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감성에 눈을 뜨는 법
2020-05-30 송병형 기자
신경과 의사이자 뇌과학자로 감정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모든 정신활동은 ‘감정’ 이후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느낌의 진화’라는 제목의 최근 저서에서 “인류의 진화를 이끈 것은 이성이 아닌 느낌”이라고 했다.
실상 개인에 있어서도 감정만큼 중요한 정신활동이 있나싶다. 감정은 한 개인을 다른 개인과 다른 존재로 만드는 핵심이다. 우리는 기쁨, 슬픔, 분노, 공포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모두 느낄 수 있지만 사람마다 차이가 난다. 심지어 동일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의 감정은 같지 않다. 각자가 처한 환경과 품고 있는 가치관에 따라서 특정한 감정을 더 강하게 느끼거나 약하게 느낀다. 혹은 특정한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거나 적게 표현한다. 이런 차이는 개인의 성향과 인간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래선지 인간이란 존재에게 미세한 감정 차이를 구별해내고 표현하는 일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인간관계의 성패를 결정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복잡한 인간관계로 얽혀있는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미세한 감정 차이를 구별해 내는 능력이 보다 중요해졌다. 카카오톡 메신저에 그 많은 이모티콘이 등장하고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인간관계에서 자신이 무엇인가 부족하지 않나 느끼는 사람이라면 우선 감정 능력을 키우라고 조언하고 싶다. 마침 도움이 될 작품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함도하 작가는 전통 고가구를 감정을 캐릭터화한 현대적 디자인으로 탈바꿈시킬 만큼 감정을 다루는 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인테리어 가구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하기도 한 작가는 패션 브랜드 구호와 협업, 광교 앨리웨이 쇼핑몰 야외에 대형 공공 조형작품을 설치하며 작업 영역을 대중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평범한 일상에서 독창적 소재를 창작해내는 독특한 사고력과 관찰력을 자랑하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의 창작이 주목받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일상 속에서 독특한 세계를 몰입시키게 하는 것인데, 그는 그 능력의 원천중 하나를 ‘투영과 동화’로 설명한다. 대상에 자신을 비추어 대상의 생각 느낌 행동과 하나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10여 년 전 한국을 찾았을 때 베르베르는 ‘감성에 눈을 뜨는 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매일 나무에 손을 얹고 뿌리부터 잎까지 모두 느껴보세요. 자신이 나무가 될 겁니다. 밤에는 별이 되어 지구를 내려 다 보세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달라 보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