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도기천 기자] 서울시가 휴일영업을 강행해 논란을 빚고 있는 코스트코에 대해 최근 연달아 2차례에 걸쳐 합동점검을 실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코스트코는 이에 맞서 관할 자치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맞서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서울시 “갈 때까지 가보자” 연달아 합동점검
코스트코 “과태료 내면서 영업 하겠다” 배짱
휴일영업 규제맞서 자치구 상대 ‘항의성 소송’
서울시와 마찰을 빚고 있는 미국계 대형유통업체 코스트코는 자치구의 영업시간 제한이 부당하다며 15일 서울 중랑구·서초구·영등포구 등 3개구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코스트코는 “대형마트 영업을 제한하는 조례는 (조례의 모법인) 유통산업발전법의 취지에 반한다는 법원 판결이 이미 나온 상태임에도 서울시가 무리하게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며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속 대상이 된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판단에서 뒤늦게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코스트코는 이제까지 영업시간 제한을 둘러싼 국내 대형마트들과 지자체 간 소송에 참여하지 않고 휴일영업을 강행해왔다. 최근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이 지자체와의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휴일영업을 재개했지만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코스트코는 단속대상으로 제재를 받아왔다.서울시는 지난 10일 서울 양재동 코스트코에서 1차 합동점검을 실시한 데 이어, 14일에도 영등포·중랑·서초점에 단속반을 투입해 코스트코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양평, 양재, 상봉 등 서울에서 운영 중인 3개의 코스트코 점포에 지난 1차 점검보다 늘어난 57명의 단속반을 투입해 식품, 가격, 건축, 소방, 자원순환 등 7개 분야를 대상으로 국내법 준수 여부를 점검했다. 이 결과 서울시는 코스트코에 대한 불법행위 14건을 적발했다.이와 함께 의무휴업일을 위반한 것과 관련해 영업점 3곳에 각각 2000만원씩 총6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현행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르면, 지자체가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는 위반일 당 최대 3000만원(3차 이상 위반할 경우)에 이른다.하지만 현행법상 영업정지 처분을 행사할 순 없어 코스트코는 과태료를 물더라도 휴일영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재점의 경우 하루 매출만 13억원(2011년 기준)에 이르러 과태료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수준이다.코스트코의 배짱영업에 맞서 서울시는 앞으로도 집중점검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스트코가 의무휴업제를 이행할 때까지 현장 집중점검을 계속 실시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코스트코의 행태에 대한 시민단체의 항의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 상인과 시민단체 등으로 결성된 ‘경제민주화국민본부’,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14일 서울 영등포구 코스트코 양평점 정문 앞에서 “미국계 기업인 코스트코가 경제 민주화와 상생을 거부하며 휴일 불법영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규탄하며 기자회견를 가졌다.이들은 “대형유통기업의 불법행위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매출액 대비 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등록취소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제도 정비를 촉구했다.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는 “코스트코의 이런 행태는 거대 국가를 등에 업은 기업의 횡포이자 오만”이라며 “다음번 휴일(일요일)에도 불법영업을 강행할 경우 인간 띠 잇기 항의 방문과 더불어 불매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이같은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코스트코가 지자체 단속에 맞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 자치구의 조례 중 ‘오전0~8시 영업시간 제한 및 매월 2ㆍ4번째 일요일 의무휴업’ 부분에 대해 “상위법인 유통법에서 말한 의무휴업 범위의 최대치를 의무적으로 강제했고 지자체장의 판단 내지 재량권을 막고 있다”며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부분 대형마트들은 일제히 일요일 영업을 재개한 상태다. 업계 자체 집계에 따르면, 전국 375개 대형마트 가운데 42곳(11.2%)만이 일요일휴무를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따라서 판례에 따라 코스트코가 승소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에 맞서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들은 다시 조례를 재개정해 제재에 나설 예정이다.유통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서둘러 조례를 만들면서 허점을 드러냈던 지자체들과 상생을 도외시한 채 휴일영업을 강행하고 있는 유통공룡들 사이에서 소비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코스트코 사태로 불거진 지자체-대형마트 간 ‘2차전’에서 이번에는 자치구들이 제대로 된 조례를 만들어 유통업체들을 규제할 수 있을 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