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방관들은 슈퍼맨? 불산도 방사능도 맨몸으로…

화학보호복·방사선보호복 태부족에 있는 것도 낡은 게 대부분

2013-10-14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불산과 같은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화학보호복은 물론 원자력발전소 관할 소방서에 방사선보호복이 크게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것들도 노후한 것으로 나타났다.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일선에서 대처해야할 소방관들이 사실상 맨몸으로 노출된 셈이다.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이 소방방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94개 소방서가 보유하고 있는 화학보호복은 소방서 현원 35,090명의 6.6%인 2328벌에 불과하고, 그마저 58.6%인 1365벌은 내용연수가 경과한 것으로 확인됐다.소방서별로 살펴보면 서울광진, 서울용산, 서울성북, 서울강서, 서울마포, 서울구로, 서울강북, 서울서대문, 인천강화, 인천부평, 충남서북 등 11개 소방서에는 화학보호복이 아예 없고, 서울동대문 등 51개 소방서의 화학보호복은 모두 내용연수가 경과해 교체가 시급하다.지역별로는 이번 구미 불산 사고가 발생한 경북지역 소방서들이 보유하고 있는 화학보호복의 노후율이 80.5%로 가장 높았다. 특히 구미소방서 등 총 16개 소방서 중 10개 소방서의 화학보호복 노후율이 100%였는데, 구미소방서의 경우 소방서 현원이 220명임에도 불구하고 화학보호복은 전체의 8.2%인 18벌에 불과했고, 노후율은 55.6%에 달했다.원전 주변 소방서의 방사선보호복 보유실태는 더 처참했다. 올 8월말 기준 고리 원자력발전소 등 6곳 원전 근처 4개의 소방서에 총 653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방사선보호복은 전체인원 대비 6.4%인 42벌 밖에 안됐으며 이마저도 전체의 62%인 26벌이 낡은 것으로 나타났다.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경북 경주소방서(233명), 부산 기장소방서(158명), 전남 영광소방서(139명), 경북 울진소방서(123명)는 각각 9벌, 6벌, 13벌, 14벌만의 방사선보호복을 보유하고 있다.특히 경북 울진소방서와 경북 경주소방서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방사선보호복이 모두 노후화된 상태로 교체가 시급한 실정으로, 전국 단위로 살펴보면 전체 방사선보호복은 554벌인데 이 중 60.2%인 334벌이 내용연수가 경과했고, 전북(94.7%), 제주(89.6%), 경기(87.2%) 지역의 노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강기윤 의원은 “소방방재청은 노후화된 화학보호복의 교체를 서두르는 동시에 보유수량을 확대하고, 공단들이 위치한 지역에는 화학보호복을 집중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소방관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처우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