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MRO 계열사 지분 정리한 까닭은
2013-10-17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대웅제약(부회장 윤재승)의 모기업인 (주)대웅이 의료기기 관련 소모성자재(MRO) 구매 중개업체 이지메디컴의 지분을 완전히 정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17일 대웅 관계자에 따르면 대웅은 지난 5월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이지메디컴 지분 40%가운데 25%를 매각해 자회사에서 제외시킨데 이어, 남은 지분 15%도 지난 7월 정리했다.이 같은 사안은 지난 7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이지메디컴의 보고서에 반영 돼있다.이지메이컴 측은 자사주 15%를 22억6300만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는데, 해당 지분이 바로 대웅 측에서 매각한 지분이다. 이는 오는 11월 공시될 대웅 측의 분기보고서에도 반영될 예정이다.이처럼 대웅이 이지메디컴의 지분을 정리한 배경과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그간 논란이 됐던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침범’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한다. 지난 2000년 9월 설립된 이래 대형병원에 MRO 납품 관련 사업을 진행해 온 이지메디컴은, ‘제약업계 빅5’안에 드는 대형제약사인 대웅 측이 지속적으로 지분 절반 가량을 보유해온 탓에 ‘대형제약사의 MRO 사업 진출’, ‘대웅의 도매사업 진출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 ‘중소기업 사업영역 침해’ 등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아울러 대웅이 지분을 매도한 시점인 지난 5월과 7월은 각각 이지메디컴과 대웅의 관계에 대한 논란이 처음으로 불거진 시기이자, 이지메디컴의 불법 리베이트 혐의가 사정당국에 포착돼 대웅을 둘러싼 비판이 거세졌던 시점이기도 했다. 대웅으로서는 이래저래 이지메디컴과의 지분 관계로 인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이 부담스러울 밖에 없었던 셈이다.하지만 대웅 측은 시장에 불거진 의혹들이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게 왜곡됐다고 강조했다. 대웅 관계자는 “이지메디컴은 의료자재를 직접 납품하는 회사가 아니라 중소 납품업체와 대형병원의 납품 관계를 중간에서 연결해 주는 대행사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침범한 게 아니다”라며 “또한 중개수수료 역시 1%도 안 되는 0.81%의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고, 외부전문기관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책정된 것이기 때문에 지난 2010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명 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이어 “대웅이 이지메디컴을 통해 도매업 진출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그럴 의도는 전혀 없다”며 “대웅은 글로벌 종합헬스케어그룹을 지향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 의료기기 MRO 시장에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하나의 모범 사례를 만들고자 했을 뿐, 이런 상황에서 도매업에 진출한다거나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하는 등 대웅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밖에 안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7월 불거졌던 리베이트 의혹은 사립대학병원들과 정식으로 정보데이터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발주 품목을 비롯해 병원이 직접 구매하는 대부분 거래 품목 정보에 대한 정보를 받아왔을 뿐, 리베이트를 제공할 이유가 없음에도 검찰 측이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향후 재판에서 무고를 적극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따라서 대웅이 자사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해당 사업을 영위할 목적이 없었음을 강조하기 위해 지분법에 의거, 이지메디컴의 대주주 지위를 포기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하지만, 대웅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석연찮은 점은 존재한다.대웅과 대웅제약 대표이사이자 윤영환 회장의 삼남인 윤재승 부회장이 이지메디컴의 지분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지메디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윤 부회장은 이 회사의 지분 23.5%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다. 공정거래법상 대웅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회사가 아니라는 것이다.따라서 대웅 측의 설명대로 대웅의 이익을 목적에 둔 것이 아닌 ‘MRO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모범사례’를 만드는 것이 강력한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윤 부회장의 지분과 임원겸직의 깨끗한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더구나 공정위와 금감원 등 정부당국이 재벌기업 오너 일가가 개인 지분 보유한 회사에 대하여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경영권 승계 도구 및 비자금 조성 등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정치권과 경제시민단체에 비판을 받아들여 '관계법상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강화ㆍ확대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이지메디컴이 '대웅의 위장계열사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다. 이와 관련해 대웅 관계자는 “오너 개인이 가진 지분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분명한 점은 대웅의 목적은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해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 아닌 사회적 기업으로서 모범사례를 만들기 위한 것이고, 이는 이지메디컴 경영진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한편, 대웅제약은 오는 23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는 대웅 측이 MRO사업 진출 의혹을 비롯해 이지메디컴의 리베이트 혐의에 대한 검증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따라 국감현장에서 대웅과 이지메디컴을 둘러싼 논란이 사실로 확인될지, 아니면 대웅의 설명대로 의혹을 해소하고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