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리스트’ 재수사 못해…“수사미진·외압행사는 확인”

2020-05-20     최진 기자
[매일일보 최진 기자] 국민청원과 대통령 특별지시까지 내려지며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고(故) 장자연씨 사망 의혹 사건 재조사가 공소시효와 증거부족 등으로 진상규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20일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는 고(故) 장자연 씨 사망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검·경이 부실하게 수사했고, 조선일보가 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도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해당 의혹에 대해서는 공소시효와 증거 부족 등의 문제로 수사권고를 하지 않았다. 13개월간 80명 이상의 참고인을 조사했지만, 의혹의 핵심 쟁점을 풀어낼 수사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장자연 사건’은 장씨가 2009년 3월 기업인과 유력 언론사 관계자,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당시 수사 결과 장씨가 지목한 이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사건이 온전히 규명되지 못한 채 묻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조사단이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작년 4월 2일부터 13개월 넘게 이 사건을 새롭게 살펴봤다. 과거사위는 장씨가 친필 문건을 통해 주장한 술접대 행위 및 폭행·협박 등의 피해 사례는 대체로 사실에 부합한다고 파악했다. 그러나 피해 사례를 기재한 내용 외에 가해 남성들의 명단이 기재된 이른바 '리스트'가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누가 리스트를 작성했는지,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기재한 것인지, 리스트에 구체적으로 누가 기재됐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장씨가 소속사와의 불합리한 계약에 근거해 술접대 등을 강요받은 여러 정황을 사실로 확인했다. 문건에 언급된 '조선일보 방사장'과 관련해서는 "(일정에 적힌) '조선일보 사장 오찬' 스케줄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무관하다는 점에 치중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며 "'방사장'이 누구인지, 장자연이 호소한 피해 사실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