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금융사기...농협 자회사 남해화학까지 가담 ‘확산’
2012-10-22 황동진 기자
국내 최대 석유수입업체 남해화학 임원, 가짜 지급보증서인지 알고도 묵인 대가 수억 챙겨
가짜 지급보증서 발행 알고 보니...유류도매업체 대표와 은행 전 지점장 서로 짠 계획된 사기[매일일보 황동진 기자] 수백억원대 금융사기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될 수록 새로운 인물이 속속 등장하며 확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22일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450억여원의 가짜 지급보증서를 담보로 회사 제품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수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농협 자회사이자 국내 최대 석유수입회사인 남해화학 임원 조모(46)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지급보증은 금융회사의 거래자가 거래 상대방에게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지급을 금융회사가 보증하고, 대신 금융회사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계약을 말한다. 이 때 발급된 지급보증서는 금융기관 대출이나 기업 간 거래에서 담보로 활용된다.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6월 유류도매업체 K사 대표 정모(49)씨가 은행에서 발급받은 지급보증서가 가짜임을 알고도 400억원어치의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탱크로리 약 4,000대 분)을 K사에 공급하고 2억6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정씨는 지난해 신한은행의 전직 지점장 박모씨에게 돈을 주고 지급보증서를 수차례 발급받은 혐의(배임증재)로 구속 기소됐다.검찰 수사의 단초가 된 것은 신한은행이 지난 5월 위조된 지급보증서가 경기도 남양주시 호평동에 위치한 H지점에서 제출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금감원에 이를 보고, 감사에 착수하면서부터다.금감원은 지난 9월 이같은 사실을 적발, 박모씨 등 전ㆍ현직 직원 5명을 징계하고 3750만원의 과태료 부과하는 한편 검찰에 고발했다.금감원에 따르면 가짜 지급보증서 작성에 가담한 박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지급보증서 위조 행각에 8차례 가담, 자신의 이름으로 꾸며진 가짜 지급보증서를 취급하고 대가로 9억8천만원을 받아 챙겼다.박씨는 현재 검찰에 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남해화학에 다른 가담자가 있는지, 금품이 더 오간 정황이 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한편, 남해화학(사장 강성국)은 올초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농협중앙회가 발주한 화학비료 입찰에서 물량과 투찰가격을 짜는 등 담합한 혐의로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농민들의 원성을 샀다.당시 담합사실이 전해지자 전국농민회총연합 소속 회원들은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농협중앙회를 규탄하고 비료가격담합과 관련 집단소송을 선포하는 등 극심한 마찰을 빚었다.국내 최대 비료생산업체인 남해화학은 1974년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방침에 따라 설립되었으며, 올 3월2일 농협경제지주 계열사로 편입됐다.
남해화학은 현재 클린오일이라는 의미의 Nc-oil 브랜드를 자체 개발하고, NH농협은행과 연계한 Nc-oil 조아카드를 발행하여 유류사업을 확장시키고 있으며, 자회사 엔에이쉬핑 등과 물류사업에 진출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