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동네슈퍼…언제까지 버틸까

대형마트 규제 급급한 사이 ‘대기업 편의점’ 급성장

2012-10-24     신성숙 기자

[매일일보] “그동안 구멍가게 꾸리면서 겨우 입에 풀칠은 했는데…. 자고 일어나면 우후죽순 생기는 편의점에 등 떠밀려서 뭐라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

서울 동작구의 10평 남짓한 한 구멍가게는 손님대신 주인 할아버지의 한숨으로 가득 차 있다. 이곳에서 15년 넘게 근근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주변에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는 편의점들 탓에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

편의점 틈바구니 밀려 뒤안길로 사라져
골목상권 사각지대 놓여 행정당국 관심 밖

편의점과 대형마트로 인해 동네슈퍼들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1년 이후 4년 동안 전국의 구멍가게 1만1000곳이 문을 닫았다. 2008년에는 전년에 비해 5500곳이나 줄었다.

올해 1월 통계청 고용동향 자료만 봐도 그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는데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1월 자영업자 수가 550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감소한 자영업자 수도 25만9000명으로 일용직(15만8000명)보다 더 많았다. 장기화된 경기불황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반면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전년 대비 2007년에는 대형마트는 9.6%, 편의점은 22%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며 순항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명분 아래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영업규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대형마트의 2·4주 일요일 강제휴무 및 심야영업 금지가 규제의 골자다.
하지만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편의점은 되레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평균매출이 20% 넘게 성장한 것. 더구나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본격화된 지난 5월에는 23%나 급등했다. 실제로 2010년 1만6000개이던 점포수가 약 2년 만에 2만2000개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 편의점 총매출액은 10조원에 달했다.

편의점의 경우 대기업 지분율에 상관없이 소상공인으로 분류돼 있어 골목상권 사각지대라는 유리한 자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편의점이 번성하면서 동네슈퍼가 속속 문을 닫고 있지만 관련 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면서 대형마트 규제에만 신경 쓰는 당국의 수수방관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가 규제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법령에 편의점 체인에 대한 의무휴업 규제 조항이 있어야 지자체에서도 조례를 발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이 골목상권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당장 실현 가능한 대책 마련은 없다는 얘기다.

또한 골목상권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진행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이 교육을 받으려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형마크와 동네슈퍼의 중간지대에 놓인 편의점을 현재 법령으로 규제하긴 힘들겠지만 편의점과 구멍가게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대책마려니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동네슈퍼의 오랜 단골손님 박상범(43)씨는 “추억의 구멍가게들이 편의점에 밀려 점점 사라져 가는 게 안타깝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