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사, 9년간 해외 주식투자로 4조원 손실 입어

2013-10-07     서정철 기자
[매일일보] 은행과 보험사들이 지난 9년간 해외 유가증권 투자로 4조원 가량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문책 경고, 주의, 감봉 등 극히 미약한 제재만 가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7일 금융감독원이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내 은행 및 보험회사 해외투자실태'에 따르면 국내 10개 은행과 19개 생명보험사, 14개 손해보험사는 지난 2003년부터 2011년까지 해외 유가증권에 투자해 4조원의 손실을 입었다.은행권은 9년간 849건, 8조3000억원 규모로 파생상품과 현금채권, 펀드, 주식, 채권, 예금 등 해외 유가증권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271건(31.92%), 2조2000억원이 회계장부상 손실로 처리됐다. 투자액 대비 26.6%가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은행의 파생상품 손실률은 89.2%로 우리은행이 1조2000억원 가량을 파생상품에 투자해 1조원 넘게 손실을 본 것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밖에 은행은 주식투자(54.43%), 펀드(25.94%), 현금채권(13.16%) 모두에서 높은 손실률을 기록했다.특히 은행의 주식투자 손실률(54.43%)은 생보사(3.81%)나 손보사(25.31%)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손해보험사들 역시 468건, 7조8600억원의 해외 투자를 진행해 117건을 손실 처리했다. 전체의 25%, 4300억원이 사라진 셈이다. 생명보험사는 지난 9년간 2427건, 27조5400억원의 해외 투자를 집행해 329건, 1조32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는 투자건수 대비 13.56%, 투자 금액 대비로는 4.82%에 달한다.금융당국은 은행, 보험의 해외투자 손실에 대해 미약한 제재를 가하는데 그쳤다.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이 은행의 해외투자 손실에 대해 제재를 가한 건수는 지난 9년간 137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126건(92.6%)은 우리은행에 몰려 있었다. 생명보험사 역시 37건의 금감원 제재 가운데 18건이 삼성생명, 8건이 AIA생명에, 손보사도 12건 가운데 8건이 현대해상에 대한 제재였다.제재 강도 역시 높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퇴직 은행장들에 대해 3개월 영업정지 상당(우리은행), 문책경고 상당(국민은행), 실무자들에게는 주의나 감봉 6개월, 주의적 경고(국민은행)를 내렸다. 기관에 대해서도 기관경고(우리은행), 기관주의(우리금융지주), 기관경고(국민은행) 등의 제재를 내렸다.김기식 의원은 "은행들은 갖가지 명목의 수수료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 제대로 된 능력과 준비도 없이 해외 투자를 진행해 수 조원의 손실을 봤다"며 "10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4조원의 돈을 해외에서 날려 버렸지만 금융당국 역시 솜방망이 제재만 내렸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그는 "금감원은 은행과 보험사들의 건전성을 우려하면서 해외 유가증권 투자 실패의 실태 파악과 원인 규명, 해법 마련을 위한 노력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금융당국과 금융회사의 근본적 인식 전환과 시급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