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강세근 기자] 박종국 시인의 시집 ‘숨비소리’가 지난달 출간됐다.
출판사 천년의시작은 “시인은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 ‘집으로 가는 길’, ‘하염없이 붉은 말’, ‘새하얀 거짓말’, ‘누가 흔들고 있을까’ 등을 출간하였고 문단으로부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조지훈 문학상, 시작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고 4일 밝혔다.
시집 ‘숨비소리’는 박종국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으로서 네 번째 시집 ‘누가 흔들고 있을까’와는 사뭇 다른 시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전 시집에서는 시의 화자가 밭에 씨를 뿌리고 그것을 거두어들이는 과정 안에서 깨닫는 것들을 통해 현대의 불모성을 역설하고 환기하는 성찰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시인이 ‘무한의 시간’과 ‘어둠의 체험’을 그려내는데 상당 부분 많은 공을 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설의 말을 빌리면 이번 시집에 등장하는 화자 혹은 인물들은 “무한의 시간과 어둠의 체험에 들린 자”들로서 매순간 “간단없는 동요와 불안정에 휩싸이”는 존재로 그려진다.
‘숨비소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표적 증상은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것인데, 단순히 생리적인 측면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촉발에 의해 깨어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적 주체들이 시달리는 동요와 불안정에 대한 감응은 그들로 하여금 특별한 종류의 시차에 머무르게 하며, 이는 곧 세계의 안에서 바깥으로 향하는 어떤 몸짓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같은 물체를 서로 다른 두 지점에서 보았을 때의 방향의 차이가 ‘시차’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시인이 궁극적으로 만들어내고자 했던 시차는 이른바 ‘안정적인 의미 지평의 세계에서 일상의 반복을 영위하는 자’들과 ‘무한의 시간과 어둠의 체험에 들린 자’들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시차일 것이다.
박병두 문학평론가는 박종국 시인의 시는 “시의 미덕이 남다르다며 내면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과 “사실 혹은 고뇌의 사유가 진솔한 가슴으로 울림과 끌림의 서사로 이어지길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집에 대해 “박종국 시인의 시는 시간의 흐름 속에 놓인 사물의 존재 방식에 대한 깊은 관심을 통해 경험적 실감을 삶의 경이로운 자각 과정으로 현상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며 “존재의 바깥에서 사물의 본원적 존재론을 구축해 가는 언어적 열망과 격조가 참으로 크고 깊다”라고 평했다.
김종훈 시인·문학평론가는 “박종국 시인은 모든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 아래 나무, 돌, 매미, 잠자리 등 여러 모습으로 변모”하며 “그 모습에서 죽은 나무에 보석같이 핀 눈꽃을, 삶과 삶의 바깥을, 인식과 인식 바깥을, ‘나’와 ‘나’의 바깥을 동시에 보려는 마음을 읽게 된다”라고 평했다.
시집 ‘숨비소리’는 ‘바깥’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바깥이라는 전환점을 돌아 다시 ‘안’의 세계로 돌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는’ 어떤 ‘무한의 시간과 어둠의 체험에 들린 자’들의 이야기를 기묘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낸다.
이번 시집은 ‘존재의 궁극’을 탐색하는 과정으로써 그 미학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고 ‘숨비소리’ 이후의 세계를 암시하는 징후들을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인의 앞으로의 시적 여정을 기대하게 만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