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사찰 X파일' 파문 '일파만파로 확산"

2005-04-04     파이낸셜투데이

노조반대세력 금전지원-선거개입-노조간부 접대까지
사찰문건 작성…"반대세력 지원 50%이상 당선시켜야"

쌍용차노조에 대해 사찰한 X파일이 발견돼 노동계의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X파일은 쌍용차의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 의사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로정비사업소 노조는 진상대책위원회(이영식 부지회장)구성 지난 3월 18일부터 이문제에 대해 사측과 2차례 면담 요청, 대표이사의 공개사과와 관련자 문책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의 노조 X파일은 총분량 100여 페이지로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정기적으로 작성된 사찰내용의 일부를 담고 있다.

파일의 주 내용은 집회 등의 녹취록와 노조원들의 성향 분석 등노조활동에 대한 구체적 사찰내용이 게재돼 있다. 

특히 발견된 문건들 중 '국내영업본부 2004년 4월 23일' 명의로 작성된 '노무세미나 발표자료'는, 회사의 공식 부서에서 작성되어 세미나까지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사찰 및 노조활동 개입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민중의 소리는 밝혔다.

'계파현황'에서는 계파로 나누고, 이를 다시 강성, 중도, 온건으로 분류한 뒤 '온순하나 우유부단하며 고집이 강함, 실리추구형' '대화가능하나 반골성향으로 맹목적인 노조활동' 등으로 개인별 성격까지 분석하고 있다.

같은 자료의 '2004년 노무관리 운영안'에서는 "유화정책 병행실시 노사협력적 이벤트행사,  사내써클활동, 생일자축전 발송", "지부내 현장 O·L(오피니언 리더를 가리키는 듯 함)를 통한 집행부 견제세력 양성"등 사측의 개입방침을 명시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노조 선거에도 개입했거나, 최소한 개입의사를 가지고 구체적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파일 중 '반대세력양성'이라는 제목의 짧은 한글파일에는 "現대의원의 대다수(90%) 입후보 예상에 따라 現5개 선거구 중 2개 선거구 이상을 집중 지원하여 반대세력 50%이상을 당선시킬 예정(특히 1선거구(김OO)에 대한 반대세력 집중 지원 예정)"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노조 선거에 대한 개입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문건에는 "문제인물 사전순화 작업 및 O·L 발굴 후 사전관계 개선 및 서클 및 각종 모임 적극 활용" 등 노조활동에 대한 사측의 개입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실제로, 입수된 다른 파일 중에는 회사가 노조 선거 등과 관련하여 돈을 지출한 내용이 담겨 있다. '2000년 노무예산'이라는 문건을 보면 "선거관련 지원 500만원(정비지부 300만원 부산지부 200만원) 지원함" "임단협 찬반투표시, 200만원 지원"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또한 구체적인 사용내역에는 "최OO 노조간부(우OO) 300,000"라는 식으로 노무관리자와 액수 외에 일부 노조간부들이 실명으로 기입되어 있다. 문건에 거론된 노조 간부들 중에는 현재 노조의 구로정비사업소 지부장을 맡고 있는 ㅈ씨와 상급단체 간부로 올라간 ㅇ씨 등도 포함되어 있다.

쌍용차는 노조원들의 발언이나, 회사 안밖에서의 움직임 등도 사찰해 온 것으로 보인다.

'노조활동동향'이라는 문건을 살펴보면 "07:30~08:30 조합 피켓 들고 정문에서 서있음", "11:30~12:30 비디오 시청 후 조합원 개인별 휴식 및 족구" 등 노조원 개개인의 구체적인 움직임과 "어제 산행을 다녀오셔서 피곤하실텐데 퇴근하는 것으로 집회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등 집회에서 나온 발언까지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 문건은 "각 대의원별 조합원 모여 '오늘 무사히 잘 다녀오자' 이야기 후 대의원 인솔하여 애경백화점 앞에서 시내버스로 이동" 등 회사 밖에서의 움직임까지 사찰·기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쌍용차 노사협력팀' 명의로 작성된 '2004년 파업관련지침'은 종합상황실 운영과 채증, 정보수집 등 노조의 파업과 관련한 회사의 대응방침을 적고 있다.

이 문건은 통상산업부, 노동부, 검찰, 경찰, 전경련과의 "유대관계" 형성과 "상호교류" "사전협조" 등을 방침으로 명기하고 있으나 실제로 이런 교류가 이루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쌍용차는 언론에 대해서도 "파업에 대한 언론의 역할이 회사에 유리하도록 형성시키며, 대조적으로 노동조합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라고 지침을 내리고 있다.

쌍용차의 노조사찰 파일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반노조세력 양성, 선거개입 등을 실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또 X파일에 일부 전현직 노조간부들의 실명이 거론됨으로써 노동계 내에서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구로A/S정비노조지부의 한 관계자는 "X파일에 대해 2차례의 면담이 있었다"며 "이미 대책위를 구성,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쌍용차 인수 당시 中상하이차에 대해  "손안대고 코푼다?"며 매각 반대를 해왔고  올 4억달러규모의 투자방침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들어냈었다.

특히 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상하이차의 임원들과 노조 간부들의 첫 상견례에서도 "노사 합의없이 설비이전을 강행하는 것은 조합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안이므로 노조는 총력투쟁을 통해 설비이전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