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 수험생 슬럼프’ 극복을 위한 한의약적 솔루션
[매일일보] 수능을 앞두고 학업에 매진하고 있는 고3 수험생들이 슬럼프에 빠지기 쉬운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있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란 ‘다 불타서 없어진다(burn out)’라는 뜻처럼 의욕적으로 일(학업)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갑자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특히 야망과 포부의 수준이 높고, 실제로 학업 성취도가 동료들에 비해 뛰어난 편이며, 주어진 일에 항상 전력을 다하는 성실하고 완벽주의적 성향의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신분석 전문가 ‘허버트 프로이덴버거(Herbert Freudenberger)’가 <상담가들의 소진(Burnout of Staffs)>이라는 논문에서 약물 중독자들을 상담하는 전문가들의 무기력함(의욕저하)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용한 심리학 용어인 ‘번아웃 증후군’은 흔히 탈진(脫盡) 증후군/연소(燃燒) 증후군/소진(消盡) 증후군 등으로 번역되고 있는데 어떠한 일에 열심히 몰입하다가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계속 쌓여서 심각한 무기력증이나 심한 불안감 및 자기혐오, 이유 없는 짜증과 분노, 의욕 상실 등에 급속히 빠지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의학에서는 내인성으로 인한 질병을, 음식상(飮食傷)·노권상(勞倦傷)·칠정상(七情傷)·방로상(房勞傷) 등으로 구분하는데, ‘번아웃 증후군’는 대표적인 노권상에 해당된다.
노권상에는 2가지가 있다. 노력과도(勞力過度)로 인한 것은 원기(元氣)가 손상되고, 노심과다(勞心過多)로 인한 것은 심혈(心血)이 모상(耗傷)하는데, 노심과 노력이 동시에 과도하면 기혈(氣血)이 모두 함께 상한다.
또한 사상체질의학적으로 판단해 보면, 이러한 고3 수험생들의 ‘번아웃 증후군’과 같은 이상 행동들은 보통 ‘소양인(少陽人)’에게서 흔히 관찰되기도 한다.
즉 일과 삶에 전반적으로 보람과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며 나름 충실감에 넘쳐 신나게 일하던 사람이 어떤 이유에서건 그 보람과 성취감을 잃고서 돌연히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현상인 것이다.
치열한 경쟁이 일상이 된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무한 질주를 해야 한다. 계속되는 학교·학원에서의 수업 때문에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공부를 붙잡고 있다. 더욱이 요즘에는 집에 와서도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으로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학업이나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고 3 수험생들이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또는 성적이 좋지 않으면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하고 있지 않으면 왠지 불안해하거나 죄의식을 느끼는 상태에 빠져서 결국 번아웃 상태에 이르게 된다. 성적 향상에 대한 집착이 지나쳐서 스스로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며 학습 중독으로 빠져든다. 그렇게 불안과 좌절로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채찍질하며 ‘스스로를 착취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번아웃 증후군은 단순한 과도한 스트레스의 차원을 넘어서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의욕을 잃고 무기력함에 빠지게 하며 수면장애, 우울증, 대인 관계 악화, 인지 기능 저하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
고3 수험생 번아웃 증후군의 경고 증상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만성적으로 기력이 없고 갑자기 쇠약해진 느낌이 든다. 둘째, 쉽게 짜증이 나고 노여움이 솟구친다. 셋째, 잘 진행하고 있던 공부가 다 부질없어 보이다가 오히려 열성적으로 다시 공부(업무)에 충실한 모순적인 상태가 반복적으로 지속되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급속도로 무너져 내린다. 넷째, 만성적으로 감기·요통·두통·집중력과 기억력 저하·어깨 뭉침·수면장애 등과 같은 증상에 시달린다. 다섯째, 감정 소진이 심해서 ‘우울하다’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에너지 고갈 상태를 보인다.
특히 고 3 수험생들에게 만성피로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이 내재되어 있는 경우라면 수험생 번아웃 증후군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문명병’ 또는 ‘현대병’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는 번아웃 증후군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의 번아웃 증후군 유사 상태를 인정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따라서 실현 가능한 학습 목표를 세우고 현재 하고 있는 학업 강도를 조금 줄이면서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번아웃 증후군 상태에 빠져든 만큼 단기간에 증상이 나아지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스스로를 되돌이켜 살펴보아야 한다.
학업 성취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과연 보람된 일인지, 내게 맞는 것인지, 예전보다 감정적으로 흥분하지는 않는지, 신체적으로 이상 증세는 없는지, 잠은 잘 자는지 등 자신의 몸 상태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남과 비교하는 습관이나 남들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시기와 질투로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도록 학업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생활이나 운동, 여행 등을 통해서 심리적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서, 재충전의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한다.
또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고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맞춤 한약을, 한방소아청소년과 전문가 선생님으로부터 진찰과 상담을 먼저 받고서 병증의 심각도과 체질적 특이성에 따라 처방받는 것도 적극 추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보중익기탕’·’인삼양영탕’·’분심기음’·‘온담탕’·‘귀비탕’·‘억간산’ 등의 한약 처방은 과도한 체력 저하 및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수험생 슬럼프 극복에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탁월한 한약 처방들이다.
이중에서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은 황기(黃耆)·인삼(人參)·백출(白朮)·감초(甘草)·당귀(當歸)·진피(陳皮)·승마(升麻)·시호(柴胡)로 구성된 처방인데, ‘인삼’이나 ‘황기’처럼 기허증(氣虛證)를 치료하는 한약이 임상적으로 수험생들의 체력 회복에 특별히 효과적인 경우가 많았다는 임상 증례가 상당히 많다.
그리고 억간산(抑肝散)은 조구등(釣鉤藤)·백출(白朮)·백복령(白茯苓)·당귀(當歸)·천궁(川芎)·시호(柴胡)·감초(甘草) 등 총 7가지 약재로 구성된 만성적인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대표적인 한약 처방으로서 다양한 소아청소년 신경정신과적 장애에 오랫동안 활용되어져 왔다. 최근에는 파킨슨병, 치매와 같은 노인들에게 흔한 퇴행성 신경계 질환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사실 억간산은 중국 명나라(1555년) 때 유명한 황실 어의였던 설개(薛鎧)·설기(薛己)가 공동 집필한 한방소아청소년과 의서인 ‘보영촬요(保嬰撮要)’에 처음 등장하는 한약 처방인데 ‘자모동복(子母同服)’이라 하여 ‘엄마와 아이가 가급적 같이 복용하는 것이 더욱 좋겠다’라고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아버지의 육아 참여가 점차 늘어나는 요즘의 경우라면, 어머님과 아버님이 모두 아이와 같이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스러울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억간산의 약리학적 작용 기전으로는 글루타민산(Glutamic acid) 신경계, 세로토닌(serotonin) 신경계의 작용에 관한 과학적인 논문 보고가 이미 2000년대 이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억간산에 의한 공격성 억제 및 항불안 작용, 항스트레스 작용, 항산화 작용 및 항염증 작용에 의한 '뇌보호 효과'도 최근 과학적 논문을 통해 학계에 널리 보고되었다.
특히 억간산의 '항스트레스 효과'를 입증하는 논문(Antistress effects of Kampo medicine “Yokukansan” via regulation of orexin secretion.)이 2017년 3월에 일본에서 발표됐는데, 스트레스와 관련된 신경단백인 오렉신(Orexin) 분비를 억간산이 유의미하게 감소시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더군다나 2017년 4월에는 억간산의 ‘사회성 개선 효과’를 입증하는 논문도 일본에서 발표됐는데 사회적 고립에 의해서 발생되는 신경발달장애·행동장애 실험 모델에서 억간산이 사회성 개선 효과 및 주의력 개선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러한 임상적 효과는 억간산의 핵심적인 한약재인 ‘조구등’의 주성분인 Geissoschizine과 ‘감초’의 주성분인 Glycyrrhizin이 장내미생물에 의해 전환된 Glycyrrhetic acid가 신체에 흡수되어 뇌혈관장벽을 통과하여 세로토닌 수용체에 효현제로 작용하고, 해마성상세포의 글루타메이트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통해서 해당 환자의 공격성과 흥분성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임상적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금까지 과학적 실험 논문을 통해 밝혀진 억간산의 임상적 약리 작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무기력증(무의욕증) 개선 및 항우울 작용 △통증 완화 작용 △공격 행동 개선 작용 △항불안 작용 △항아토피 작용 △알츠하이머 치매 행동-심리 증상 개선 작용 등과 같다.
감당하기 힘든 소아청소년 시기의 이상 행동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그저 시간이 흐르기 만을 기다리지 말고, 가까운 한의원에 아이와 함께 내원하여서 체질적 편향성을 먼저 진찰을 통해 확인하고, 과학적으로 효과가 이미 입증된 한약 처방을 꾸준히 복용함으로써,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 분위기를 하루 속히 회복하기를 바란다.
고 3 수험생 번아웃 증후군은 청소년 개인의 문제뿐 만이 아니라 가정이나 학교 그리고 사회 생활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올바른 건강 습관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돌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