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스튜디오76, 연극 ‘메시아의 탄생’ 무대 올려
모두가 기다려온 그분이 오신다
6월 6일 개막, 30일까지 진행
2020-05-21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맹신(盲信)으로 인해 상식의 잣대가 고장 난 사이비 신앙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촌극과 사건들을 은유로 부조리한 현실을 파헤친 극단 풍산의 창작 초연 <메시아의 탄생-지옥의 문이 열리다>가 6월 6일 '대학로스튜디오76'무대에 오른다.
맹신(盲信)은 맹종(盲從)을 낳고, 광신(狂信)으로 진화하여 결국은 광기(狂氣)와 광분(急驰)으로 치닫기 마련이다. 종교 영역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만연한 그릇된 교조(敎條)에 빠져 광신의 덫에 걸린 우매한 대중과 뒤틀어진 현실과 사익을 추구하는 세력에 대한 성찰과 응징, 청산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번 공연을 통해 노출된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않고 무작정 믿고 싶은 마음. 기대를 품은 마음은 현실을 모른 체해야 안심이 된다. 맹신으로 인해 상식의 잣대가 고장 난 사람들의 파괴된 영혼을 한 손에 쥐어 잡고 차가운 머리로 장사하는 사람들 그리고 가짜 메시아.
이들이 하나의 신앙 공동체 안에서 진지하고 우스꽝스러운 사건과 촌극을 벌인다. 결국, 가짜 메시아는 사라지지만 거짓말은 여전히 유효하고 장사꾼들은 큰 이득을 기대하며 내일을 맞는다.
어떠한 시대와 상황에서도 항상 적용되는 불변의 진리는 없으며, 박제화된 진리를 믿는 그 순간 개별의 주체성은 사라지고 누군가의 노예가 될 뿐임을 주장하는 작품의 전개 과정은 ‘메시아의 탄생’이 지향하고 목표하는 바를 드러낸다.
모두가 기다려온 그분은 정치·사상·지역·세대·계층 전반에 걸쳐 반목과 대립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 역사에 어떤 교훈과 지침, 이정표를 제시해 줄 수 있을지 공연 구성원조차 그 방향과 해법에 대한 격렬한 논쟁과 이견으로 연습 내내 소란스럽고 분주하다.
전작 <고린내>, <엄니인력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 등을 통해 동시대 인간군상들의 특별한 삶에 관한 천착으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몰입감과 위로를 전해 온 극작가 황대현이 연출한 이번 작품은 작은 무대인 소극장의 매력을 흠뻑 맛볼 기회가 될 것이다.
머리를 비워 내고 뜨거운 가슴으로 날것의 생생함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배우들의 불꽃 튀는 연기 앙상블, 무대 위로 풀어 놓은 이야기들의 조각난 퍼즐 찾기 등 재미난 볼거리와 지적 유희로 가득 찬 이번 공연에 관찰자로, 심판자로 모두가 기다려 온 그분을 함께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