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후 아이까지 낳아드립니다”
40대女 ‘대리모’ 빙자 수천만 원 가로채…대(代) 잇기 위해 대리모 만난 60대 노인의 꿈 ‘산산조각’
2010-02-28 류세나 기자
합궁 1달 만에 임신?…딴 사람 아이 임신 후 “우리 아이”
은폐 위해 낙태시술…낙태마저 숨기고 각종 명목 돈 요구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안녕하세요. 전 6살 된 딸아이가 있는 25세의 여성입니다. 혈액형은 B형이고 현재 전라도 광주에서 살고 있어요. 주기적으로 만남을 갖는 것도 괜찮고 함께 생활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물론 몸에도 아무런 이상 없이 건강하고요.”
지난 16일 새벽 6시께 한 여성이 유명 포털사이트 회원전용 카페 게시판에 자신의 나이와 혈액형, 거주지역 등 신상기록을 적은 글을 올렸다. 언뜻 보면 재혼을 원하는 남자 혹은 애인감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의 실상은 대리모를 자청한 한 여성의 구직(?)광고다. 불임부부의 간절한 소망인 아이를 대신 낳아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겠다는 것. 불임부부의 마지막 희망을 담은 대리모 출산, 하지만 은밀한 거래일수록 그에 따른 위험은 더욱 큰 법이다. 다른 여성을 통해 대리 출산을 원하다 아이를 얻기는커녕 수천여만 원만 날리게 된 60대 노인의 사연을 <매일일보>이 취재했다.
“조상님 뵐 면목이 없어서…”
충남 홍성에서 농사일을 하던 B노인 부부에게 20여년 전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연탄가스 유출 사고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고만 것. 이후 B노인 부부의 삶은 살아있지만 살아있는 게 아니었다고 한다. 위험에서 사랑하는 아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자신들의 불찰 때문에 대가 끊겼다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조금이나마 고통을 덜기 위해 둘째를 가져보려 노력했지만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또 대리모를 통해 B노인의 대를 이어보려고도 수차례 시도했지만 이 역시 번번이 실패했다. 그렇게 낙담하고 지내기를 수년. 2007년 말경, B노인은 동네 다방을 찾았다가 귀가 솔깃해지는 제안을 받았다. B씨의 사정을 알고 있던 다방 주인이 ‘수차례 아이를 출산한’ 여성과의 만남을 제의한 것. 포기하고 있던 차에 이 같은 제안에 마음이 동해진 B씨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2007년 12월께 부인 몰래 대리모 역할을 해주겠다는 여성을 만났다. 그렇게 만난 사람이 바로 A씨. 이 둘은 목적달성(?)을 위해 첫 만남과 동시에 모텔로 향했다는 게 경찰관계자의 전언이다.원정 임신작전의 결과는?
낙태 후에도 계속된 금전 요구
경찰조사 밝혀진 사건의 진상은 이렇다. 인천으로 올라와 B노인과 떨어져 살게 된 A씨가 인천으로 올라오자마자 낙태시술을 받은 것. 때문에 아이를 보여주러 내려갈 수도, 찾아오라고 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 A씨는 경찰에서 “병원에서 노산이라 기형아가 태어날 확률도 높고 아이가 건강하더라도 출산과정에서 아이와 산모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낙태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관계자는 “산부인과의에 따르면 기형아 여부는 임신 4달째에 알 수 있는데 당시 A씨가 수술은 한 시점은 2달째였다”며 “해당 병원에 A씨의 기록은 기형아 등의 이유가 아닌 단순 낙태시술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낙태 이후로도 끊임없이 돈을 요구해왔다. 변변한 직업도 없이 빚만 잔뜩 안고 있던 A씨에게 ‘돈 줄’은 B노인 뿐이었기 때문. 그런 A씨가 B노인의 아이를 출산했더라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시술을 받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 같은 정황 탓에 B노인 측은 ‘A씨가 임신했던 아이는 처음부터 자신의 아이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날 경우 친자확인을 통해 진짜 아버지가 밝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경찰관계자는 “아들을 낳아 대를 잇는 것을 중요시 여긴 어른들의 마음을 악용한 사기사건”이라며 “A씨는 B노인에게서 3억원을 받아내 브로커들과 나누고, 후에 갖은 핑계를 대 B노인 부인자리까지 꿰 찰 생각까지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