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화 개방≠혼전순결’ 현실-이상 간 괴리감…선의의(?) 거짓말 양산
‘예쁜이수술’ 받기 위해 줄 선 ‘색녀 예비신부’들로 산부인과 문전성시
[매일일보=류세나 기자] 최근 벌어진 일련의 성범죄나 밤 문화 세태를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성문화가 ‘갈 데까지 간 것 아니냐’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그 개방속도가 빨라지고, 성을 접하는 연령 또한 낮아지고 있다. 업소나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性을 사고파는 일은 아주 흔한 일이 돼버렸고, ‘원나잇 스탠드’도 비일비재하다. 이성과의 첫경험을 겪는 나이가 점차 어려지면서 “‘혼전순결’을 얘기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게 요즘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결혼할 시기가 되면 혼전순결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상당수 여성들이 결혼 전, 일명 ‘웨딩수술’이라고 불리는 처녀막 재생수술을 받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고 있는 것. 또 최근에는 일회용 인조 처녀막까지 등장해 이들을 처녀로 ‘환생’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혼전순결을 지키는 것에는 인색했던 노(NO)처녀들이 왜 결혼 전, 순결을 가장한 ‘처녀’로 탈바꿈 하고 있는 것일까. 또 이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인조 처녀막은 안전한 것일까. <매일일보>에서 집중취재했다.
“일본직수입 일본 최고의 히트상품!! 여성들의 고민은 이제 끝!! 1993년 일본에서 최초로 개발돼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꿀 등 천연성분 재료로 제작돼 인체에도 무해합니다.”
모 성인용품 사이트에서 인조 처녀막을 홍보하고 있는 글귀다. 가격은 2만원대부터 3만원대. 처녀막 재생시술이 100만원 대에 육박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싼 값에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미혼의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온∙오프라인에서 꾸준히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특히 인조 처녀막은 휴대할 수 있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처녀로 변신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관계를 맺기 전 투명한 막 속에 붉은색 액체가 들어있는 인조 처녀막을 여성의 질 속에 넣어두면 투명막이 체액을 통해 자연스레 녹아 출혈이 발생한 것처럼 눈속임 할 수 있는 것. 이처럼 노(NO)처녀들은 인터넷 상에서 몇 번의 ‘클릭질’만으로 한순간에 처녀로 둔갑(?)할 수 있다.이와 관련 B성인용품 쇼핑몰 한 관계자는 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질문하자 “제품의 붉은 용액은 딸기, 꿀 등 천연재료를 사용해서 믿고 사용해도 된다”며 “투명막 역시 체내에서 녹도록 돼있어 관계 후 씻어내기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터넷 주문을 통해 다수의 고객에게 판매했지만 인조 처녀막을 사용하고 잘못됐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불편사항이 신고 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인조 처녀막 유통기간 지나도 버젓이 판매중
하지만 이 제품에 대한 안전성은 검증된 것이 없다. 게다가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인조 처녀막은 유통기간이 지난 ‘사용하면 안 되는’ 제품이라는 게 업계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이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일회용 인조 처녀막은 모두 일본 직수입 제품으로 유통기한은 제조 후 3년까지다. 그런데 2007년 이후로 이 제품에 대한 수입이 재개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이어 “수입 당시 유통기간이 남아있는 제품들로 들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2007년에 제조됐는지, 2005년에 제조됐는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며 “현재 우리 업체에서는 전량 폐기처분한 상태다. 다른 업체에서 판매되고 있는 인조 처녀막 역시 2007년 당시 수입 되서 들어온 제품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B쇼핑몰 관계자는 손님을 가장하고 유통기간에 대해 질문한 기자에게 “제품 상자나 어디에도 제조날짜가 쓰여 있지 않아 언제 생산된 제품인지는 모르겠다”면서 “제품 판매이후 단 한 차례도 이 제품에 대한 항의전화를 받은 적이 없으니 믿고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또 “피해사례가 발생할 경우 한국소비자원 등에 사례접수를 하면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다. 안전성과 위생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도심 곳곳은 ‘성욕 해소지’로 들끓어
그렇다면 여성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왜, 무엇 때문에 ‘처녀 되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지난 날 열심히 놀았더라도(?) 자신의 마지막 남자에게만큼은 순수해보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우리사회는 이미 혼전순결에서 자유로워진 모습이다.10대 청소년 커플들이 길거리에서 포옹이나 키스를 나누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학교 구석진 곳에서 성관계를 갖는 청소년들도 있다고 한다. 20대 커플의 경우는 캠퍼스 안이든, 길거리든 장소를 불문하고 더욱 대담한 ‘공개 스킨십’을 즐긴다. 학교 주변 DVD방이나 노래방 등에서 관계를 맺기도 한다. 게다가 도심 곳곳에는 모텔들의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하게 불을 밝히고 있고, 침대크기의 쇼파와 욕실까지 갖추고 있는 멀티방까지 등장해 젊은이들의 성욕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는 실정이다.하지만 이처럼 마음껏(?) 성욕을 해소하던 때와 달리 ‘내 남자’ ‘내 여자’로 공표시키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의 ‘순결’ 인식은 180도 바뀌게 된다. “내 사람만은 처음의 깨끗한 모습으로 그대로 남아있길…”이 바로 그것이다. 자유로운 성의식과 혼전순결에 대한 인식이 상충하고 있는 것.2007년 한 케이블 방송이 20~30대 여성 1,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40%가 ‘20~25세 사이에 첫경험을 했다’고 나타났다. 또 이들 중 70%는 “반드시 혼전순결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20%는 “필요에 따라서 처녀막 재생수술을 받을 용의도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혼전순결이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순결을 가장 하겠다’는 여성들이 상당수 있음을 입증해주는 통계자료다.산부인과 방문 후 “과거의 나는 안녕~”
실제로 산부인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결혼을 앞두고 처녀막 재생수술을 받으러 오는 여성들이 심심치 않게 있다고 한다. 평소 개방적인 성생활을 즐기던 예비신부들이 신랑과의 첫날밤에서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고 있다는 것. 이때 성경험이 셀 수 없이 많았던 ‘색녀(色女)’들은 처녀막 재생수술과 함께 질축소 수술도 함께 받는다고 한다. 심지어 이들을 위해 이 분야 수술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이 있을 정도다. 이 병원들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처녀막 재생술은 레이저와 녹는 봉합사를 이용해 수술 후 출혈 및 흔적이 남지 않는다. 한 번의 수술로 심리적 안정까지 되찾을 수 있다”며 “행복한 출발을 위한 여자들의 필수품, 잊지 말고 꼭 준비하라”고 ‘NO처녀’들을 현혹시키고 있다.이에 대해 산부인과 한 관계자는 “여성들의 수술을 해주고 벌은 돈으로 입에 풀칠하고 있지만 우리사회 의식구조의 이중성을 보는 것 같아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며 “강도높은 운동만으로 처녀막이 파열될 수도 있는데, 성관계시 출혈여부에 따라 ‘깨끗한 여자’ ‘정조 있는 여자’로 나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20대 직장여성 김모씨는 “내 남자에게 사랑받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것인데 나쁘다고만 할 수 없지 않냐”면서 “과거가 어찌됐든 현재의 남자에게 나쁜 이미지를 보여줄 필요도 없을 뿐더러 자기개발 차원으로 바라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김씨는 또 “자기 애인이 ‘처녀’라고 싫어할 남자는 100명 중 1명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확신에 찬 말을 남기기도 했다. ‘현실≠이상’ 괴리감에도 ‘섹파 구하기’가 대세?
하지만 이 같은 아이러니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수많은 남성과 여성들은 섹스파트너 구하기에 여념이 없다. 인터넷 채팅 사이트, 관련 커뮤니티 카페 등에는 섹스파트너를 지칭하는 ‘섹파’로 시작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다.‘대구 16男 섹파구함 (나이, 얼굴, 몸매 안봄)’ ‘17세 남자로 섹파 구합니다’ ‘키 187에 거기 큰 26男. 지역∙나이 상관없이 섹파 해드립니다’ 등이 문제의 게시물들이다. 이 같은 문란한 성문화에 인터넷이 큰 일조를 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또 인터넷은 미성년자에게도 열려 있는 공간인지라 청소년들 역시 무분별한 성문화에 노출돼 있는 실정. 이렇게 학생시절부터 성관계에 눈을 뜬 학생들이 성인이 될 경우, 원나잇 스탠드나 애인 외에 섹스파트너를 두는 것을 크게 개의치 않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들 청소년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책감이나 책임감 등의 사고를 갖지 않고 행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질책할 경우, ‘어른들도 그러는 데 뭐 어때’라는 식인 것. 이와 관련 여성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한국의 성문화가 이전에 비해 개방된 것은 사실이다. 혼전순결도 중요하고 무분별한 성관계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혼전 성경험 유무보다 남녀 간의 성관계가 상호 동의하에 평등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를 더욱 주목해야할 때”라며 “청소년들에게는 현실에 맞는 성교육을 실시하고, 성인들에게는 올바른 피임법을 숙지∙실천 하도록 캠페인 등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