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국 왕실의 대를 이은 안동사랑

권영세 안동시장 과거와의 온전한 대화가 살아있는 곳, 브랜드 코리아 “안동”

2020-05-12     조용국 기자
권영세
[매일일보] 1999년 4월 21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안동을 찾았다. 한국의 작은 도시 안동을 향한 영국 여왕의 발걸음에 세계의 언론이 주목했고, 여왕은 이에 화답하듯 아름다운 미소로 안동에 머무는 내내 ‘wonderful’을 연발하며 감탄했다. “조영수호통상조약”으로 시작된 한-영 수교 116년 만에, 영국 국가원수로서는 첫 한국 방문이었고 방한 사흘째인 4월 21일, 73번째 생일을 맞은 여왕은 그 특별한 여정으로 가장 한국적인 도시 안동을 택했다. 올해는 여왕이 방문한 지 꼭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20년 전 영국 여왕의 방문 이후 안동을 찾는 관광객은 1999년 110만 명에서 240만 명으로, 2018년에는 770만 명으로 증가했다. 영국 여왕이 방문했던 하회마을과 봉정사는 인류를 위해 보전해야 할 세계의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방문은 안동이 한국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임을 세계 속에 알리는 계기가 된 것이다. 여왕의 생일상이 차려졌던 하회마을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마을로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2005년 조지 부시(아버지) 미국 전 대통령, 2009년 조지 부시(아들) 미국 전 대통령, 故 김대중 대통령, 故 노무현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방문했다.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하회마을을 방문하였으며, 2018년에는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방문하기도 했다. 국가의 원수 내지는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이 바로 안동이고 하회마을이다. 영국 여왕 방문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5일까지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점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 이어 차남 앤드루 왕자가 5월 14일 안동을 찾는다는 것이다. 20년 전 어머니가 걸었던 길을 걷고 한국의 전통문화를 몸소 체험해 보며, 그 길을 ‘The Royal Way’로 명명하게 된다. 이를 기념하는 로열 웨이 표지판을 충효당 마당에 설치해 앤드루 왕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안동의 전통문화, 특히 하회마을을 중심으로 한 양반문화는 종가(宗家)를 중심으로 한 주거문화, 접빈객과 봉제사를 위한 음식문화, 지역 공동체의 지성을 담은 유교책판과 같은 교육문화 등이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다. 영국의 왕실 문화 또한 오랫동안 영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현재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안동의 양반문화와 영국의 왕실 문화는 한국과 영국의 정통성이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점을 시사한다. ‘영국 신사와 안동 양반의 만남’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걸었던 길이 아들에 이어진 영국 왕실의 안동사랑으로 가장 한국적인 도시 안동의 가치와 브랜드가 세계화된 것이다. 그 옛날 우리 선조들이 접빈객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던 것처럼 안동시민과 함께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앤드루 왕자를 맞이하고자 한다. 과거와의 온전한 대화가 살아있는 안동. 세계의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은 세계유산 도시 안동에 꿈틀대는 수많은 유무형의 자산이 세계의 가치로 구현해가는 자리가 될 것이기에, 또 다른 20년을 기약할 오늘의 만남이 매우 가슴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