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하이텍, 중소기업 '갑의 횡포' 논란
2013-10-25 임현빈 기자
중소팹리스 회사에 RF 수탁생산 서비스 일방 중단 통보
피해보장 요구에도 '묵묵부답' 법정공방 비화되나?
[매일일보 임현빈 기자] 동부그룹 주력계열사인 동부하이텍(사장 최창식)이 동반성장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무선 고주파(RF) 팹리스 회사인 레이디오펄스는 동부하이텍이 지난 6월 RF 파운드리(수탁생산) 공정 서비스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자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24일 밝혔다.팹리스란 자체적인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고 반도체 설계와 개발만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회사를 말한다. 파운드리는 팹리스 회사에서 개발한 설계 데이터를 받아 반도체 칩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레이디오펄스와 동부하이텍은 지난 2005년 7월부터 지식경제부의 지원을 받아 국책 과제인 ‘차세대 SoC를 위한 RF 소자 기술 개발’을 진행해왔다.이에 지난 2010년 3월 자체적으로 국내 상보형금속산화반도체인 시모스(CMOS) 0.13um 공정 기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해당 기술 개발에는 정부 출연금 59억원과 민간 기업 부담금 약 61억원을 포함, 총 120억원이 투입됐다.레이디오펄스 역시 이 사업에 10억여원을 투자했으며, 이후 인건비를 제외한 공정 개발 비용으로 약 5억 3000여만원의 비용을 더 들였다.이미 모든 시험 운용을 거쳐 미국 업체에 판매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런 동부하이텍의 공정 중단으로 인해 고객을 놓치게 생길 위기에 처했다.국내에서 해당 RF 소자를 제조할 수 있는 회사는 동부하이텍이 유일하기 때문이다.이에따라 레이디오펄스는 국외 파운드리 회사로 공정을 이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건비 및 판매 상실이나 지연으로 인한 손실액은 약 9 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왕성호 레이디오펄스 사장은 “동부하이텍 측은 지난 8월 13일 공정 중단과 함께 더이상의 계약을 안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최초 2개월간은 긍정적인 협상을 진행했으나 이달 10일 돌연 ‘보상 불가’를 통보했다”며 “갑작스럽게 서비스 중단을 통보하고 피해는 알아서 감수하라는 식은 대기업의 횡포”라고 분개했다.왕 사장은 이어 “주 거래 고객이 RF 칩에 대해 3~5년의 공급 보장을 요구하고 있어 국외 기업으로 공정을 이관 할 수 밖에 없다. 통상 공정 중단 통보시에는 다른 곳으로 이관하는데 드는 추가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이 상도의인데 단 한푼도 지원해 줄 수 없단다"라고 한탄했다.레이디오펄스 측은 이번 사업 중단과 관련해 투자금 반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이처럼 동부하이텍의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협력 회사 ‘털어내기’라는 분석도 제기됐다.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동부하이텍은 지난 1997년 동부그룹이 ‘종합전자회사’의 밑그림을 그리며 설립한 회사로, 미래 성장을 위한 동부의 주력 계열사로 손꼽힌다.그러나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삼성을 비롯한 각 전자기업들은 반도체 계열사를 합병하는 등 저마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따라서 동부하이텍 역시 시장 변화에 따른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을 최대한 줄여보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하지만 동부하이텍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정 제품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는 회사 방침에 따라 어쩔수 없이 서비스를 중단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동부하이텍 관계자는 “여러 고객사와 협의를 하면서 생산라인을 접기 전까지 내년 물량을 생산해 주기로 했으나 레이디오펄스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이어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동부하이텍이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만은 볼 수 없다”며 “다툼을 풀어야 하는 방식이 ‘법’이라면 마다치 않겠다”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