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힙합댄스 추는 시인 문보영의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슬픔과 명랑의 시인’ 문보영 작가의 첫 산문집
등단 후 최단기간 김수영문학상 수상자의 일기를 들추다
2019-06-14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일상의 기록을 감각적으로 구성한 에세이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은 저자의 일기를 엮어 구성한 산문집이다.
책은 단순한 일상의 기록을 벗어나 20대 시인의 아픔과 슬픔에 대한 자유로운 글쓰기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저자는 책을 통해 재치 있게 써내려간 성장의 기록을 공유했다.
서른 전에 이혼을 하고 싶다는 엉뚱한 태도는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저자 문보영은 역대 최단기간인 등단 1년 만에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수재다. 그녀는 대학시절 문예창작 수업을 듣고 시에 빠졌다고 전한다.
작가 특유의 다채로운 표현법과 다정한 문장은 그녀의 일상에서 비롯된다.
힙합댄스를 추는 시인, 1인 문예지의 발행인, 독자와 브이로그로 소통하는 시인 등 다채로운 그녀의 정체성은 시인이라는 ‘정적인 이미지’와 사뭇다른 매력적 요소이다.
책은 애증, 삶의 태도와 일상의 다독임을 던진다. 책의 제목과 동일한 첫 장은 저자가 느낀 ‘미움’에 대한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점이다.
연애와 사랑에 대한 다소 사소한 이야기를 간결한 문체 속에서 속 깊은 뜻으로 담아냈다. “한 고아원에서 다른 고아원으로 옮겨가는 기분”이라 표현한 그녀의 연애 일기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떠나간 사랑의 기억을 회상케 한다.
저자는 뜬금없이 서른 전에 이혼하고 싶다며 독자에게 말을 걸어온다. 저자의 발칙한 상상은 전형적인 결혼문화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당찬 저자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등단 초기 문단에서 경험한 폭력으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으며 ‘극복일기’를 써내려간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를 건넨다. ‘애인이 쓰던 칫솔은 쓰레빠 밑창을 닦을 때 쓴다.’는 내용까지 쉼 없이 흘러간다.
마지막에 이르러 작가는 소소한 소망을 내비춘다. 생소한 도전과 일상의 여행을 통해 불안감을 상기시키는 한편 망설이는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 여행의 끝에 그녀는 “사랑하는 것을 미워하지 않으며 사는 것”이라 말을 맺는다.
2016년 중앙일보로 등단한 저자는 이듬해 시집 <책기둥>을 출간한다. 유튜브에서 브이로그로 영상을 시작한 그녀는 시와 소설, 일기를 우편으로 배송하는 1인 문예지 ‘오만가지 문보영’의 발행인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책을 출간한 쌤앤파커스 관계자는 “저자는 글 속에서 마냥 따뜻함만을 건네지 않는다. 일기를 과감히 공개하여 꾸미지 않은 그녀의 감상을 전하기 위해 책을 준비했다”라며 “책 속에서 작가가 전하는 소소한 위로를 느낄 수 있다”라며 출간 평을 남겼다.