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대결 부른 183만 한국당 '해산청원'에 '총선심판론'으로 답한 靑

강기정 정무수석, 총선 거론하며 "국민의 몫" 한국당 "선거법 위반 소지 면밀히 검토할 것" 바른미래 "주저함 없는 제왕적 권력 그림자"

2020-06-11     박규리 기자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청와대가 11일 보수와 진보 간 진영대결을 부른 '자유한국당 해산' '더불어민주당 해산' 국민청원들에 대해 내년 총선을 거론하며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사실상 한국당에 대한 '총선심판론'을 외친 셈이다. 한국당은 "청와대의 선거개입"이라며 강력 반발했고, 바른미래당도 "제왕적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은 이날 한국당 해산청구, 민주당 해산청구 청원, 청와대 다이너마이트 폭파 발언을 한 김무성 한국당 의원에 대한 내란죄 처벌 청원 등에 공식적인 답변에 나섰다. 청와대는 30일간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국민청원에 대해 책임 있는 관료의 답변을 원칙으로 세우고 있다. 강 수석은 한달간 183만1900명이 참여하며 역대 가장 높은 참여 인원을 기록한 한국당 정당해산과  이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뒤이어 올라와 한달간 33만7964명이 참여한 민주당 해산 청원에 대해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 몫으로 돌리는 게 옳다. 김 의원 내란죄 처벌 청원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당 해산 청원에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국민이 참여했다는 것을 보면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며 "183만과 33만이라는 숫자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답답한 심정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 평가는 선거를 통해 내릴 수 있음에도 국민청원으로 정당 해산을 요구하신 것은 '내년 4월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질책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총선심판론의 복선을 깐 대목이다.  이어 강 수석은 패스트트랙 이후 식물국회 책임론을 거론하며 "국민들은 눈물을 훔치며 회초리를 드시는 어머니가 되어 위헌정당 해산청구라는 초강수를 두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으로 '선거'를 들었다. 그는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라며 "헌법 8조와 헌법 8조 4항은 정당 활동의 자유와 민주적 기본질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 헌법정신을 지키는 주체는 국민이며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고 했다. 내년 총선을 통해 야당을 심판하라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런 답변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은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 나서더니 강 수석도 전면에 나서서 사실상 야당을 국정 파트너가 아닌 심판의 대상으로 언급한 부분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한마디로 선거운동과 다름이 없는데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이종철 대변인 논평을 통해 "평소 청와대의 오만함을 다시 한 번 보는 것 같다"며 "정당과 국회에 대한 평가는 신중하고 가급적 삼가야 함에도 주저함이 없다. '제왕적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했다. 또 "청와대의 청원마저 정치색 위주로 흐르고 특정 세력의 '세몰이'나 정파 간 과도한 '쟁투의 장'이 됐다"며 "청와대의 답변은 적절한 거름망이자 자정 역할은커녕 청와대까지 덩달아 싸움에 가세한 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