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글로벌 주류기업 도약’ 적신호 ‘깜빡’
2012-10-14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에서 야심찬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하이트진로그룹(회장 박문덕)에 비상등이 켜졌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매출 부풀리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 됐는가하면, 경쟁사인 롯데주류를 음해했다는 구설에 휩싸여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박문덕 회장의 자녀들이 300억원대 증여세를 취소해 달라며 제기했던 증여세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빈축을 사기도 했으며, 또 중소샘물업체의 영업권을 강탈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각종 의혹과 구설로 한해를 보내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부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5년내 글로벌 종합주류기업 도약 선포한 하이트진로…업계 ‘기대 반 우려 반’
최근 양인집 하이트진로 해외총괄 사장은 일본 진로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하이트 진로가 글로벌 종합 주류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하지만 정작 하이트진로를 바라보는 업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해외사업을 통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것도 좋지만 정작 내부 단속에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매출 부풀리기, 경쟁사 음해 의혹까지
올해 초 하이트진로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통해 매출을 부풀리다 적발,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은 지난해 7월부터 하이트진로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 진행 과정에서 이 회사가 부가가치세법을 위반해온 사실을 확인, 지난해 말 이 회사와 관련 임직원을 검찰에 고발했다.하이트진로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납품처에 발급해주는 방식으로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아왔는데, 사태가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회사 측은 “직원 개인의 비리일 뿐” 이라며, 일부 영업사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저지른 책임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더욱이 이 사건은 경쟁사인 오비맥주와 수년째 업계 1위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위기의식을 느낀데 대한 어긋난 방책이었다는 지적이 커, 회사의 책임론마저 잇따랐다.하이트진로는 경쟁업체인 롯데주류의 소주를 음해했다는 구설에 휩싸여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한바탕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지난 5월24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하이트진로의 서울 영업지점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이날 압수수색은 앞서 지난 4월3일 롯데주류의 제품인 소주 '처음처럼' 제조에 사용되는 알칼리 환원수에 대한 유해성 루머가 확산되자 이 유해성 루머의 근원지를 조사해달라며 하이트진로를 고발한데 따른 것이다.알칼리 환원수의 유해성 논란은 지난 2006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것으로, 지난 3월에도 한 매체에서 ‘알칼리 환원수가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며 한 차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이와 관련 하이트진로는 “문제의 본질은 먼저 살펴봐야 한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회사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는 유포자가 아니며, 이번 일은 문제의 본질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면서 “실제로 롯데주류는 알칼리 환원수의 유해성 의혹을 제기해온 특정인과 수년간 법적인 분쟁을 벌여왔다”라고 말했다.이어 “문제의 본질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롯데주류가 알칼리 환원수의 유해성을 둘러싼 논란을 빚고 있다는 점이고, 이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반박했다.하이트진로 둘러싼 잡음 끊이지 않아
그런데 하이트진로를 둘러싼 잡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문덕 회장의 자녀들이 300억 원대 증여세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증여세 취소소송해서 패소해 빈축을 샀는가하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아들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된 상황이다.지난 8월1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는 박 회장의 장남 태영씨와 차남 재홍씨가 ‘300억원대 증여세를 취소해 달라’며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앞서 박 회장은 지난 2008년, 계열사 하이스코트의 주식 전부를 태영씨와 재홍씨가 주식의 73%와 27%를 나눠 가진 삼진이엔지(현 서영이앤티)에 증여했다. 이에 세무당국은 박 회장에 대한 주식변동조사를 통해 박 회장이 자녀들의 개인 증여세를 냈지만, 주식 증여로 인한 삼진이엔지의 기업주식가치평가와 기업 이익 등이 증가하여 주식가치가 상승한 분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부과했다.즉, 세무당국은 박 회장이 하이스코트 지분 1백만주를 자녀들과 계열사인 삼진이엔지에 처분한 것을 알고 변칙적인 상속·증여 행위로 판단, 증여세를 추징한 것이다.이와 함께 삼진이엔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함께 일었다.생맥주를 팔 때 필요한 냉각기 등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인 삼진이엔지는 하이트맥주로부터의 매출의존도가 90% 이상에 달했다. 전형적인 재벌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다.게다가 동반성장을 운운하던 하이트진로는 이 그룹의 자회사인 ‘하이트진로음료’가 한 중소샘물업체의 영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또 한 번 눈총을 샀다.하이트진로 글로벌 행보, ‘기대반 우려반’
최근 하이트진로는 ‘글로벌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5년 후 해외매출을 작년보다 100%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해외 수출액 또한 3000억원을 달성해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을 18%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이를 위한 해외사업 전략도 구체적으로 수립했다. 현지인 중심의 유통망을 개척하는 한편 제품군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또 해외기업과의 제휴나 현지기업 인수를 검토하는 한편 수입판매, 유망제품 발굴도 함께 추진한다.하지만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글로벌 행보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이다. 하이트진로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종합주류전문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에 대한 반사이익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반면 올 한해 각종 구설과 의혹으로 얼룩진 하이트진로가 내부정비를 강화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전에 좌초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