2018년에는 1인당 GNI가 3만달러를 넘어섰다.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이를 변화시키던 힘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이곳저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찰·소방·군무원 등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생은 21만9000명으로, 전체 취업준비생 40.6%에 달한다. 즉,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초등학생조차 미래 직업으로 공무원을 선호한다.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실패를 용인하지 않음으로써 어느새 청년들 최우선 가치가 안전한 직장이 되어버렸다.
현재 계속 하락하고 있는 제조업가동률은 놀랍게도 IMF 외환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성공한 기술이나 제품을 모방하는 빠른 추격자 전략 한계와 과거 패러다임 종말을 의미한다.
한국 산업구조는 전통적으로 오랫동안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해왔으며, 2차·3차 산업을 잘 활용한 나라다. 하지만 이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할 때다.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분야는 국가 차원에서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중이다. 최근 나온 산업연구원 보고서(2019년 중국 양회, 산업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양회를 통해 산업정책 기조에서 4차 산업혁명을 강조했다. 중국은 미·중 통상 분쟁을 우려해 ‘중국제조 2025’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관련 기술혁신과 제조업 구조고도화, 신산업 육성정책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 분야에서 우리나라보다 중국이 우위를 나타내고 있고, 신산업 분야 역시 앞서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만이 아니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 ‘인더스트리 4.0’을 성장동력으로 육성중이며, 일본은 ‘Society 5.0’을 추진, 4차 산업혁명의 컨트롤 타워로 미래투자회의를 설치하여 적극적으로 대처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흐름을 부정하는, 변화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기존 일자리를 보호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단기적으로는 옳은 결정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사회가 도태하면서 더 큰 대가를 치르는 순간이 올 것이다. 따라서 이런 방식은 고통을 지연시키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시간을 오래 끌수록 되레 감당해야할 고통은 커질 것이다.
4차 산업혁명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다. 물론 여러 문제점도 야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장점에 집중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사회에 무궁한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며, 궁극적으로 국가 생존 경쟁력이 강화되고 개인에게도 보다 나은 삶,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의 기회를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