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재벌 증여 세금 회피 논란
허울만 재무구조 개선?… “법 허점 악용, 세금 없는 우회증여”
2010-03-14 이광용 기자
지분증여 목표는-자녀 곳간 채우기?
올 들어 주식 하락장 틈타 두산ㆍ남양유업 등 지분 증여 봇물
신격호 롯데 회장 98년후 네 번째 결손기업 무상증여 ‘떠들썩’
두산, 남양유업 등 증여 러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1월 10억원 규모의 두산 주식 1만주를 6명의 손자ㆍ손녀들에게 증여했다. 박 명예회장은 자신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건설 부회장의 자녀 상민(19), 상수군(15)에게 각각 2000주와 3000주를 증여했다. 박 명예회장은 또 차남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의 자녀인 상우군(15) 등 2명에게도 총 3천333주의 주식을 물려줬고, 외손인 서주원(22)씨와 장원(19)군에게도 각각 834주와 833주를 증여했다.서주관광개발은 지난 3일 최대주주 권정윤씨가 보유주식 10만1585주 전량을 신석우씨에게 무상증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신석우씨로 변경됐다. 지분 인수 목적은 경영 참여로, 권정윤씨의 보유주식이 상속으로 인해 최대주주가 변경된 것으로 밝혀졌다.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은 지난 1월 보유 지분 200만주(5%)를 맏아들 유학수 등 7인에게 증여했다.
이동악 제우스 대표는 딸 이승혜 씨에게 주식 20만주(2.11%)를 증여했다고 밝혔고, 홍두영 남양유업 회장도 지난해 12월 보유주식 5만4907주 전량을 장남인 홍원식 이사에게 물려줬다.
롯데 신격호 회장 98년부터 4번째
승계 위한 결손기업 지분증여 꼼수?
신 회장이 현금이 아닌 지분만 넘긴 데다 증여를 받은 계열사에서도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의 지분 매각을 고려하지 않는 점을 의아하게 보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 등 신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세금추징을 빠져나가기 위한 편법 증여라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신 회장의 무상 지분 증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 회장은 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160억원을 헌납했고, 2000년과 2007년에도 무상 증여를 실시했다.
신 회장은 2007년 12월에도 결손기업을 이용한 재벌기업의 편법 증여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시 추정된 증여세 회피액도 880억원에 달했다. 신 회장이 당시 자신이 갖고 있던 계열사 주식을 무상 증여한 계열사는 롯데미도파와 비상장사인 롯데알미늄, 제빵업체인 롯데브랑제리, 세븐일레븐 납품업체인 롯데후레쉬델리카 등 4개사다. 당시 문제가 됐던 것은 이들 회사의 최대주주가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었기 때문이다. 롯데미도파 주식의 79%를 롯데쇼핑이 가지고 있었는데, 롯데쇼핑은 신 회장의 장남 신동주 일본롯데 당시 부사장과 차남 신동빈 부회장이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 롯데브랑제리도 지배구조에 따져보면 호텔롯데가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신 회장의 무상 증여로 이들 계열사가 이익을 내면 자녀들이 대주주인 계열사가 가장 큰 혜택을 본다는 결론이 나와 논란을 부추겼다. 경제개혁연대는 당시 “롯데는 전체 지분구조가 소수 상장사를 빼고 가족과 비상장 계열사간 출자구조로 돼 있어 계열사 재무구조 건전화 목적과 함께 자녀 회사에 대한 우회증여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공통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재무구조 개선은 표면적 이유일 뿐 법의 허점을 이용해 편법으로 자식들에게 지분을 물려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마디로 손실이 나는 회사에 대한 증여는 세금추징이 없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증권가와 재계에서는 롯데 신 회장의 이같은 무상증여가 앞으로 몇 차례나 더 이뤄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 오너일가가 2세 경영승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편법증여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논란은 잊혀지지 않고 여론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의 한 전문가는 “주가가 떨어지면 낮은 세금으로 재산이나 경영권 등을 자녀에게 넘길 수 있어 증여하기에 상당히 매력적이다”며 “특히 결손기업의 경우는 세금이 추징되지 않아 편법증여 의혹을 짙게 하는 만큼 국세청 등의 대응이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