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살찌운 주범이 수협?

어민 외면, 직원들은 흥청망청 돈잔치

2012-10-21     도기천 기자

[매일일보=도기천 기자] 어민을 외면한 수협의 부실운영 행태가 국정감사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 저가로 공급하고 있는 공공비축수산물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 편중 방출돼 재래상권을 파괴하고 유통공룡들을 살찌우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수협 임직원 자녀에게 지급하고 있는 장학금이 어민자녀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의 무려 13배에 달한다는 사실도 드러났으며, ▲법적한도의 5.5배가 넘는 접대비 사용 ▲각종 편법을 동원해 임원 급여를 40%나 올린 사실도 밝혀졌다. 수협의 브레이크 없는 방만경영, 총체적 부실경영이 충격을 주고 있다.

대형마트에 전통시장 10배 넘는 물량 공급
수산업 자금지원 외면…종교기관 대출은 ‘펑펑’
임원 급여 40%인상, 자녀 장학금 지원 매년↑
직원들 접대비 흥청망청…법정한도 5.5배 초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황주홍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협은 전통시장에 36t의 공공비축 물량을 방출한 반면 대형유통업체에는 100배에 가까운 3451t의 물량을 공급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간의 매출액 차이가 1.4배밖에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대형마트로의 편중은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수협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도 방출된 공공비축 수산물 6180t 중 대형마트에 3867t을, 전통시장에 381t을 제공했다. 올해 역시 전통시장의 10배 넘는 물량이 대형마트로 방출된 것.황 의원은 19일 열린 수협 국감에서 “농림수산식품부와 수협이 전통시장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할 거면 하고 말 거면 말라는 식으로 공공비축 수산물을 방출해왔기 때문에 대형마트로 많은 물량이 흘러들어갔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정부비축 수산물 방출이 대기업만 더욱 살찌운다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면, 행정 편의적 방출이 아니라 맞춤형 수요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수협의 주요사업 중 하나인 대출 기능도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자금이 필요한 수산인들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특정종교에 대출이 치우쳤다는 지적이다.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인 민주통합당 박민수 의원에 따르면 수협 일반자금에서 대출된 3조190억원 중 해양수산관련 종사자에게 대출된 금액은 970억원에 불과했다.반면 특정종교에 대한 대출은 1조7731억원이었다. 이는 일반자금에서 대출된 총 금액 3조 190억원의 58%에 해당하는 수치다.수협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지난 2008년 소망교회 금융선교회장을 맡고 있는 당시 장병구 수협은행장이 “주님의 사랑을 키우는 은행, 수협은행”이라는 TV 광고를 제작하고 직접 출연까지 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수협은 지난 2001년부터 시중은행들과는 달리 교회를 대상으로 한 ‘샬롬대출’을 선보이며 개신교를 상대로 한 대출 마케팅을 해왔다.박민수 의원은 “해양수산관련 종사자를 위한 대출은 특정종교 대출금의 약 2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며 “일반자금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는 수산관련 종사자에게 우선적으로 대출되는 것이 타당하며, 일정비율을 수산관련 종사자들을 위한 대출부분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식구 챙기기’ 급급

이처럼 수협은 수산인과 재래상인들에게는 인색했지만, 자기 회사 직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후한 기업이었다. 수협은 어민들의 소득감소로 어업 인구가 최근 30년간 무려 81% 급감했음에도 임직원은 최근 몇 년 새 오히려 증가, 각종 특혜를 받는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민주당 배기운 의원이 수협으로부터 제출받은 ‘회장 및 상임, 비상임이사의 급여현황’자료에 따르면 이종구 수협 회장은 2011년 3월부터 어정활동비 명목으로 월 1400만원을 개인 통장으로 지급받아 1년 기준 3억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이는 어정활동비가 신설되기 전인 2010년 1년 기준 연봉 2억1000만원에 비해 무려 40% 이상 편법 인상된 것이다. 이 회장은 1년 기준 급여인 1억3200만원과 1년 기준 어정활동비 1억6800만원을 합치면 3억원을 받는 셈이다.어정활동비는 임원의 업무추진비(클린카드 사용)를 폐지하는 대신 회장과 지도경제대표이사, 지도경제상임이사, 감사위원장(감사위원장 직무대행 포함)의 활동비로 2011년 3월 수협 이사회에서 보수로 지급토록 의결된 바 있다.배기운 의원은 “어정활동비 명목으로 지도경제대표이사에게는 월700만원이 더 지급되고 지도경제상임이사들에게는 월400만원, 감사위원장(감사위원장 직무대행 포함)에게는 월700만원이 개인통장으로 추가 지급된다”면서 “어정 활동비는 2011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의 클린카드 비리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에 역행하는 매우 불합리한 제도”라고 주장했다.더나아가 수협 직원들이 법적한도의 5.5배가 넘는 접대비를 사용하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민주당 김우남 의원에 따르면 수협 중앙회가 2009년 법정 한도를 5.8배 초과한 46억4300만원을, 2010년에는 5.3배 초과한 47억2600만원을, 2011년에는 5.4배 초과한 44억6800만원을 각각 접대비로 사용했다.김 의원은 “수협이 지난 3년간 법정한도의 평균 5.5배를 초과한 접대비를 사용했고, 한도초과로 인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법인세액도 24억8900만원으로 추정된다”며 “같은 협동조합조직이자 자산규모가 수협보다 7배 이상 크고, 영업수익도 수협보다 6배나 많은 농협의 접대비 한도 초과율은 24.3%인 것을 볼 때 수협 접대비가 상당히 과도하다”고 질타했다.

도넘은 방만경영… 대수술 절실

이밖에도 수협은 임직원 자녀에게 지급하고 있는 장학금이 어민자녀에게 지급되는 장학금의 무려 1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직원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에 따르면 수협의 어민 자녀 학자금 지원은 최근 5년간 449명, 8억9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임직원 자녀에게 지원된 학자금은 5년간 5546명, 총 118억 6700만원에 달했다.수협 중앙회는 감사원의 거듭된 지적으로 2010년까지 지원하던 대학생 자녀학자금제도를 중단했지만 2012년 4월2일 노사가 맺은 보충협약서를 통해 현재 대학생 학자금 지원을 추진 중이다.수협은 지난 2001년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비상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총 32억원의 특별상여금을 지원하고 16억원어치의 아이패드와 갤럭시 탭을 전 직원에게 지원하는 등 상식 밖의 방만경영을 계속 해오고 있다.

배기운 의원은 “수협은 국가로부터 수혈을 받아 경영을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조직보다는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해 왔다”며 “수협 지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볼 때, 뼈를 깎는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수협이 국민으로부터 특히 어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