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도기천 기자] 바람잘 날 없는 KT가 이번에는 친정부 인사와의 유착 및 각종 특혜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출신 고위 공무원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거나 KT 등 민간 통신회사로 이직하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또 경영효율화를 내세워 소유 부동산을 매각한 뒤 친(親)박근혜계 인사 소유 건물을 수백억 원에 빌려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방통위->청와대->KT 돌고 도는 ‘회전문 인사’ 심각
박 대표 소유 동익엔지니어링, KT임대료로 ‘기사회생’
홍사덕·홍준표·유정복 등 친박실세들 고액후원금 받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의원(민주통합당)이 KT 등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인수위원회나 청와대에 있던 인사가 민간 통신회사인 KT로 취업한 사례가 상당수 있었다. 그동안 친정부 인사들의 ‘KT 낙하산 입성’이 공공연히 회자됐지만 구체적인 자료로 드러나기는 처음이다.최 의원에 따르면 이석채 KT 회장은 정통부에 있다가 KT로 갔고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은 KT 사장으로 재직하다 방송통신위원회로 인사조치 됐다. 대통령인수위원회 출신 허증수, 김규성, 이태규씨도 모두 KT로 갔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방통위에 몸담았던 서지훈씨도 현재 KT 계열사에 근무하고 있다. 최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T가 민간기업인지 방송통신위원회나 청와대의 산하기관인지 분간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KT가 친(親)박근혜계 인사를 특혜 지원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KT는 ‘자산 가치 활용’을 내세워 최근 2년간 전국 30곳 6600억 원어치 부동산을 매각해왔다. 문제는 부동산을 매각한 KT가 친정부 인사 소유 건물을 수백억 원에 빌린 점.KT는 지난 2010년 2월 서울 서초역 성봉동익빌딩을 임대보증금 210억원, 월임대료 6억3200만원(연간 75억 8천만원)에 빌려 서초본사 사옥(올레캠퍼스)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당시 KT는 분당 정자동 본사를 비롯해 서울과 수도권에 많은 부동산 건물을 소유하고 있어 굳이 외부 건물을 빌릴 이유가 없었다.더구나 매각된 부동산의 경우도 서울 강동지사 노원지사, 가좌지사 등 10곳은 ‘매각 후 임차’(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년 190억 원의 임차료를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 서초본사와는 역 하나 거리인 강남역 인근에 이미 강남사옥과 동아타워가 있었는데도 새로운 빌딩을 수백억원을 들여 임대했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강남사옥과 동아타워는 서초본사로 이전한 직후인 2010년 4월, 7월 각각 290억원, 171억원에 매각했다.건물주 박성래 회장, 동익엔지니어링 실소유주
특히 문제의 건물은 박성래 동익건설 대표와 박성훈 사장이 실소유주인데, 공교롭게도 이들은 ‘친정부 인사’로 알려져 있다.박성래 대표는 지난 2010년 국토부 산하 대한주택보증 이사 활동에 이어 올해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지난 4월 19대 총선에선 홍준표, 유정복, 홍사덕 등 여당 후보들에게 각각 500만 원씩 후원했다.이들은 모두 친(親)박근혜계 핵심 실세들로 유정복 의원은 박근혜 대선 캠프 직능본부장을 맡고 있다.
홍사덕 전 의원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박근혜 캠프를 이끌다 최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캠프를 떠났다. 홍준표 전 의원은 지난해 7월 친박계의 도움으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됐다. 또 동익건설은 보도전문채널인 연합뉴스TV 주식 20만주(취득가액 1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전병헌 의원은 최근 방통위 국감에서 “KT 서초사옥에 들어간 KT의 자금이 건물소유주에 빌려준 274억원과 임대보증금 210억원, 월임대료 6억3천200만원으로 오는 2014년 11월까지인 계약기간을 감안하면, 총 858억원의 자금을 묶어두거나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전 의원은 “KT가 서초사옥을 수백억의 돈을 묶어가면서 임대해 들어갈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KT가 매각한 30개 6천600억원의 부동산 정책과는 거꾸로 가는 행태”라고 비판했다.전 의원은 특히 “KT 서초사옥의 건물주이자 친정부 인사인 동익건설 대표가 실소유주인 동익엔지니어링은 지난 2009년 적자전환하며 경영위기가 왔으나 KT로부터 자금지원과 임대료를 받으며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며 특혜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KT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부동산 매각 및 임차는 부동산 자산 선순환을 위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며 “KT 서초사옥 임차는 지난 2009년 KT-KTF 합병에 따른 조직통합에 따라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합병에 따른 인원 수용 및 일체감 형성을 위해서는 최소 5천평 이상의 규모의 빌딩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또 “건물소유주에게 빌려줬다고 언급된 274억원은 올레캠퍼스 임대보증금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 금액”이라고 밝혔다.KT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KT는 최근 들어 크고 작은 악재들이 끊이지 않아 왔는데 상당 부분이 현 정부와 연관된 사안들이다.이명박 정부 초기때 몇몇 친정부 인사들이 KT에 입성하면서 ‘낙하산 논란’이 시작된 이래, 최근에는 삼성 스마트TV 차단, 청와대 대포폰 사건, 870만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 해고자들의 양심고백으로 드러난 인력퇴출 프로그램(C-Player) 실행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KT고위직 출신의 한 인사는 “CEO부터 임원까지 친정부 일색인데다 낙하산 인사나 이런저런 줄에 의해 인사가 이뤄져온 것이 오늘의 KT 상황을 자초했다”며 “이렇다 보니 요즘처럼 대선 정국이 되면 마음이 들떠서 설왕설래가 오가고 일부 임원은 따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고 털어놨다.KT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노조와의 합의사항을 위반하고 일방통행으로만 달리고 있다. 소통이 부족한 점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한편 국회는 24일 방송통신위원회 확인감사에서 서유열 KT 홈고객부문사장을 증인으로 채택, 국무총리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 민간인 사찰에 사용된 대포폰을 제공한 혐의 등을 추궁할 예정이었으나, 서 사장은 해외출장 명목으로 21일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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