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이사진은 김승유 전 회장의 '거수기'?
외환은행, '귀족학교' 하나고에 257억 출연...외환 노조 비난 쇄도
2013-10-17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외환은행이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자율형 사립고 하나고등학교에 수백억여원을 출연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 측은 외환은행 이사진을 김승유 전 회장을 위한 ‘거수기’라며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각을 세우고 있다.17일 외환은행과 하나금융지주 등에 따르면 16일 외환은행은 이사회를 개최하고 ▲하나고에 기본재산 250억원 출자 ▲2012년 운영비 중 7억5000만원 연내 출연 등의 안건을 상정시켜 통과시켰다.외환은행 측은 하나고 재원 출연에 대해 ‘사회공헌’이라는 입장이다.외환은행 관계자는 “매년 하나금융 자회사들이 ‘하나고’에 일정 부분을 사회공헌 명목으로 출연했다”며 “외환은행 역시 하나금융지주로 편입돼 이에 동참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즉각 반대 성명서를 통해 거액의 법인 재산을 전임 지주사 회장의 교육사업에 출연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은행전산망 통합을 두고 하나금융지주와 갈등을 빚고 있던 노조 측은 이번 사태에 김승유 전 회장이 깊숙히 관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외환은행 김기철 노조위원장은 “이번 사태로 김승유 전 회장이 국민의 재산인 은행을 사유화하려는 것과 여전히 하나지주 전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입증했다”고 말했다.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돼 은행 건전성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에 250억원이란 거액 출자가 정당성이 있는지 의심된다”며 “특히 사회공헌 명목이지만 김 전 회장 개인 사업인 ‘하나고’ 운영비로 지원돼 서민금융 지원이란 금융권 사회공헌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어 이 관계자는 “만약 김 회장이 아니었다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겠느냐”며 “(이번 이사회 결정은)조선시대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지적했다.이 관계자가 지적한 조선시대에 대한 것은 김 회장이 일각에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서 물러난 다음에도 배후에서 하나금융지주에 ‘수렴청정’과 비슷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말이다.지원 금액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외환은행이 자체적으로 진행했던 장학사업 규모에 비해 이번 지원 금액이 갑작스레 급증했다는 것이다.외환은행이 지난 2006년 ‘나눔재단’을 설립한 당시부터 지난해까지 12억원 가량을 장학사업비로 집행한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이사회에서 결의한 250억원의 금액은 비현실적으로 비춰진다.또한 한 해 평균 1000만원이 넘는 학비가 들어가 ‘귀족학교’란 별칭이 붙은 하나고에 대한 지원이 과연 ‘사회공헌’ 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오고 있다.최근 화두인 ‘서민금융’과는 동 떨어진 일부 부유층 자제들을 위한 사업에 거액의 은행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하나고란 자율형 사립고에 다니는 학생들이 과연 가난한 학생인지 의문”이라며 “은행측이 주장하는 이번 결정이 사회공헌이라지만 이에 대해서는 국민들은 물론이고 내부 직원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이런 이유들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김 회장의 외압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이에 대해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외환은행측에 사회공헌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일각의 관측을 일축했다.‘하나고’ 학비가 매년 1000만원을 넘겨 ‘귀족학교’란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학비의 상당부분이 기숙비 및 식비가 차지하고 있어 금액이 커진 것일 뿐”이라며 “이를 제외하면 일반 고등학생의 사교육비가 매달 100만원 가량인 것을 감안할 때 ‘귀족학교’란 지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이어 이 관계자는 “상당수 학생들이 전액은 아니지만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어 실제 학부모들의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라고 덧붙였다.한편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10년 ‘하나고’ 설립 당시 588억원을 설립자금으로 지원한데 이어 매년 20억원 내외를 운영비로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