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동아제약, ‘불편한’ 2012년 후반기
불법 리베이트 이어 담합까지… ‘악재’ 연발
제약업계 1위의 동아제약에게 2012년 후반기는 유난히 아프다. 불법리베이트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하는가 하면 공정위로부터 경쟁업체와의 담합이 적발돼 부과받은 과징금이 억울하다며 낸 소송도 기각될 위기에 처했다. 연이은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동아제약에게 내려질 후폭풍은 더욱 가혹할 전망이다.
압수수색, 리베이트 혐의 사실로 드러나면…
[매일일보] 정부합동의약품리베이트전담수사반(고흥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지난 10일 의약품 구매 대가로 병ㆍ의원 관계자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동아제약을 압수수색했다.
합동수사반은 동아제약으로부터 의약품 거래 장부와 회계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으며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동아제약 직원 및 거래 에이전시 관계자들을 불러 구체적인 혐의를 확인할 예정이다.
리베이트가 사실로 드러나면 동아제약은 해당 품목에 대한 판매 업무정지 제재를 받게 된다.
또 지난 2010년 말 도입된 쌍벌제에 따라 리베이트를 받는 의사와 약사들도 형사처벌을 받는다.
때문에 의·약사들은 리베이트 제약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업체와의 거래를 꺼릴 수밖에 없다. 업계 매출 1위의 동아제약이 자칫 영업현장에서 외면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특히 이번 합동수사반은 검찰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과 함께 범정부적 리베이트 감시 공조체계를 구축했다.
이로 인해 공정위로부터 ‘부당고객유인’ 등의 혐의로 과징금을 처분받을 가능성은 물론 탈세의 정황이 발견되면 국세청 세무조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다.
동아제약은 정부가 선정한 ‘혁신형 제약기업’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신약개발 R&D 역량과 해외 진출 역량이 우수하다고 인증된 43개 기업에 혁신형 제약기업 타이틀을 줬다.
그러나 리베이트가 확인될 경우 보건복지부로부터 약가 우대, 연구·개발(R&D)과 세제 지원 혜택 등을 받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도 취소될 수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당시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할 때 ‘약사법위반으로 조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아직 소환 명령 등 어떤 지시나 권고사항도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법원 “공정위 과징금 적법” ‘역지불 합의’ 인정
다국적 제약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최근 동아제약과의 담합으로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이 ‘적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항구토제인 신약 ‘조프란’의 특허권을 가진 GSK가 복제약을 제조한 동아제약과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GSK에 31억여원, 동아제약에 21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GSK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취소 등의 청구 소송을 냈으나 서울고법 행정 7부(조용호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1998년 GSK의 제조법과 다른 제법특허를 취득한 뒤 복제약 ‘온다론’을 개발해 판매하다 GSK와 마찰을 빚었다.
곧이어 특허 분쟁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양사는 경쟁보다는 담합을 택했다.
동아제약은 ‘온다론’을 철수하는 대신 GSK로부터 신약 판매권을 부여받기로 했다. ‘역(逆)지불 합의’ 가 이뤄진 것이다. 역지불 합의란 특허권자가 오히려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졌다.
이후 10년이 넘도록 이어진 양사의 밀월에 공정위가 철퇴 지시를 내렸다.
양사는 반발했지만 법원 역시 담합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합의를 통해 동아제약에게 ‘조프란’의 국공립병원에 대한 판매권과 미출시 신약이던 ‘발트렉스’의 독점판매권을 부여했다. 공급과정에서 상당 수준의 인센티브까지 제공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합의시 원고와 동아제약에게 담합의사가 있었음을 추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조프란’ 생산을 위한 특허와 관련이 없는 제품에 대해서도 제조·판매를 못 하도록 하는 등 양측 합의는 특허권의 정당한 행사 범위를 벗어났다”며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제약사의 본분인 신약개발과 선의의 경쟁이 없는 ‘담합’을 지적한 것.
한편 동아제약에서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취소소송은 오는 31일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법원이 이미 GSK의 청구를 기각하며 내린 판시에서 담합이라고 판단한 이상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동아제약 측은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공식적인 입장을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악재가 잇따르면서 업계 1위의 자존심에 상처가 깊어지고 있다.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동아제약이 오명을 털어내고 비상하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