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vs지자체 ‘의무휴업제 공방’ 3라운드

지자체 ‘법대로’ 단속에 유통공룡들 ‘배짱 영업’ 맞대응

2012-10-09     신성숙 기자

[매일일보=신성숙 기자] 지방자치단체의 대형마트에 대한 의무휴업 조치에 대해 유통공룡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롯데쇼핑, 이마트, 홈플러스가 의무휴업 조치와 관련해 일부 지자체장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는가하면, 코스트코는 의무 휴업 위반 이후 1000만원 과태료 부과와 함께 영업 중단을 요구하는 서울시의 경고를 무시한 채 다시 휴일영업을 강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시, 의무휴업 위반 코스트코와 전면전 선포
대형마트 3사, 지자체 상대로 의무휴업 취소 소송
중소상인들 “수익에 눈먼 유통기업 파렴치한 횡포”

서울시는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위해 마련한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 의무휴업제를 위반하고 영업을 강행한 ‘코스트코’에 대해 10일부터 국내법 준수여부 집중점검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9일 코스트코에 대해 의무휴업제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코스트코는 같은달 23일부터 다시 ‘일요일 영업’을 재개한 상태다.

현재 ‘코스트코’는 전국에 8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서울 뿐 아니라 전국의 영업점이 모두 ‘유통기업 상생발전 및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에서 지정된 의무휴업일을 어기고 영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계속해서 의무휴업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한 행정적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고, 코스트코가 입점해 있는 영등포구, 서초구, 중랑구 등 3개 자치구 역시 코스트코의 의무휴업 미준수에 대한 과태료를 계속적으로 부과할 계획이다.

시는 현행 최고 3000만원인 의무 휴업 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가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등록 취소 등 보다 강력한 제재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정부에 건의해 놓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의무휴업은 대형유통기업과 소상공인이 다함께 잘 살 수 있는 상생을 위한 첫 걸음”이라며 의무휴업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광주에서도 유통대기업들의 ‘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롯데쇼핑, 이마트,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광주지방법원에 광주 지역 구청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서 이들 유통업체는 “구청장이 제도의 필요성과 영업제한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고려 없이 법정 최고한도의 영업제한을 함으로써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며 “관련 조례는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시는 이에 대해 “자치구와 함께 공동 대응하겠다”며 "이번 소송에서 패할 경우 전국적으로 파급 효과가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지법은 오는 25일 첫 심리를 갖는다.

이에 앞서 광주 5개 자치구는 지난 3월 관련 조례를 제정해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제를 하도록 했으나 해당 유통업체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 지난 7월16일부터 ‘일요일 영업’을 재개해왔다.

이에 5개 자치구는 구청장이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관련 조례를 다시 개정해 지난달 23일 첫 의무휴업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같은 사태는 광주 뿐 아니라 전국적인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의무휴업을 강제한 자치구 조례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면서 대부분 대형마트들은 일요일 영업을 재개했으며, 이에 지자체가 다시 조례를 재개정해 제재에 나서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 자치구의 조례 중 ‘오전0~8시 영업시간 제한 및 매월 2ㆍ4번째 일요일 의무휴업’ 부분에 대해 “상위법인 유통법에서 말한 의무휴업 범위의 최대치를 의무적으로 강제했고 지자체장의 판단 내지 재량권을 막고 있다”며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 대부분 대형마트들도 현재 휴일영업을 재개한 상태다. 서울시도 조만간 다시 조례를 제정, 이들 업체에 대한 휴일영업을 제한할 방침이라 광주에서와 마찬가지로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조례제정->조례 위법판결->영업재개->조례재개정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자체 대 유통공룡들 간의 싸움이 3라운드에 접어든 양상이다.

한편 대형마트들의 휴일 영업 재개는 전통시장 상인들과 중소 유통업체들을 다시 자극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시민단체들이 앞장서 대형마트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국내 520여개 단체로 구성된 ‘경제민주화 국민본부’는 3일부터 코스트코 양평점 앞에서 2주에 한번씩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국민본부 안진걸 팀장은 “경제민주화 논의가 이처럼 거센 상황에서 보란 듯이 법규를 어기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유통기업들이 영업제한을 다시 받아들일 때까지 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상인살리기 충남네트워크’도 최근 성명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거부한 파렴치한 재벌 대형마트를 규탄한다”며 의무휴업 시행을 촉구했다.

전북과 부산의 시민단체들도 “대형마트와 SSM이 의무휴업제를 수용할 때까지 무기한 불매운동에 나서겠다”며 ‘대형마트 안 가기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형마트·중소상인상생 대구연석회의는 지난 6일 이마트 대구 만촌점 앞에서 대형마트 규제 입법 청원 기자회견을 갖고, 코스트코를 상대로 소방시설, 식품위생, 농축산물 유통기한, 원산지 표기 등을 강도 높게 조사해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즉각 제재하기로 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이번 소송은 대형마트가 상생과 동반성장 의지 없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해 지역의 중소상인을 죽이려는 파렴치한 횡포”라고 비난했다.

유통공룡들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은 의무휴업일을 지키지 않는 대형마트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박 의원은 “코스트코의 경우 중소상인과의 상생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규제를 원천적으로 부정한 것”이라며 “영업제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