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휘규] 아시아의 국가들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로 들어서야 자의반 타의반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본격적인 산업화를 시작했다. 특히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급격한 성장을 경험했다. 물론 이러한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국가기술의 발전이 뒷받침 되고 있다. 단순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제조 및 중화학공업을 거쳐 금융 및 첨단 IT정보 산업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발전은 일정한 단계를 거쳐 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인도 등의 국가들의 발전 속도나 내용을 살펴보면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국가들은 단순 노동집약형 산업, 중화학 및 제조업뿐만 아니라 첨단 IT, BT 및 금융 산업까지 동시다발적인 성장과 발전을 실현시켜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IT분야만 하더라도 인도의 소프트웨어 및 중국의 하드웨어 생산역량은 최고 수준으로 사실상 이미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엘빈토플러가 그의 저서 ‘미래쇼크’에서 언급한 ‘변화의 가속적 추진력’이 국가 경제발전 모델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이처럼 국가성장의 이면에는 기술의 발전이라는 커다란 성장의 엔진이 숨겨져 있다. 게다가 엘빈토플러가 설명한 바와 같이 ‘지식이라는 새로운 연료’가 매일 계속적으로 공급되면서 변화와 발전은 더욱 빨라지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국가의 성장은 필연적으로 국민 생활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국민생활의 변화는 다시 새로운 지식과 욕구를 바탕으로 국가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일명 지식기반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국가 경제의 급속한 성장은 국민 생활과 문화의 깊숙한 부분까지 침투하면서 일상생활의 양태 자체를 바꾸게 된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지만 특히 한국만큼 국가 성장에 따른 역동적인 변화상을 체감할 수 있는 국가도 드물 것이다.
예를 들어 1980년대만 해도 버스에는 안내양이 있었다. 버스비는 현금뿐만 아니라 토큰과 학생용 버스표로도 지불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버스카드 혹은 NFC기능이 있는 휴대폰으로 결재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생활의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최근에도 마찬가지의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 대형마트에 자율계산대가 늘어나면서 계산원들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결국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계속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로봇, 인공지능(AI) 기술 등의 발전으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되고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걱정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서는 첨단 기술이나 새로운 시스템의 적용을 제도적 차원에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의 자율계산대가 들어서는 것은 마트 계산원의 일자리를 뺏게 되니, 법적으로 규제를 하도록 하거나, 해당 기업들에 불매운동과 같은 사회적 압박을 가해 자율계산대를 늘리지 못하도록 여론을 형성하는 행동들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방식의 이면에서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간과하고 있는 중요한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노동의 부가가치의 성장에 대한 부분이다. 예를 들면 과거 버스 안내원이라는 일자리는 사라졌지만 버스카드 충전기기, NFC, 각종 무선정보 송수신 기기들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가 생겨났다. 마트에서 바코드를 찍고 계산을 해주는 계산원의 일자리는 사라지게지만 자율계산기기 생산업체, 유지보수 업체, 결재정보를 처리업체 등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 역시 생겨난다.
우리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얻게 되는 각종 편익과 손실의 양면을 모두 살펴야 한다. 특히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는 잠재적인 변화의 행태에 대해서는 더욱 관심을 두어야 한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기술의 발전이 항상 새로운 형태의 기회와 일자리를 형성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 왔음을 증명하는 사례는 너무나도 많다. 증기기관이라는 새로운 기술은 역마차와 마부들의 몰락을 가져왔지만 철도회사, 토목건설회사의 성장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 것처럼 말이다.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변화와 혁신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걱정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증진된 편익을 더욱 확산시키고 부작용을 합리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사고와 시각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지속적인 교육도 중요한 부분이다. 당연히 정책적으로도 꽉 막힌 일방적 제도보다는 소프트 랜딩을 유도하고 더욱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변화와 더불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