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김학의 봐주기 수사 맞다…검찰 고위직 재수사 요구
윤중천 리스트 3인방에 부실 수사 정황 확인
재발 방지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촉구
2020-05-29 전기룡 기자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연루된 원주 별장 성접대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공정성·중립성이 보장된 수사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29일 검찰 과거사 조사대상 사건인 ‘김학의 전 차관 사건’에 대해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과거사위는 지난 27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게서 최종 조사결과를 보고 받은 후 관련 내용을 검토·심의해 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간 의혹만 제기됐던 봐주기 수사의 정황이 확인됐다. 먼저 검찰은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에 대해 계좌 추적이나 압수수색 등을 진행하지 않았다. 또 검찰은 경찰이 피해를 당했다고 판단한 피해 여성들의 피해진술에 대해서는 신빙성을 탄핵하는 수사에만 주력했다.
과거사위는 “검찰의 부실수사는 사건 진상을 은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결국 김학의, 윤중천의 성범죄 혐의가 혐의 없음으로 처분됐고, 수뢰죄는 고려하지 않아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과거사위는 내부자 감싸기 차원의 수사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1차 수사 당시 검찰은 경찰 수사기록상 확인되는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고검장, 박모 전 차장검사 등 전현직 고위관계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특히 박모 전 차장검사(현 변호사)의 경우 윤중천 관련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금품수수 정황을 확보한 상태였다. 과거사위는 계좌추적 등 수월한 수사방법이 있었다는 점, 공소시효가 충분히 남아 규명의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 미루어 수사팀이 직무유기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 측은 “‘윤중천 리스트’라고 불러도 무방한 한 전 검찰총장, 윤 전 고검장, 박모 전 차장검사 등 전현직 검찰 고위 관계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수사해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위법 또는 부당한 행위가 적발된 관련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위한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나아가 윤중천이 성관계 동영상을 이용해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차용금의 상환을 유예 받은 정황이 충분한 만큼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의 추가 존재 여부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성폭력 피해주장 여성들의 피해 여부도 차후 수사를 통해 면밀히 살펴보라고 주문했다.
한편, 과거사위는 김학의 사태가 번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정성·중립성이 보장된 제도로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마련하기 위한 입법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과거사위는 “전·현직 검사의 직무 관련 범죄를 기존의 검찰과 경찰이 조사할 경우 사건 실체가 왜곡되거나 부실수사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며 “법무부와 검찰은 공정성과 중립성이 보장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