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출발 '스팩', 애물단지로 전락...줄줄이 상폐 예정
1세대 스팩 상폐 연이어...회생안 나올까
2013-10-11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시장의 기대를 받으며 화려하게 시작했던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1세대들이 최근 연이어 상장폐지가 되면서 남아있는 다른 스팩들의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지난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미래에셋제1호기업인수목적회사(미래에셋스팩1호)에 대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 12일부터 22일까지 정리매매기간을 거쳐 23일 상장폐지된다고 밝혔다.스팩 상장폐지는 이번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국내 1호 스팩인’ 대우증권 스팩은 지난달 27일 거래정지 이후 현재 정리매매 기간 중이며 13일 상장폐지 될 예정이다.스팩은 IPO(기업공개)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의 합병을 위해 만들어진 페이퍼컴퍼니다. 이 제도는 지난 2009년 12월 도입된 뒤 다음해인 2010년 각 증권사별로 스팩을 만들어 상장시킬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실제로 2010년 신규 상장업체 네 곳 중 한 곳이 스팩일 정도였다.일반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높았다. 대우증권스팩은 일반인 공모 청약 당시 경쟁률이 87대 1을 기록하면서 청약금으로 1조1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후 현재까지 22개의 스팩이 시장에 상장됐다.하지만 상장과 달리 스팩의 본래 목적인 ‘합병’까지 달성한 곳은 전체 22군데 중 불과 6곳에 그쳤다.스팩은 일반공모 납입일 이후 2년6개월 이내 합병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해야한다. 만약 청구서를 제출하지 못한다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이후 한달 간 유예기간에도 합병을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자동 상장폐지된다.앞서 언급한 대우증권스팩 및 미래에셋스팩이 위의 상황에 해당하는 것이다.스팩이 상장폐지되더라도 투자자들의 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스팩은 공모자금의 95% 이상을 한국증권금융 등 금융회사에 예치해 놓아야 하며 상장폐지 될 경우 예치금의 이자를 원금과 함께 투자자에게 돌려주기 때문이다.스팩들이 합병 성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까닭은 합병 대상 회사들이 이해타산을 따졌을 때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이 직접 상장보다 실효성에서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실제로 합병에 관해 회사측과 협의과정에서 무산이 되거나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 철회가 되기도 했다.하유미 팩으로 최근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제닉은 지난해 교보-KTB스팩과 합병 조건을 두고 논의를 했지만 결국 직접 상장하는 방법을 택했다. 대신그로쓰 스팩의 경우도 썬텔과의 합병을 결정하고 주주총회를 진행했지만 주총에서 합병안이 부결됐다.최근의 경우로는 히든챔피언제1호스팩은 엔바이오와의 합병 관련 주주총회를 11일에서 오는 11월22일로 연기한 상태다.이에 대해 히든챔피언스팩 측은 “회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 스팩합병 회사들의 주가 상황 등 시장 상황 때문”이라며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진행하면서 우려섞인 시각도 일부 있지만 긍정적 견해를 가진 투자자들이 많아 추가 주총 연기는 없을 것”으로 말했다.이 관계자의 전언처럼 대 다수 스팩합병 회사들의 주가가 합병 전보다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6군데 합병을 성공한 스팩 중 합병 당시 매수청구가격을 상회하는 종목은 하이비젼시스템 단 한군데로 집계됐다.나머지 5군데 스팩과 합병한 종목은 매수청구가격 아래에서 주가가 거래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서진오토모티브는 신한스팩과 합병 매수청구가격 5057원에 비해 현재 11일 종가는 682원으로 큰 차이가 있다.한편 침체된 스팩 시장을 위해 유관 기관인 한국거래소는 금융당국과 현행 기업 인수만을 인정하는 합병 조건을 포괄적 주식교환, 지분인수, 자산인수 등 다양한 M&A 기법을 허용하는 스팩 개선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