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월 300~400대 생산···1000억 매출 가능
300만원으로 캠핑카 시작해 200억대 기업 일궈
2020-05-31 김천규 기자
[매일일보 김천규 기자] 잘 나가던 국내 캠핑산업이 시장 다변화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열기가 주춤한 가운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캠핑인구는 매년 증가세를 보여 왔으나 캠퍼들의 취향이 다변화되면서 관련 업계가 예고된 암초를 만난 것이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캠핑인구는 2017년 기준 301만 명을 기록, 시장 규모도 2조 원대에 이르고 있다. 2016년(1조 5000억 원) 대비 33%(5000억 원) 증가한 수치다. 이는 지난 2011~2016년까지 텐트를 이용한 캠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훈풍이 불던 캠핑시장은 2017년 기준 매출 2130억 원으로 전년(2740억 원) 대비 22%(611억 원) 감소했다. 전국 캠핑장 1년 평균 가동률 14.6%로 0.74% 줄어든 셈이다.
반면, 캠핑카와 캠핑트레일러 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2017년 기준 총 3108대로 2016년(1955대) 대비 50% 이상 늘어나 캠핑카는 573대로 112%, 트레일러는 2535대를 나타내 50.4% 증가세를 보였다.
캠핑카 인구가 늘면서 관련 업계도 캠퍼 취향을 따라 잡는 경쟁에 불이 붙었다. 본지는 현재 소강상태에 빠진 캠핑산업을 역주행하고 있는 캠핑카 시장을 들여다 보기 위해 인지도 면에서 국내 선두 그룹에 속한 전북 김제시 백구공단에 자리잡은 ‘유니캠프(UNICAMP, 대표 오완곤)’를 찾았다.
이 회사는 승합차(스타렉스)를 개조해 차박·업무용 등에 사용되는 다목적 캠핑카(유니밴 RT) 제조 업체로 캠핑카 시장에서는 이미 유니캠프에 대해 ‘저비용 고퀄리티 노하우’를 인정하고 있는데다 인지도까지 높아 주문이 날로 쇄도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갑에 현금을 넣고 다닌 기억이 없다"는 오완곤 대표. 그의 사업 목표는 명료하다. "국가가 원하는 기업을 추구하다 보니 회사를 끌어가는 운전자금을 금융기관에서 까다롭지 않게 빌려 주고 있습니다. 물론 대출 조건을 맞추기 위해 매출이나 고용인력을 늘려야 하는 고충도 따랐지만..."
오 대표의 빈 지갑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눈 팔 틈이 없었던 오 대표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변의 갖가지 유혹을 뿌리치고 오직 사업에만 전념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오 대표가 처음 캠핑카 사업에 뛰어 든 것은 지난 2011년. 자본금 300만 원으로 13평 공간에서 자신의 승합차를 캠핑카로 자작하면서 부터다. 시작은 그랬다. 그 때의 도전의식이 지금의 유니캠프로 성장하게 했다고 자부하는 오 대표는 "이 정도의 탄력이라면 2025년쯤엔 1조 원 달성도 가능하다"며 야망을 드러냈다.
유니캠프의 올해 예상 매출액을 150~200억 원으로 보고 있는 그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당장 올 하반기부터는 출고할 수 있는 완성된 캠핑카를 월 70~80대로 늘리고, 인력도 40여 명으로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캠핑카 전시회에서만 ‘유니밴 RT’를 50대씩 주문 계약할 정도로 실제 유니캠프 브랜드는 뜨고 있다.
"캠핑카 판매를 위한 홍보보다 시급한 것은 생산라인 증설입니다. 하반기 인력충원에 이어 내년에는 40억 원을 대출받아 공장 증축(생산동 600평)에 들어갑니다. 공장부지도 미리 1만여 평을 확보한 상태라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오 대표의 내년도 사업계획은 기존 유니밴 RT를 포함,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형 카니발 승합차를 캠핑카로 제조해 월 200대 이상 생산하는 것이다. 2021년에는 백구농공2단지 내 1만5000평의 부지를 마련, 월 300~400대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추가 증설하고 1000억 매출에 도전한다.
실현 가능한 비전이다. 오 대표의 계획대로라면 국내 캠핑카 시장 석권은 물론 캠핑카 신화를 쓰겠다는 야무진 포부다. 이 같은 자신감 뒤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운용자금이 필요 할 때마다 평소 대출조건을 갖추고 있는 오 대표에겐 금융기관 문턱이 높지 않았다는 것. 게다가 주변에서의 조건없는 도움이 그에겐 또 하나의 자산이었다.
"기업의 생리와 성패는 의외로 단순한 것 같아요. 특히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라면 확실한 노하우를 가져야 하고,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을 완벽하게 만든다면 외면받지 않습니다." 그는 특별히 "사업은 결과적으로 공익을 위한 노동인만큼 정직해야 그 댓가를 당당하게 누릴 수 있고, 상상하는 미래가 현실로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오 대표가 더 바빠진다. 유니캠프 몸집이 지금의 두 배로 불어나면서 캠핑카 시장에 단일 제품으로는 최다 판매량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재 계약된 주문량만으로도 초과 성과를 내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오 대표는 전망했다.
미국 수출계획도 준비 중이다. 내년 3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리무진쇼에 유니밴 RT 신제품을 출품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도 영입한 상태다. 미국 시장에 대해 오 대표는 "미국 캠핑카는 대부분 대형화로 이동 제한이나 가격경쟁에서 충분히 승부를 낼 수 있고, 유지 측면에서도 유니밴 RT는 월등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미국 시장에서 호조를 보일 경우 유럽 시장까지 파고들겠다는 게 오 대표의 또 다른 야심이다.
기자가 회사를 찾았을 땐 오 대표는 손님들과 상담 중이었다. 잠시 공장을 둘러 봤다. 주인을 찾아 출고를 기다리는 완성된 캠핑카와 작업에 들어갈 차량들로 빼곡히 들어찬 공장 주차장은 넓은 평수임에도 비좁아 보였다. 작업 중인 공장 내부는 의외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곳곳에 쌓여 있는 크고 작은 갖가지 부품들은 잘 정돈돼 차분해 보였고, 얼핏 보아도 두껍게 코팅된 바닥은 방금 청소를 끝낸 것처럼 윤기가 살아 있었다.
비싸 보이지 않은 평범한 티셔츠에 구김이 간 면바지차림으로 나타난 오 대표는 여느 공장직원과 다름없는 소탈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