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하반기 M&A 시장 키워드는 ‘오리무중’?
업황 악화로 하이마트·쌍용건설 등 매각작업 해 넘길 듯
2013-10-15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올해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에 격변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시장의 기대와 주목을 한 몸에 받던 대어(大漁)들이 잇따라 매각 일정이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으면서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통공룡기업과의 만남으로 최대의 관심을 끌었던 하이마트는, 인수절차 막바지 무렵 예기치 못한 문제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선종구 전(前) 하이마트 회장과 유진그룹 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올해 갑작스러운 매물로 등장했던 하이마트는, 전자제품양판업계 1위라는 회사 가치에 걸맞게 신세계, 롯데, SK네트웍스 등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치열한 경쟁 을 거친 끝에 국내 최대 유통공룡기업으로 불리는 롯데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지난 7월 유진그룹 및 선종구 회장 등 하이마트 대주주들로부터 지분 65.25%를 1조248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워낙 자산규모가 탄탄한 롯데가 하반기 M&A시장의 포문을 연만큼, 시장에서는 향후 하이마트 인수절차가 물 흐르듯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그러나 3개월이 흐른 현재 해당 일정은 지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공정위는 현재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롯데쇼핑의 기존 점포와 하이마트 양판점의 결합이 경쟁제한요인을 발생시키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전심사기간은 120일 이내지만 공정위의 내부 검토일정에 따라 더 늦어질 수 있다.이로 인해 지난달 26일 임시주총을 열고 경영진 선임안과 상호 변경안을 처리한 뒤 인수대금을 치를 예정이었던 하이마트는 공정위의 심사가 늦어짐에 따라 이달 31일로 주총 일정을 미뤘다. 그러나 이달말까지도 공정위 심사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주총은 또 연기된다.방산공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전 역시 어려움을 겪긴 매한가지다. 당초 1차 예비입찰에 대한항공이 단독으로 참여했다가 유찰된 KAI 2차 매각에는 현대중공업이 막판에 합류하면서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 2파전으로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다.하지만 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이 KAI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에 과연 진정성이 있느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고, 대한항공의 경우 고평가된 KAI의 인수가격이 적정선에서 재평가되지 않는다면 인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2차 매각이 제대로 성사될지는 오리무중인 상황이다.웅진코웨이의 경우는 아예 매각일정 자체가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웅진그룹은 당초 MBK파트너스를 웅진코웨이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일정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극동건설과 함께 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일정이 불투명하게 됐다.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 신청안을 제출할 당시 기존 MBK파트너스와 맺은 웅진코웨이 매각 계약은 철회하고 2014년 매각을 재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냈던 것.이에 대해 웅진홀딩스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된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가안”이라며 웅진코웨이 매각건을 1순위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그러나 일각에선 웅진코웨이가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를 기간 동안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거친 뒤에 매물로 나올 것이라 내다보고 있어, 조기매각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혹시나’ 했던 쌍용건설과 대우조선해양 M&A 일정은 ‘역시나’ 올해 안으로 해결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쌍용건설의 경우 지난 8월 이랜드가 단독으로 수의계약 견적을 제출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까지 됐지만, 채권단과의 이견을 비롯해 쌍용건설 노조의 반대 등으로 결국 무산됐다.캠코는 지난 2002년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이용해 쌍용건설 부실채권을 사들인 후 출자전환을 거쳐 최대주주가 됐고, 지난 2008년 동국제강에 매각하려다 실패하자 지난해부터 또 다시 3차례 매각공고를 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대우조선 역시 이미 지난 4년전부터 M&A 시장에 번번이 이름이 거론되는 매물이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차기정권에서나 매각이 가능할 것이 보인다.하지만 이 같은 M&A 시장의 잠룡들이 또 다시 내년 시장에 나온다고 해도 매각이 성사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업계 한 관계자는 “업종을 불문하고 M&A시장이 꽁꽁 얼어 붙은데다가, 건설 및 조선․해운분야의 불황이 특히 극심한 까닭에 과연 인수자가 나타날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