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허상, 무턱대고 좇다간 ‘쪽박’
빛 좋은 개살구 프랜차이즈 실체는?
2012-10-24 신성숙 기자
[매일일보] ‘매장 내부수리 관계로 휴무합니다’
작년 가을,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화려하게 오픈한 서울 강서구의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
1년여가 지난 지금, 유리문 너머로 언뜻 보이는 바닥에 흩어진 커피가루와 벽에 붙어 있는 신메뉴 출시를 알리는 빛바랜 전단만이 이곳의 과거를 말해주는 듯 했다.
치열한 경쟁으로 포화 상태… 문닫는 곳 급증
대한민국은 지금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다. 창업열풍에 힘입어 프랜차이즈는 큰 길, 골목 가리지 않고 무한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0년 기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2550개 중 외식업과 관련한 프랜차이즈만 따져도 558곳이나 된다.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2008년 말 1901개에서 2009년 말 2182개로 200여 개가 증가했으며, 지난해 6월 2550개로 늘어난 뒤, 올해 10월 현재 3083개까지 늘어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가입한 가맹점 수도 2008년 10만7354개에서 지난해 17만926개로 늘었다.
미국에서 개발된 가장 혁신적인 경영기법으로 평가받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이제 한국 내에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식품은 물론 외식, 제약, 교통, 의료, 교육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이제 전국 어느 도시를 가든 커피전문점, 편의점, 제과점, 치킨전문점, 학원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곳곳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일자리 확대를 위해 프랜차이즈 산업 성장을 부추겨 왔다. '고령화 사회' '100세 시대' 등 암울한 미래를 담은 전망들은 끊임없이 재생산되면서 조기은퇴자는 물론 고령의 퇴직자들을 프랜차이즈로 이끌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들의 과도한 점포 확장은 골목상권 침해 문제는 물론 가맹점주들의 영업지역 침해로까지 이어지면서 늘 시비가 붙는다.
지난해 공정위 산하 가맹사업거래 분쟁조정협의회에 접수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간 조정신청 건수는 모두 733건. 2008년 291건, 2009년 357건, 2010년 479건으로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동일 브랜드 가맹점포가 1000개를 넘는 가맹본부는 2010년 6월 기준 CU, GS25, 세븐일레븐, 파리베게뜨, 뚜레쥬르, BBQ, 본죽 등 10곳이다. 이 중에는 5000개에 가까운 점포수를 자랑하는 곳도 있다.
근래 커피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커피전문점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특히 카페베네의 매장 수는 멀지 않아 1000개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과포화 상황에도 가맹본부는 예비창업자는 물론 가맹점주들에게 '달콤한 유혹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려준다는 점이다. 아직도 한국 상황에서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자들을 울리는 ‘희망의 덫’이라는 평가가 많다.
원래 프랜차이즈 사업의 장점은 가맹본부, 가맹점, 소비자 등 3자 구도 속에서 가맹점주의 창업 실패율을 낮춘다는 데 있다.
가맹본부는 사업체 경험이 적은 가맹점주들이 성공적으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소비자들은 가맹본부가 가진 높은 브랜드 인지도 덕분에 상품을 믿고 구매하는 구조다.
하지만 영업지역 침해 등의 문제로 문을 닫는 가맹점들의 비율은 12%에 육박하고 있다. 그만큼 프랜차이즈 사업은 이제 치열한 경쟁의 포화 속에 놓였다. 신설 점포수는 늘지만 그만큼 또 문을 닫고 있다.
한 창업 전문가은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프랜차이즈를 통해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돌다리를 두들겨 보듯 실패할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