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예술에 다가가는 방법

2020-05-16     송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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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획자로 일하면서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작가들의 작업실을 직접 찾아 작품이 탄생하는 공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이다. 작업실에는 사람을 홀리게 하는 특유의 공기가 흐른다. 그래서 전시된 작품만을 보아서는 느낄 수 없는 무언가 특별한 느낌을 받게 된다. 전시기획을 맡게 되면 가장 먼저 작업실로 찾아가 작가와 미팅을 갖는 것도 그 때문이다. 관객들이 작가의 작업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있다. ‘작업실에서’라는 이름의 배준성 작가의 연작이다. 작가는 이 연작을 통해 자신의 작업을 관객들이 실제와 가깝게 체험하도록 이끈다. 그의 연작들은 연희동 작업실을 닮아있다. 높은 층고의 작업실, 그 안에 비닐이 여러 장 겹쳐져 있는 캔버스가 이젤 위에 올려져 있다. 주변에는 물감 도구들과 스툴 등이 곳곳에 놓여있고 바닥이며 벽이며 낙서로 가득하다. 그리고 한 소녀가 스툴에 앉아 작업 중인 캔버스를 바라보고 있다. 캔버스 화면 중앙, 낙서속의 새가 날개 짓을 한다. 동물들은 걸어 움직인다. 배준성 작가의 렌티큘러 기법은 작업실을 보다 생생하게 보여준다. ‘움직이는 이미지’라고 불리는 렌티큘러는 관람자가 작품을 보는 방향에 따라 여러 장의 이미지를 교차로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관객들은 작품을 보는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전환되는 장면에 환영과 실재 속을 오간다. 작가는 “관람·평가하는 대상들과 관람자와의 관계는 항시 일정한 원칙이나 룰에 의해 좌우되거나 연속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대상과의 느낌이 강한 정도로 말한다면, 그 관계가 불연속적이거나 그간의 시각적 룰에 위배되면 될수록 그 느낌은 강하고 리얼하게 다가온다. 관람자는 이러한 불규칙적이며 일정치 않은 대상과의 관계를 분노해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람자의 그간 경험에서 일탈된 느낌들은 대상에 대한 감상을 더욱 매력적인 긴장으로 위치 이동시킨다”고 설명한다. 필자는 여기에 한마디 더하고 싶다. “작가가 작업실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세계를 창조해 나가는지를 생생히 느끼게 된다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예술의 세계가 보다 가까이 다가올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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